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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스전] 미얀마 바다에서의 도전과 성공④유망광구 찾으려 7개 해상광구 기술자료 분석
갑자기 찾아온 대우의 구조조정 소식 ‘청천벽력’
  • 저자 양수영
  • 승인 2017.07.31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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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저자 제공

<‘황금가스전’을 시작하며>

황금의 나라 미얀마에서 미얀마어로 ‘황금’이라는 뜻을 가진 ‘쉐(Shwe)’가스전은 국내 석유개발업계가 지난 수십 년간 해외에서 발견한 유전·가스전 중 최대 규모다. 또한 쉐가스전은 프로젝트 선정에서부터 개발·생산까지의 모든 과정을 한국 자체의 기술력과 인력으로 주도해 온 프로젝트다.

미얀마 전역의 자료를 검토하여 광구를 선정하는 작업에서부터 탐사작업과 시추작업은 물론이고 파트너 영입, 가스전 발견 후의 평가작업, 그 이후에 진행된 가스판매를 위한 협상과 계약, 가스전 개발계획과 시공사 선정, 개발작업 감독, 생산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외국 회사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실시하였다는 점에서 국내 석유개발업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가스를 발견한 미얀마 서부 해상 지역은 1970년대 미국과 프랑스, 일본 회사들이 탐사를 하여 유전이나 가스전 발견에 실패하고 철수한 후 20년 이상 어느 외국 회사도 관심을 두지 않던 버려진 지역이었다. 외국의 유수한 회사들이 탐사에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지역의 자료를 분석한 끝에 가스 발견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하였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탐사개념을 도입하고 이를 근거로 인공지진파 탐사와 시추를 실시하여 세계적 규모의 대규모 가스전을 발견하게 되었다.

탐사작업을 하는 동안 여러 가지 난관에도 부닥쳤다. 사업에 공동으로 참여하던 인도 파트너들이 더 이상 가능성이 없다고 철수한 상황에서도 단독위험부담으로 측면시추를 강행하여 가스전 발견에 성공하였던 일도 그 중의 하나다. 탐사가 진행되는 동안의 일련의 긴장된 순간들 뿐만아니라, 그 이후 진행된 가스판매를 둘러 싼 치열한 협상과정,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간 가스전 개발을 위한 준비작업과 개발공사 중 일어난 여러 가지 어려움 등 실로 긴박한 과정을 거쳐왔다.

이러한 소중한 경험들을 독자들과 나누어, 석유자원에 대한 중요성과 개발의 필요성에 공감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미얀마 가스전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다. 석유개발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석유개발에 관한 지식도 간간히 소개하였다. 그 동안 미얀마 가스전 사업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온 모든 동료들과 아낌없이 지원해 주신 여러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또한 자료와 사진을 제공하고 원고를 검토해 주고 그래픽을 도와주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원고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특별하고 마움을 주신 분들은 실명과 당시의 직급을 언급하였는데, 사전에 양해를 구하지 않았더라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A-1광구의 인공지진파 자료상에 가스층의 가능성을 지시하는 bright spot이 희미하게 나타났다. 사진=저자 제공

제 1장 미얀마 특명 - 믿음과 희망을 가지고 유망한 광구를 찾아내다

피 말리는 광구 선정 작업

대우가 미얀마 정부로부터 해상광구 참여 제의를 받은 다음, 나는 미얀마 서부의 7개 해상광구에 대한 기술자료를 분석하기 위해 다시 미얀마 국영석유회사 MOGE를 방문했다. 인연이 되려고 그랬을까? 그럴 만도 한데 이상하게도 미얀마 정부가 대우에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버려진 광구를 던져줬구나’하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나 자신이 나름대로 최신의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으로 충만해 있을 때라 프랑스, 일본, 미국이 쓸고 지나갔더라도 내 눈에는 뭔가 나타날 것 같은 느낌이랄까. 이상한 예감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석유개발에 참여하기 위해 산유국을 방문하여 주어진 자료를 검토한 다음, 참여 대상 광구를 선정하는 작업은 모래 속에서 진주를 찾아내는 일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피를 말린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이다.

