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심상정 대표 등 여성 리더가 뜨고 있다
‘남자는 퇴물인가?’에 대한 흥미로운 설전과 공감

▲해나 로진/커밀 팔리아/모린 다우드/케이틀린 모란 ▲노지양 옮김 ▲모던아카이브 ▲1만3500원

[민주신문=장윤숙 기자] 여성의 지위와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현대 사회, 남성 지배적인 젠더 시대를 넘어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우위의 시대가 열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2009년 이미 여성이 노동인구의 절반을 차지했다. 가부장제가 공고했던 대한민국에서도 ‘가모장’이란 표현이 낯설지 않고,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 ‘여아 선호현상’도 뚜렷이 나타난다. ‘남자의 시대는 끝났다’는 우리 시대 대표적 페미니스트 4인이 젠더 권력의 변화를 주제로 주고받은 도발적인 설전을 담은 책이다.

‘남편보다 잘나가는 아내’ 또는 ‘일하는 아내와 집안일 하는 남편’이 많아지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의 남편은 아내의 세비로 살림하는 ‘전업주부’다. 개그우먼 박미선의 남편 이봉원은 TV 토크쇼에 나와 “지금은 박미선이 많이 버니까 생활비는 박미선의 몫이다”라고 말한다. TV 오락 프로그램에서는 가모장 캐릭터가 큰 인기를 끌었다. “남자가 조신하니 살림 좀 해야지” “어디 아침부터 남자가 인상을 써?” 등의 ‘미러링’ 화법은 많은 여성의 공감을 얻었다.

정계에도 여풍이 거세다. 새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 남녀 동수 내각을 공약했고 전통적으로 남자들이 자치했던 장관급 자리 곳곳에 여자를 앉혔다. 추미애 더불어 민주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에 이어 바른 정당 대표로 이혜훈 의원이 선출되면서 5당 중 3개 정당 지도부를 여성이 이끌게 되었다.

물론 반박의 여지가 많다. 앞서 언급한 사례가 일부일 수 있다. 여자의 사회 진출이 많이 늘어났지만 평균 연봉에서 남자에 크게 못 미친다. 여전히 정치, 경제, 문화계의 가장 높은 자리는 남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외국의 사례는 어떨까? 실제로 이런 문제가 우리보다 앞서 화두가 된 적이 있었다. 2013년 11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젠더 문제를 다룬 토론이 열렸다. 토론 주제는 ‘남자는 퇴물인가?’ 여자의 부상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남자를 쓸모없는 ‘퇴물’이라고까지 몰아붙이는 건 좀 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토론 행사에 참여한 3,000여명의 유료 관객들도 그랬던 것 같다. 토론 전 진행된 투표에서 토론 주제에 ‘그렇다’고 답한 사람은 18%에 불과했다. ‘아니다’라고 답한 사람이 82%에 달했다. 하지만 토론 뒤에는 깜짝 놀랄 만한 변화가 있었다. 무려 26%가 생각을 바꾼 것이다. 도대체 누가 어떤 주장을 펼쳤기에 이렇게 많은 청중이 생각을 바꿔 찬성하게 되었을까?

우리 시대 대표 페미니스트 4인의 설전을 통해 누구의 주장에 공감하게 되는지, 여풍이 거센 지금 우리나라에서 이런 토론이 열린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생각하면서 읽으면 재미가 배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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