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온두라스 살인사건 전모

▲ 무죄선고 받고 환영만찬에서 온두라스 한인교회 담임목사님과 한지수씨     © 민주신문
외국에서 억울한 누명을 쓴 한지수(27·여) 씨가 1심 재판에서 무죄선고를 받았다. 한 씨는 스쿠버 자격증을 따러 온두라스에 갔다가 살인사건에 연루됐다.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쓴 한 씨는 지난해 온두라스 경찰에 넘겨져 그해 12월 가석방된 뒤 한인교회에서 가택연금 상태로 지내왔다. 한 씨는 언니를 통해 억울한 사연을 인터넷에 알렸다. 이에 누리꾼들은 안타까운 사연을 퍼나르며 한 씨 구명에 힘을 보탰다. 뒤늦게 정부와 대통령이 나서면서 한 씨는 지난 17일 새벽 극적으로 무죄선고를 받았다. 한 씨를 자칫 불귀의 객으로 만들 뻔 했던 사건 속으로 들어가봤다.

무죄, 이 당연한 사실을 입증받기 위해서 너무나도 긴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지난 19일 ‘only for 한지수’ 라는 인터넷 카페를 통해 한 씨는 “그동안 저와 제 가족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주시고, 저의 결백을 믿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고 전했다.그는 또 “11월 5일 판결문이 나오고 20일간의 항소기간을 거치면 고국으로 갈 수 있을 듯 합니다. (온두라스 검찰이) 항소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고 심경을 밝혔다.
 
타지에서 억울한 살인 누명
 
한 씨를 그동안 고국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피 말리게 한 사건은 2년 전 발생했다.
한 씨가 온두라스 로아탄 섬에 도착한 것은 2008년 6월 10일. 다이브마스터 및 강사과정을 밟기 위해서다.
 
다이빙숍에는 7명의 강사가 있었고 댄 로스(31·호주)는 그 중 한명이었다. 먼저 과정을 끝낸 룸메이트들이 출국하자 8월 15일, 돈을 아끼기 위해 댄이 사는 곳으로 이사했다.
 
한 씨의 인생을 바꿔놓은 사건은 8월 22일 발생했다.

한 씨는 다이빙숍 근처에 있는 바(bar)에서 술을 마셨다. 오후 10~11시께 댄이 여자들 몇 명과 바에 왔다. 그 중에 마리스카 마스트(당시 23세·네덜란드)가 있었다. 한 씨는 그때 마리스카를 처음 보았고 간단한 통성명을 했다.
 
바에는 사람이 많았고 한 씨는 다른 일행들과 술을 마시다 밤 12~1시께 집으로 향했다. 댄과 마리스카 역시 바를 떠나고 있음이 보였다.

바에서 집까지는 15분 거리였다. 한 씨가 집에 도착한지 1분도 지나지 않아 댄과 마리스카가 집에 들어왔다. 한 씨는 자신의 방에서 잠을 청했다.

한밤 중, ‘우당탕탕’ 소리에 잠을 깼다. 화장실도 들를 겸 방문을 열었다. 맞은 편 방문에 댄이 서 있었다. 방 사이에 위치한 화장실 문은 닫혀 있었다. 한 씨는 기다렸다. 약 1~2분이 지나자 화장실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지자 마자 마리스카가 통나무가 쓰러지듯 정면낙하 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한 씨는 놀라 서 있었다. 댄이 마리스카를 돌아 눕혔다. 눈썹 끝에 찢어진 듯한 상처가 나있었지만 출혈은 심하지 않았다.

댄은 “얼음과 수건을 가져오라”며 동시에 “EFR(응급 구조 서적)책에서 얼마동안 얼음을 대고 있는지 찾아봐라. 시간을 체크해라”고 지시했다. 시계는 새벽 3시 정각을 가리키고 있었다.

댄은 마리스카에게 엄마의 이름은 무엇이냐 물었고, 마리스카는 대답했다. 마리스카는 입 쪽이 아픈 듯 입에 손을 갖다 댔다. 이가 약간 깨져 있었다. 댄은 마리스카를 거실에 있는 소파로 옮기고 자신도 소파에 누운 뒤 TV를 켰다. 들어가서 쉬라는 댄의 말에 한 씨는 화장실에 들른 뒤 방에 들어가 잤다.
 
진실은 결국 밝혀진다
 
“지쑤! 지쑤!” 댄이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침 6시께였다. 황급히 댄의 방으로 갔다. 댄의 침대에 마리스카가 벌거벗은 채로 누워 있었다. 변이 나온 상태였다. 마리스카는 눈을 뜬 채로 숨을 “헉-”하고 들이쉬고 다시 “헉-”하고 들이시기를 늦은 템포로 반복하고 있었다. 목 주변에 붉은색 점들도 보였다.

당황해 보이는 댄은 “이런 걸 본 적이 없다. 내 침대에 변을 보았다”며 “가서 도움을 청하라”고 외쳤다. 한 씨는 옆집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지만 대답이 없었다. 아랫집으로 가서 문을 두드리는데 위층에서 옆집 사람이 깨서 이유를 물었다. 한 씨는 도움을 청했다.

한 씨는 이어 건너편 주유소로 갔다. “구급차를 불러 달라”고 요청한 뒤 몇몇 사람들과 집으로 돌아왔다. 댄은 방바닥에서 마리스카에게 CPR(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다.
 
댄과 옆집 남자가 마리스카를 들어 남자의 트럭으로 옮겼다. 병원까지 가는 동안 댄은 계속 CPR과 인공호흡을 했다. 댄이 지치자 한 씨가 대신했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마리스카는 응급실로 옮겨졌다. 연락처를 남기고 집으로 돌아온 댄은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한 씨도 도왔다.

다음날 8시께 함께 다이빙숍으로 가서 매니저에게 사실을 알렸다. 매니저는 전화를 통해 마리스카의 사망소식을 들었고 댄에게 전달했다. 얼마 후 경찰이 댄을 데리러 왔다. 한 씨 역시 현지 경찰과 법원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그렇게 사건은 마무리되는 듯 했다. 하지만 한 씨는 2009년 이집트에 머물다가 미국으로 출국하던 중 공항에서 붙잡혀 온두라스 경찰에 넘겨졌다. 마리스카 살해 혐의다.
 
그해 12월 가석방된 뒤 지금까지 한인교회에서 가택연금 상태로 지내왔다. 댄은 사건 발생 후 경찰에 붙잡혔다가 5일 뒤 풀려나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의 노력에 뒤늦게 정부와 대통령이 나서면서 한 씨는 무죄선고를 받았다. 최종 판결문은 11월 5일에 나오고 이후 20일간의 항소기간이 끝나야 사건은 완전히 종결된다.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검찰 측이 항소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또 온두라스에서는 1심 판결이 번복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 희망적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