안철수 “당 생존 위해 독배라도 마실 것”...정동영·천정배 “사당화 가속”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혁신비전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강인범 기자] 당 대선후보를 지낸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8월 전당대회 출마를 놓고 찬반 양론이 일고 있다. 역설적으로 당 내홍이 심화되고 있지만 자칫 ‘그들만의 리그’로 끝날 수 있는 국민의당 전당대회는 되레 이목이 집중되는 효과도 있다.
안 전 대표를 비롯 친안(親安) 진영에선 호남의 위기는 물론 땅에 떨어진 당의 신뢰 회복을 위해선 창업주인 안 전 공동대표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동교동계 원로그룹과 천정배 정동영 등 당권 도전에 나선 후보들은 “몰염치”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지금이라도 당권 도전을 접어야 한다고 몰아붙이고 있다. 

안 전 대표는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혁신비전 간담회'를 열고 “당이 존폐위기에 놓여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제 몸만 편하자고 남의 일처럼 방관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제 미래보다 당의 생존이 훨씬 더 중요한 일이다"며 "그것이 총선에서 국민의당을 세워주신 국민의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대선 패배에 대한 자숙의 시간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의식한 듯 그는 “'독배'라도 마시겠다”며 “당과 운명을 함께 하겠다”며 정면돌파 의지를 천명했다.

친안계 인사로 꼽히는 문병호 전 최고위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지방선거까지의 시합을 이길 수 있는 대표를 뽑는 것이 이번 전대의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이라며 안 전 대표의 출마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이어 그는 “누구를 나와라 나오지 말라고 할 여유가 없다"며 "부족함도 많지만 현시점에서 이길 수 있는 대표는 안 전 대표뿐이라고 다수 국민들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당권 도전에 나선 정동영·천정배 의원은 안 전 대표의 출마는 당 사당화를 가속시키며 위기의 당을 구할 수 있는 방향이 아니다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나섰다.
정동영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고 아무 때나 출마할 수 있고 당선될 수 있다면 이것 또한 사당화의 명백한 증거가 될 것"이라며 "다시 사당화의 길을 가는데 지지를 보낼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사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 의원은 “지난 6개월 사당화의 그늘 속에서 성적표가 (지지율) 5%다. 이런 지도력을 또 1년, 2년 가지고 간다는 것은 국민의당이 소멸로 가는 것을 의미한다"고도 각을 세웠다.

천 의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인 전 대표의 당권 도전에 대해 "누울 자리, 누워서는 안 될 자리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몰상식, 몰염치의 극치"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천 의원은 "대선에서 패배한 지도자들은 짧지 않은 자숙과 성찰의 시간을 보냈다"며 "(안 전 대표의 출마선언으로)당 깨지는 소리, 당원들간 분열과 반목의 소리만 가득하다. 이것은 단합의 정치가 아니다. '분열의 정치'다"고 성토했다.
천 의원은 안 전 대표의 출마로 당의 '탈 호남'화가 가속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내 집부터 지키고 외연을 확장해야 하는 것이다. 호남에 갇혀서도 곤란하지만 호남을 외면해서는 국민의당의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의당 의원 10명은 6일 밤 늦게 회의를 열고 안철수 전 대표의 당대표 출마를 만류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이날 밤 9시께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7일 오후 5시에 안 전 대표와 직접 면담을 통해 이같이 요구하기로 뜻을 모았다.
조배숙 의원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여러 가지 논의가 있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끝까지 안 전 대표의 전대 출마를 만류하겠다"며 "제가 요청했고 안 전 대표도 흔쾌히 만나자고 했다"고 밝혔다.
일단 7일 면담에는 조배숙 의원을 포함한 의원 1~2명이 대표자로 참석할 계획이다. 이들은 면담에서도 안 전 대표가 출마 입장을 고수한다면 일단 그 이후에 다시 의원들의 의견을 모은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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