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마다 ‘몸통’ 거론, 실체는 ‘오리무중’


이명박 대통령 일가가 때 아닌 구설에 휘말리면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안방마님 김윤옥 여사가 ‘천신일 게이트’로 명명되는 대우조선해양 연임 로비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되는가 하면 장남 시형씨는 또다시 ‘낙하산 취업’이란 불명예를 안고 말았다. 뿐만 아니다. 이 대통령의 둘째 형 이상득 의원도 대검찰청 중수부가 활개를 띠며 수사 중인 C&그룹 비리 사건에 이름을 올렸다. 물론 이들 모두 “사실무근”으로 입장을 전했으나 불미스런 일에 이름이 거론됐다는 사실 자체에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김 여사와 시형씨가 연루된 의혹에는 각각 이 대통령의 처남 김재정, 동서 황태섭과 큰형 이상은, 매제 김진 등이 줄줄이 엮어져 있어 당사자들의 당혹스러움은 더욱 크다는 전언이다. 이 대통령이 진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남상태의 로비 루트 ‘김재정ㆍ황태섭’ 의혹 여전, 몸통 존재여부 촉각

장남 입사한 (주)다스 특혜논란에 MB 큰형, 매제, 조카까지 도마 위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의 ‘휴전’ 제안으로 자당 강기정 의원으로부터 촉발된 ‘김윤옥 여사 몸통’ 논란은 한풀 꺾였다. 하지만 후폭풍은 여전하다. ‘백업자료’는 있지만 “추가 폭로를 자제하겠다”는 박 원내대표의 발언은 단순한 의혹이 아니라 김윤옥 여사가 연루된 게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을 내놓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김 여사의 의혹이 사실이 아닐 경우 불어 닥칠 역풍을 감안한다면 강 의원 또한 ‘없는 사실’을 제기했을 리가 만무하다는 게 당 안팎의 설명이다. 실제 강 의원은 “출처를 밝히기 어렵지만 상당히 믿을 만한 제보가 있었기에 추적했던 것”이라면서 이번 의혹 제기에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강 의원에 따르면 검찰의 ‘천신일 수사’ 배후의 핵심은 김 여사다.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사장의 비리 의혹과 관련해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의 연루설이 지난 7월부터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천 회장이 하와이에서 일본으로 출국하기까지 방관해오던 검찰이 갑자기 단죄하려 나선 이유가 바로 김 여사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이른바 ‘몸통 자르기’다.


‘믿을 만한 제보’로 자신만만


강 의원이 김 여사를 ‘몸통’으로 보는 이유는 남 사장의 연임 로비 루트 2개가 모두 김 여사에게 닿아 있다는 점에서다. 그 첫 번째 루트는 바로 김 여사의 남동생인 고 김재정씨다. 남 사장은 지난해 1월19일 김씨가 골프를 치다 쓰러져 서울대병원에 입원했을 때 방문한 뒤 김씨의 아내 도움으로 김 여사의 병문안 일정을 알아냈고, 이후 김 여사와 만난 것으로 강 의원은 주장했다.

남 사장의 연임 로비는 같은 해 2월 초에도 계속됐다. 이 대통령의 동서이자 ‘이명박 후원회’ 사무국장을 역임한 황태섭씨의 주선으로 남 사장이 아내와 함께 청와대에 가서 김 여사를 만났다는 것. 남 사장의 두 번째 로비 루트로 황씨가 지목되는 이유다. 강 의원은 김 여사가 두 차례에 걸쳐 남 사장의 연임 부탁을 받은 뒤 2월10일경 당시 정동기 청와대 민정수석을 만나 남 사장의 연임을 얘기했고, 5일 뒤인 15일경 정 수석이 민유성 산업은행장에게 이 뜻을 전달해 마침내 20일에는 남 사장의 연임을 확정지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거액의 사례금이 1,000달러짜리 AMEX 수표 다발로 김 여사와 황씨에게 전달됐다는 점이다. 단순한 부탁이 아니라 대가성 로비인 셈. 결과적으로 천 회장의 검찰 수사는 이 같은 정황을 덮기 위한 것으로 강 의원은 해석했다.