대상 광구를 선정하기 위해 인공지진파 자료, 시추자료, 지질자료 등을 더 많이 검토할수록 좋은 것은 당연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주어진 시간은 고작 며칠에 불과할 정도로 시간이 절대 부족하기 때문에 애가타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꼭 필요한 자료와 덜 필요한 자료를 신속히 구분하여 당장 필요한 자료는 현지에서 열람·분석하고, 나머지 중요한 자료는 추후에 추가분석을 하기 위해 현지에서 최대한 많은 자료를 입수해 와야한다.

개발도상 산유국들의 경우는 자료 관리가 취약하여 자료의 목록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거나 제공되는 자료도 충분하지 못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현지의 기술 인력이나 담당자로부터 최대한 많은 자료를 제때에 제공받고, 또 자료에 대해 필요한 기술적 설명을 들으려면 기술평가 능력 못지않게 짧은 시간에 숙련된 현지 기술진과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물론 기술자료 분석은 현지에서 돌아온 다음 추가로 수행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현지에서 결론을 내리는 대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현지에서 자료를 검토하여 여러 개의 대상지역 중 하나를 선택하여 참여를 결정하면 적게는 수백만 달러, 많게는 수억 달러의 투자를 하게 되므로, 자료 열람 기간 동안의 심적 부담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만큼 기대치가 큰 것도 사실이다. 이 기간의 작업 결과에 따라 회사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 수도 있기 때문에 자부심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끼면서 기술자료의 평가작업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게된다.

“버려진 광구는 아니겠죠?”

다시 방문한 MOGE 자료실에서 본격적으로 자료 검토를 시작하기에 앞서 나는 MOGE의 기술진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쩌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일 수도 있었다. “서부 해상 7개 광구에서는 그동안 원유나 가스가 발견되지 않았는데, MOGE에서는 여전히 그곳이 유망하다고 봅니까?” 일찍이 외국 회사들이 탐사를 진행하다가 중지하고 떠나 버렸던 서부 해상 광구의 유망성에 대한 질문이었다.

“상업적인 가스전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시추공 분석 자료에서 가스의 징후는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A-1광구를 비롯하여 서부 해상 광구의 탐사가능성은 유망하다고 봅니다.” “서부 해상광구를 탐사했던 다른 외국 회사들이 양호한 사암층이 없다는 이유로 실패라고 결론을 내리지 않았습니까? 사암층의 존재가능성은 있다고 봅니까?” “대우가 기술력을 발휘하여 잘 찾아보기 바랍니다.” 탐사광구 참여를 제의하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유망하다고 얘기하겠지만, 구체적인 유망성과 함께 어떤 광구가 유망한지는 MOGE 기술진도 충분한 지식을 갖고 있지 못했다. 어쨌건 새로운 기회가 주어진 셈이었다.

비록 외국 회사들이 유망성이 없다며 포기하고 떠난 미얀마 서부해상 지역이지만, 우리는 그들이 미처 보지 못한 가능성을 새롭게 찾을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을 가지고 작업을 시작하였다. MOGE로부터 서부 해상 7개 광구에 대한 기술자료를 최대한 많이 입수한 다음, 나는 우리 기술진과 함께 자료를 면밀히 분석하면서 유망성에 대한 조사를 꼼꼼하게 진행하였다.

1997년 말부터 닥쳐 온 아시아 금융위기와 더불어 소위 말하는 ‘대우사태’가 시작됐다. 사진=저자 제공

A-1광구에서 bright spot 발견

미얀마 서부 해상 중의 북부 지역은 비록 상업적 생산이 가능한 가스전 발견에는 실패했지만, 다른 회사가 시추한 시추공에서 가스의 징후는 나타났다. 따라서 이 지역에는 가스를 만들어내는 근원암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이 근원암에서 생성된 가스가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것은 확실하였다. 문제는 가스를 함유할 수 있는 사암과 같은 다공질 암석인 저류암이 존재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가장 북쪽에 있는 A-1광구의 인공지진파 자료상에 가스층의 가능성을 지시하는bright spot이 희미하게 나타났다. 이것은 수 년 전 한국 대륙붕에서 가스층을 발견할 때 보았던 것과 매우 흡사한 특징으로, 가스층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상당한 가능성을 제시하는 중요한 증거라고 할 수 있었다. 우리는 미얀마 서부 해상의 7개 광구 중 bright spot이 나타난 A-1광구에서 가스전을 발견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A-1광구의 광권을 취득하기로 하였다. 당시 미얀마 해상광구의 광권 계약 조건에 의하면 미얀마는 다른나라와 달리 탐사광구에 참여하더라도 의무적으로 시추를 할 필요는 없었다.

