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왕' 강 훈 망고식스 대표 자살,임금체불 심각한 경영난 비관한 듯
매년 프랜차이즈 800개 이상 폐업...본사 발(發) 경영악화, 가맹점 속수무책

25일 경찰에 따르면 강훈 망고식스 대표가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신상언 기자] ‘커피왕’으로 불린 강훈 망고식스 대표가 자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프랜차이즈 과당 경쟁 시대의 그늘이 드리우고 있다.

망고식스·카페베네·로티보이 등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한 프랜차이즈 업체 CEO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재기에 실패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매년 1300개의 프랜차이즈 사업체가 생겨났다가 800개 이상이 사라지고 있다. 평균 영업기간도 5년여에 불과해 프랜차이즈 포화 시대의 그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에 프랜차이즈를 총괄 운영하던 본사와 CEO뿐만 아니라 브랜드 인기에 의존해 영업하던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불안에 떨고 있다. 본사의 경영위기가 곧 가맹점의 위기나 폐업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강훈 망고식스 대표가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사망전 행적으로 미뤄볼 때 프랜차이즈 사업 실패를 비관한 자살로 추정되고 있다. 강 대표는 사망 며칠 전 지인에게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듯한 문자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강훈 대표의 죽음은 프랜차이즈 업계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프랜차이즈가 만연한 시대 경쟁에서 밀려난 업주들의 고통스런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강훈 대표는 지난 1992년 신세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1998년 사표를 내고 김도균 탐앤탐스 대표와 ‘할리스커피’를 공동 창업하면서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에 발을 들였다. 사업 수완이 탁월해 가맹점 증가와 사세 확장에 기여했고 큰 성공을 거뒀다.

이후 2003년 할리스커피를 매각하고 2008년부터는 카페베네에 몸 담으며 가맹점 500호점 돌파, 연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하며 더 큰 성공을 거뒀다. 이후 2011년 카페베네를 퇴사하고 프리미엄 디저트 브랜드 망고식스를 론칭했다.

망고식스는 인기드라마의 PPL(간접광고)에 등장하면서 대중에게 브랜드를 알리며 성장해 나갔다. 론칭 2년 만에 가맹점이 120개 가까이 늘어났으며 2014년에는 매장 수가 150개까지 증가했다. 영업이익 역시 2013년 2억5000만 원 수준에서 이듬해 5억6943만 원으로 2배 이상 성장했다.

하지만 망고식스는 전국에 분포한 수십개의 커피전문점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서서히 밀려나기 시작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훈대표가 운영하던 주식회사 KH컴퍼니의 2015년 기준 부채는 98억1300만 원에 달했다. 자산 81억8313만 원, 자본 마이너스 16억3035만 원으로 자본잠식에 빠졌다.

지난해 4월 ‘커피식스’, ‘쥬스식스’ 등을 운영하는 KJ마케팅을 인수하고 새 브랜드 ‘디센트’로 가맹사업을 새롭게 시작하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망고식스는 60개의 점포를 폐점했고 영업적자를 면치 못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망고식스는 직원들 임금도 체불하는 등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강 대표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는 등 회사를 살리기 위해 고전했지만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선망의 대상이던 대표적 프랜차이즈 1세대 몰락

프랜차이즈 과당경쟁에서 밀려난 사람은 강훈 대표만이 아니다. 강훈 대표가 한때 몸담았던 카페베네를 창업한 김선권 대표도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김선권 전 대표는 지난 2008년 카페베네를 창업하며 프랜차이즈계의 큰 손을 떠오른 인물이다. 김 전 대표가 운영하던 카페베네는 한때 매장 수 1000개를 돌파하고 매출 2200억 원을 달성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성장은 오래가지 못했다. 무리한 사업 영역 확장과 정부 규제가 맞물리면서 2013년부터 사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결국 김 전 대표는 2015년 말 사업을 매각하고 퇴사하게 된다.

카페베네의 매출액은 2014년 연결기준 1412억 원에서 2015년 1210억 원, 2016년 818억 원으로 급락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도 29억 원, 114억 원, 144억 원으로 불어났다. 지난해엔 336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으며 자본총계도 마이너스 148억 원로 돌아섰다. 올 1분기에도 1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3월 말 연결 기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177억 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다.

김 대표는 이번에는 ‘햄버거’ 사업으로 재기를 노리고 있다. 2015년 10월 아는 지인과 ‘토니버거’를 론칭했다. 지난해 말부터는 대표이사직에 올라 본격적인 경영에 나섰다.

