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업체들은 장거리 노선 확대, 대형항공기 도입을 통한 진화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기존 6개 항공사에 한화 등 신규 6개사 진입 노려

과당경쟁 논란에 장거리 노선 추가…생존전략 모색

[민주신문=신상언 기자] 비용절감을 통한 효율화 전략으로 대형 항공사를 위협하던 저비용항공사(LCC. Low Cost Carrier)가 LCC간 과당경쟁이라는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기존 6개 업체에서 추가로 6개 업체가 시장진입을 준비하면서 시장 포화를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이에 LCC업체들은 장거리 노선 확대, 대형항공기 도입을 통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제주항공·에어부산 등 6개 LCC는 대형항공사 일색의 항공시장에서 점유율을 45%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내년부터 줄지어 6개의 신규 LCC 업체가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어 과당경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미국·일본 같은 내수시장이 큰 국가에도 LCC가 7곳에 불과한데 한국시장에 무분별하게 LCC 업체가 난립하면 결국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시선을 내비치고 있다. 정부도 ‘국제항공운송사업’ 면허 요건 강화를 논의하는 등 과당 경쟁을 방지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LCC업계는 지금보다 두 배나 많아질 신규업체와의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 장시간 노선을 확대하거나 대형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대형항공사와의 1차전을 끝내고 LCC업계간 제2차전을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가 저가항공만의 장점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상존한다. 소비자들에게 큰 만족을 주며 성장해 온 LCC 업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아 더 높이 날아오를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형 항공사와 1차 혈전, 2차는 집안경쟁

지난 2003년 국내 최초의 LCC인 티웨이항공이 설립되면서 국내에도 본격적인 저가항공시대가 열렸다. (주)충청항공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문을 연 티웨이항공은 청주국제공항을 기반으로 2005년 청주~제주 노선에 정식으로 취항했다.

이후 2005년 애경그룹과 제주도가 합작해 자본금 150억 원 규모의 제주항공을 설립했고 2007년 에어부산·이스타 항공, 2008년 진에어가 설립됐다. 지난해 에어서울까지 출범하면서 총 6개의 LCC가 대형항공사 일색의 항공업계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LCC는 이름처럼 저렴한 항공료로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켰다. 대형 항공사의 김포~제주 항공권 가격은 주말 편도 기준으로 평균 10만3700원인데 반해 LCC는 8만6000원으로 약 17% 저렴하다.

LCC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효율성 중심의 경영전략을 취했다. 항공료를 낮추는 대신 항공료 가격을 올리는 주범인 무료서비스를 줄였다. 수하물 규정도 엄격 제한해 연료비를 절감했다. 서비스의 질을 낮춘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서비스를 줄임으로써 가격을 내려 소비자의 만족도도 충족시킬 수 있었다.

올해 1분기 기준 LCC 여객 점유율은 45%로 대형사(54.9%)의 아성을 넘보고 있다. 국내선의 경우 LCC(58.3%)가 대형사(41.7%)보다 높은 상황이다. 업계 전반적인 이익률도 2013년 2.4%에서 2014년 5.2%, 2015년 6.7%로 급성장했다.

LCC가 효율적 경영전략으로 선전하는 가운데 대형항공사들은 아시아나항공 금괴밀수사건, 대한항공 기체결함 문제 등 잡음을 일으키며 대형항공사의 자존심을 구겼다.

LCC 업계가 호황기를 맞이하자 6개의 신규 업체가 시장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청주를 거점으로 하는 에어로케이는 한화그룹과 에이티넘파트너스, 부방 등을 통해 자본금 450억 원을 확보하고 항공기 구매와 면허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에어로케이는 올 초 여객기 8대 주문 계약을 체결하는 등 전례없이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어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밖에 강원 양양 거점의 플라이양양, 에어대구(대구), 남부에어(밀양), 프라임항공(울산), 에어포항(포항) 등이 올해 말과 내년 초 취항을 목표로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LCC 과당경쟁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LCC 업계가 그동안 성장세를 구가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5.4%로 전년 대비 1.3%p 하락했기 때문이다. 반면 대형사 이익률은 7.9%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기준 LCC 여객 점유율은 45%로 대형사(54.9%)의 아성을 넘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화 가세한 에어로케이, 여객기 8대 발주

정부는 과당경쟁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해 LCC 설립의 최소 자본금을 현행 150억 원에서 500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등 항공운송면허 요건을 강화할 방침이다.

LCC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면허 요건 강화로 신규 6개 업체가 모두 면허를 따내지 못할 수도 있다”며 “플라이양양의 경우 한 차례 면허 신청 승인이 반려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대형항공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한 LCC업계의 고군분투는 제1라운드였다. 이젠 LCC간 경쟁시대를 맞아 LCC 고유의 영역을 벗어나 한 단계 진화하려는 제2라운드 전쟁이 시작됐다. 일부 LCC업체들은 대형기 도입과 장거리 노선 확대를 통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진에어는 LCC 중 유일하게 400석 규모 대형기를 도입해 2015년부터 하와이(8시간)에 취항했고 지난해엔 호주(9시간)로 영역을 넓혔다. 티웨이항공은 2019년까지 대형 항공기를 도입하고 2020년부터 하와이·호주 등 장거리 노선을 확대할 계획이다.

LCC들은 그동안 규모 중형기(180석~190석)를 경쟁적으로 늘리고 일본·중국 등 단거리 노선 확대에 집중해왔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선 것이다.

진에어 관계자는 “진에어는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서 사업 활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LCC 최초로 장거리 노선과 중대형 항공기 도입으로 눈을 돌렸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며 “이러한 시도가 앞으로 LCC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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