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 간 화해무드가 조성되면서 친이-친박계의 갈등도 누그러졌다. 이 대통령의 ‘복심’ 이재오 특임장관과 박 전 대표의 성역 없는 광폭행보로 당내 분위기마저 따뜻하다. 하지만 이제는 역으로 청와대와 친이계의 불협화음이 고조되고 있다. 직계로 불리는 정두언 최고위원을 비롯해 친이계가 청와대의 방침에 대해 사사건건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친박계에선 이와 관련해 입을 닫거나 청와대를 옹호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최근에 불거진 김윤옥 여사 ‘몸통’ 논란에서도 친박계가 앞장서서 야권에 적극 방어해 이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을 얻었다는 후문이다. 사실상 친이-친박계의 보좌 역할이 뒤바뀐 셈. 이를 둘러싼 청와대와 한나라당 안팎의 속사정을 취재했다.


MB ‘김윤옥 몸통설’ 제기될 당시 늦장부린 친이계에 섭섭함 토로

현정부의 핵심정책 반대 앞장선 직계 대신 “친박이 오히려 낫다”


이명박 대통령의 심기가 연일 불편하다. 여권의 반발 기류로 시작된 감세정책 이슈화에 당혹스럽다가 김윤옥 여사에 대한 로비 의혹이 불거졌을 땐 마침내 화를 내고야 말았다. 친이계에 대한 서운함은 더욱 컸다는 전언이다. 지난 1일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사장의 연임 로비 의혹의 몸통으로 김 여사를 지목할 당시 친이계에서 발 빠른 대처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화를 더 키웠다는 것. 이를 지켜보던 청와대 안팎에선 “친박이 오히려 낫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친박계 활약에 내심 고마움


실제 ‘김윤옥 몸통설’이 제기된 이 날 야권에 적극 방어한 것은 친박계 의원들이었다. 강 의원의 다음 대정부질문자인 이종혁 의원은 “영부인을 겨냥한 막가파식 질의”라고 맞받아쳤고, 뒤이어 등단한 김선동 의원 역시 “강 의원이 그 발언에 어떻게 책임질지 두고 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김 의원의 경우 박근혜 전 대표 비서실 출신의 핵심 인사라 할 수 있는데, 그는 이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있는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서도 “공정률이 내년 6월 이면 90%가 된다”며 야권의 예산 삭감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친박계의 현 정부 감싸기는 이 뿐이 아니다. 앞서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의 말이라면서 “이명박 정부가 한반도 평화의 훼방꾼”이라 말했을 때도 친박계가 반박에 나섰다. 친박계 주요 멤버인 구상찬ㆍ윤상현 의원 등이 “외교관계를 정략적으로 이용한 파렴치한 일”이라면서 사과를 요구한 것. 일련의 과정들을 지켜본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직원들과 TV를 보다가 ‘참 세상 바뀌었다’는 말들을 했다”면서 친박계의 활약에 내심 고마움을 표시했다.

반면 친이계에 대한 섭섭함은 날로 커졌다. 직계로 불리는 정두언 최고위원과 정태근 의원 등이 청와대를 비롯해 당 지도부에도 날을 세워 논란을 키우고 있어서다. 특히 정 최고위원의 비판 수위가 높다는 지적이 많다. 정국의 이슈로 등장한 감세정책을 제기한 장본인이 바로 정 최고위원이었던 것. 그는 지난달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2013년부터 적용되는 소득세와 법인세의 최고세율 인하 방침 철회를 주장했다. 야권의 ‘부자감세’ 주장을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차단하기 위해선 고소득층과 기업에 대한 감세를 철회해야 한다는 게 정 최고위원의 설명이다. 이는 곧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발 기류가 형성됐다. 계파도 초월했다. 논란이 가중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감세정책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입장이 중요 변수로 떠올랐다. 언론에서도 박 전 대표의 입장 발표를 재차 촉구했다. 앞서 정 최고위원은 자신의 감세정책 철회 방침을 박 전 대표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침묵을 지켰다. 친박계에선 박 전 대표가 얘기를 하지 않는 것이 임기 반환점을 돈 이 대통령에 대한 예의라고 설명했다. 서병수 최고위원도 “박 전 대표가 꼭 나서야 될 일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조세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위에서 박 전 대표가 활동하고 있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감세정책에 대한 입장을 밝힐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정가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감세정책 논란이 가시지 않는 가운데, 정 최고위원의 비판은 G20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지난 10일에도 계속됐다. 대포폰 사용 등으로 재촉발된 민간인 불법 사찰 문제와 관련해 당ㆍ정ㆍ청과 함께 검찰을 싸잡아 대응 방식을 문제 삼은 것. 나아가 “당 지도부가 재집권 의지가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면서 안상수 대표를 정면으로 겨냥하는 동시에 ‘몸통’을 밝혀낼 검찰의 재수사를 요구했다.

안 대표는 물론이고 청와대 역시 불만을 토로했다. 정 최고위원의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몸통수사’라는 정 최고위원의 저의라는 것. 그간 친이계 소장파들이 제기해온 주장에 의하면 몸통은 영포(경북 영일ㆍ포항)라인의 수장격인 이상득 의원과 박영준 지식경제부 차관 등 영남 친이계라는 점에서다. 사실상 권력투쟁 3라운드를 예고한 셈이다.

이 같은 당내 불화가 계속되자 당 안팎에서도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친이계의 구심점이 불분명해지면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곧 안 대표의 리더십 부재론으로 이어져 뒷말을 낳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와 달리 김 원내대표의 몸값은 상승세다. 이제 친박계 좌장이 아니지만 여전히 친박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은 물론 당 지도부에서도 하지 못하는 발언을 정 최고위원에게서슴없이 하는 등 정치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안상수 하락, 김무성 상승세


사실 ‘김윤옥 몸통’ 논란을 불러일으킨 강 의원의 대정부 질문이 있던 당시 이 의원의 “막가파식 폭로”라는 맞대응도 김 원내대표의 주문에서였다. 이 의원은 “경제관련 내용을 질의하려 했는데 무성이 형이 워낙 강하게 이야기해 내용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다. 감세정책을 제기한 정 최고위원에게도 “2007년 대선 당시 공약을 만들고 정권창출에 앞장선 당사자가 경제전문가들의 의견도 듣지 않고 감세 화두를 꺼낸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직견탄을 날린 것도 김 원내대표였다.

앞서 안 대표는 “정 최고위원의 제안에 대해 타당성이 있다면 논의해 보겠다는 취지였을 뿐 철회를 염두에 둔 검토가 아니었다”면서 이슈 무마에 안간힘을 썼으나 그 효력은 미비했다. 결과적으로 이 대통령에 대한 친이계의 보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 이 대통령의 서운함이 커지면서 친박계에 대한 고마움은 반비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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