물론 청와대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이 대통령의 처남인 김씨는 남 사장과 수창초ㆍ경북중학교 동창으로 가깝게 지낸 사이이기 때문에 “김 여사와 남 사장이 어릴 때부터 아는 사이인 것은 맞지만 로비 사실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청와대에서 김 여사와 남 사장이 만난 사실이 없다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남 사장 역시 해명자료를 내고 “본인이나 아내나 영부인을 뵌 적이 없는데 어떻게 청탁을 하고, 국가의 지도적 위치에 있는 분들이 움직이고, 금품이 제공되었다는 것인지 반드시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남 사장은 연임을 위해 로비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을 뿐더러 1970년대 초 군대에 입대한 뒤 지난 40여년 간 김 여사를 만난 적이 없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의 비난 수위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청목회 입법로비 의혹에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강 의원의 경우 거취가 불안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선 추가물증 제시가 유일하다. 이로 인해 이번 진실게임의 승패는 수사권을 가진 검찰의 수사 의지에 달려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더더욱 정가에선 청와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의혹을 거두지 않고 있다. 그간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해왔던 것. 사실 남 사장의 비자금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것은 2009년 7월부터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을 압수수색하며 검찰은 사정 신호탄을 쏘아 올렸으나 1년이 지나도록 성과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자 지난 7월6일 강 의원이 “지난 6월 중에 대우조선해양 압수수색 영장을 작성한 후 폐기했다”고 폭로하기에 이르렀고, 이에 이귀남 법무부 장관도 “영장 반려 사실을 국정감사 과정에서 알았다”며 시인한 바 있다.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남 사장의 비자금 조성을 도왔던 임천공업 이수우 대표의 비자금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600억원대 비자금 조성을 포착했다”고 한 뒤 공소장에는 354억원으로 기재했다. 이에 강 의원은 “사라진 300억원이 남 사장의 연임 로비에 쓰인 것이 아니냐” 반문했고, 이 장관은 “기소를 할 때 이수우 대표가 변명을 하다 보니 횡령액수가 빠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비자금의 조성 과정도 중요하지만 비자금의 정확한 규모와 사용처가 명확해야 하는 만큼 강 의원의 날카로운 지적을 받은 검찰이 향후 어떻게 수사를 진행시켜 나갈지 사건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 여사가 곤혹을 겪는 사이 이 대통령의 둘째 형 이상득 의원도 공개적 해명에 나서야 했다. 기소 방침이 결정된 C&그룹 임병석 회장이 이 의원에게 구명로비를 시도한 정황이 포착된 것. C&그룹의 자금사정이 악화되던 2008년 10월, 이 의원은 서울 여의도 R호텔의 한 일식당에서 한나라당 당직자 장전형씨로부터 임 회장을 소개 받던 중 보따리에 싼 상자를 건네받자 크게 화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상자를 열어보진 않았지만 정황상 돈이 들어 있었을 것이란 추측에서다. 재계 안팎에서도 이 의원이 돌려보낸 상자 안에는 5억원 상당의 달러가 담겨 있었을 것이라 보고 있다.

하지만 임 회장과 장씨는 이를 부인한다. 상자에 든 것은 달러가 아니라 고급 굴비였다는 것. 임 회장 측은 매년 명절선물로 유력 인사들에게 영광굴비 한 상자씩 배달해 줬던 만큼 당시에도 추석을 앞두고 있어 이 의원에게 굴비를 선물로 줬다가 이마저도 돌려받았다고 해명했고, 장씨 역시 “임 회장이 내 몫의 굴비상자를 가져와 내가 그것까지 두 상자를 가져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임 회장이 찾아와 서울 마포의 M호텔에서 커피를 마시던 중 이 의원 쪽에서 연락이 왔는데, 임 회장이 같이 가겠다고 해서 데려간 자리였을 뿐 로비를 위한 자리가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이렇게 이 의원의 C&그룹 연루설은 종식됐지만 임 회장이 여권에도 로비를 시도하려 했던 점이 분명해지면서 파문은 더욱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초고속 승진에 ‘또’ 특혜논란


이 대통령의 장남 시형씨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지난 8월9일 현대기아자동차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인 (주)다스에 해외영업팀 과장으로 취업하면서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것. 먼저 승진년한 및 직위체계를 완전히 뛰어넘는 초고속 승진이 문제가 됐다. 이 회사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는 승진년한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이 과장까지 승진하기 위해선 최소 10년이 걸린다. 여기에 시형씨의 연봉 비공개도 의혹을 키웠다.

따라서 일각에선 시형씨의 특혜의혹을 주장했다. (주)다스의 회장이 바로 이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씨이고, 매제인 김진씨가 부사장에 있다는 것. 조카인 이동형씨도 이 회사 경영본부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주)다스 측은 “(시형씨는) 상반기 공개채용에서 면접을 거쳐 해외영업 경력직으로 채용됐다”면서도 “공기업도 아닌 사기업인데 특혜논란이 불거지는 것에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회사 측의 해명에도 논란은 쉽게 가실 기미가 없다. 경력직이라 하기엔 시형씨의 경력은 2006년 외국계 투자회사 UBS에서 1년 정도 근무한 뒤 2008년 11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이 대통령의 사돈 기업인 한국타이어에서 근무한 게 전부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타이어 근무 당시에도 낙하산 논란이 일었던 게 사실이다.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이 시형씨의 셋째누나 수연씨의 남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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