1차 탐사기(계약서상 정식 명칭은 Study Period) 동안 기존 탐사자료를 재분석하여 원유나 가스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으면 2차 탐사기로 진입하여 신규 인공지진파 탐사를 실시한다. 그런 다음 인공지진파 탐사자료를 취득하고 분석하여 시추할 만한 유망구조가 있다고 판단되면 3차 탐사기에 진입하여 시추를 하게 된다.

미얀마 해상광구는 미개척 지역 탐사광구로서 리스크는 높지만, 각 탐사기 동안의 작업에서 광구의 유망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해당 탐사기가 끝나는 시점에 얼마든지 철수할 수 있기 때문에 큰 부담없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프로젝트였다. 그래서 우리는 A-1광구의 광권취득을 추진하기로 하고, 1998년 2월 미얀마 정부에 참여 제안서를 제출하였다.

제 1장 미얀마 특명 - 우여곡절 끝에 A-1광구 광권 계약 체결

갑자기 닥쳐 온 대우사태

이런 와중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1997년 말부터 닥쳐 온 아시아 금융위기와 더불어 소위 말하는 ‘대우사태’가 시작되었다. 그룹을 살리기 위한 절박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구조조정에 의해 결국 대우그룹은 해체되고, 1999년 나의 소속 회사인 ㈜대우는 채권단의 관리 아래 들어가게 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석유개발에 대한 꿈을 펼칠 수 있는 기업의 조건으로 도전과 개척 등 모험심을 중시하는 기업 풍토와 기업 최고 책임자의 적극적인 관심과 의지라는 두 가지가 중요하며, 내가 한국석유공사를 떠나 대우로 옮길 때도 그런 조건을 우선으로 꼽았다고 했다.

그런데 꿈을 펼쳐 보기도 전에 대우그룹이 해체되고 ㈜대우가 난관에 봉착하는 사태를 맞았던 것이다.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임직원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회사를 그만두었고, 남아 있는 사람들도 한국 최고의 기업에서 근무한다는 자긍심에 심한 상처를 받으며 회사의 장래에 대해 정부와 채권단의 처분만을 기다리게 되었다. 내가 책임자였던 에너지개발팀은 당시 투자 위주의 사업만을 하는 조직이었기에 상황은 더욱 심각하였다.

이전에 우리 회사의 회계감사를 맡기도 했던 회계법인이 우리 회사를 청산할 것인지, 회생시킬 것인지 저승사자처럼 평가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부서의 책임자들은 물론 대부분의 임직원들도 이 회계법인에서 나온 회계사들에게 회사의 잔존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을 입증하여 회사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했다.

안정적인 국영 기업체인 한국석유공사를 스스로 박차고 나와서 대우에 둥지를 틀었던 나로서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상황이었다. 더욱이 채권단의 관리 체제에 들어가 해외투자가 철저하게 통제를 받는 상황에서 리스크가 높은 석유탐사에 대한 신규 투자는 불가능해 보였다. 그렇지만 이제 겨우 첫 단추를 꿰기 시작했는데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우리는 미얀마 서부 해상광구 탐사 프로젝트가 밑바닥까지 추락한 회사의 회생에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사업 참여를 추진하기로 하고, 채권단에서 파견한 경영 관리단을 설득해 나가기 시작했다.

<다음호에 계속>

 

저자 양수영. 사진=저자 제공

필자 양수영

부산중·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지구과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이학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Texas A&M 대학교에서 지구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선임연구원과 한국석유공사 기술실 지구물리팀장을 거쳐 1996년 대우인터내셔널로 옮겼고, 에너지개발팀장, 미얀마E&P사무소장, 에너지자원실장, 자원개발본부장(부사장)으로 근무했다.

저자 양수영  news@iminj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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