프랜차이즈 경영 경험을 살린 덕택인지 토니버거는 론칭 1년 6개월 만에 매장 수 70개 돌파는 물론 지난해 매출 80억 원, 순익 2억 원을 돌파하면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유명인들을 앞세운 공격적 마케팅도 인기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우려의 시각이 쏟아지고 있다. 이미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계도 포화상태라는 것. 설상가상 최근 햄버거병 논란으로 업종에 대한 이미지도 좋지 않은 상태다. 김 대표가 프랜차이즈 과당경쟁의 한계를 극복하고 재기할 수 있을지 다시 한번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선권 토니버거 대표. 사진=뉴시스

'외식과창업' 권주일 대표의 커피번 전문점 로티보이 폐업

커피번 전문점으로 이름깨나 알려졌던 로티보이도 지난 2012년 사업 5년 만에 폐업했다. 로티보이는 ‘외식과창업’ 권주일 대표가 지난 2007년 말레이시아 본사와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국내에 론칭한 커피전문점 브랜드다.

권 대표는 꽤 특이한 이력을 자랑한다. 그의 첫 직장은 여행사였지만 돌연 사표를 낸 후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IHMES(영국호텔학교)'에서 공부하면서 외식사업에 관심을 갖게 돼 '퀸 마거릿 유니버시티'에서 요리경영학 박사학위까지 땄다.

영국 현지에서 일하면서 국내에서 사업을 해보기로 결심한 권 대표는 로티보이를 론칭하게 됐고 국내에 커피번 열풍을 몰고 왔다. 당시 로티보이는 매장 수 100개에 육박할 만큼 번성했지만 지금은 기억조차 희미한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남게 됐다.

당시 권 대표는 경쟁이 과열되는 카페 체인점 시장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새로운 사업에 도전했다. 지난 2011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커피 번은 유행을 타기 때문에 새로운 캐시카우가 필요하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래서 시작한 게 바로 한식 프랜차이즈 ‘곤불향’이었다. 또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던 ‘미스터무시팡’도 론칭했다. '미스터무시팡'은 일본 요리 연구가인 와타나베 유스케가 독창적인 기술로 발명한 빵으로 굽거나 튀기지 않고 증기에 쪄낸 제품이다.

권 대표는 두 브랜드 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며 사업을 론칭했다. 하지만 당시 5곳에 점포를 열었던 미스터무시팡은 현재 강남·용산구에 1개씩의 점포가 남아 있는 상태며 곤불향과 로티보이는 완전 폐점한 상태다.

지난 해 1308개 프랜차이즈 사업체 창업, 66% 문닫아

프랜차이즈 CEO 수난기의 바탕에는 업계의 과당경쟁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브랜드수는 지난 2012년 3311개에서 2013년 3691개, 2014년 4288개, 2015년 4844개, 2016년 5273개로 4년 만에 60% 가까이 급증했다. 같은 기간 가맹점 수도 17만6788개에서 21만8997개로 23%가량 증가했다. 일명 ‘프랜차이즈 버블’(거품) 문제가 극심한 상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1308개의 프랜차이즈 사업체가 생겼고 이중 66%에 해당하는 867개가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3.6개가 생겼다가 2.4개가 사라진 것이다.

과당경쟁은 높은 폐점율로 이어진다. 프랜차이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외식 프랜차이즈의 경우 평균 영업기간이 5년 3개월로 도소매업(9년 7개월), 서비스업(8년)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식 프랜차이즈의 평균 영업기간은 3년 1개월, 피자는 6년 6개월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프랜차이즈 업계 과당경쟁으로 인한 부작용이 영세 가맹점에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상헌 한국창업경영연구소장은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은 각자의 사업자등록증을 가진 영업장으로서 본사의 부도가 영업점의 강제폐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하지만 본사가 지원하던 물류공급·가맹점 관리·경영 지원등이 끊기게 되면서 가맹점들이 자연스럽게 폐업하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설명했다.

프랜차이즈 과당경쟁 방지 대책에 대해서는 “현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강력한 법제 개혁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프랜차이즈 경쟁에 관한 부분도 개선될 것으로 본다”며 “다만 단순히 규제하고 옥죄는 형태의 개선이 아니라 영세 중소 가맹점과 본사가 상생할 수 있는 기본적 원칙하에서의 법률 개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