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마녀사냥’ 논란

여기저기서 ‘마녀’들이 속출하고 있다. 사냥꾼들은 마녀들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됐다. 자신이 사냥한 실체가 마녀가 아니었더라도 상관없다. 수많은 사냥꾼들이 마녀에게 화살을 던졌다. 책임이 분산된다. 사냥꾼들은 마녀를 찾아 이리저리 움직인다. 마녀의 대상도 무차별적이다. 누군가 마녀에게 화살을 던지면 너도나도 우르르 몰려든다. 최근 화제가 된 ‘지하철 난투극’ 동영상과 서초경찰서가 “타블로(본명 이선웅·30)가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발표에 ‘인터넷 마녀사냥’에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 지하철 패륜녀’라는 이름으로 논란을 일으킨 동영상 캡쳐     © 민주신문


 
 
패륜녀가 등장했다. 이번엔 ‘지하철 패륜녀’다. 최근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 동영상 하나가 올라왔다. 이 영상은 ‘지하철 패륜녀’라는 이름으로 순식간에 확산됐다.
 
마녀 잃은 누리꾼
 
영상에 담겨진 내용은 할머니와 10대 여학생이 말다툼 끝에 격렬한 몸싸움을 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겨있다. 두 사람 뿐 아니라 방관하고 있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까지 모두 찍혔다.

동영상으로만 봐서는 사건의 내막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 할머니가 학생에게 폭력을 휘두르지만 학생의 반말 등이 더욱 부각되어 있다. 더욱이 앞서 패륜녀들을 경험한 바 있는 누리꾼들은 진위여부와 상관없이 학생을 거세게 비난했다. 마녀사냥이 시작된 것이다.

누리꾼들은 “패륜녀가 따로 없네”, “여학생이 정상은 아닌 것 같다” 등의 댓글을 남기며 영상을 퍼뜨렸다. 하지만 영상이 확산되면서 당초 여학생을 향해 있던 화살은 어느새 할머니에게 향했다.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의 주장이 쏟아지며 ‘타켓’이 수정된 것이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여학생이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고 사과를 했지만 할머니가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계속 내뱉었고 급기야 폭력을 휘둘렀다는 것. 한 누리꾼은 “2호선 파이터 할머니로 유명하다”며 “자신도 당한 적이 있다고”주장했다.

이에 마녀사냥의 대상이 흔들린 누리꾼들은 당황해했다. 학생에 대한 비판은 할머니에게로 옮겨졌고 이는 또 말리지 않고 동영상을 촬영한 이에게로, 그 외에 방관자들에게로, 우리 사회의 세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로 바뀌었다.

이어 “마녀사냥을 그만하라”는 목소리가 커지며 마녀사냥에 대한 논란이 거세졌다.
특히 8일 서초경찰서가 타블로의 스탠퍼드대 졸업 사실을 확인한 것이 알려지면서 마녀사냥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타블로를 마녀로 지정한 누리꾼과 타블로를 마녀로 만든 누리꾼을 마녀로 지정한 누리꾼들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아니면 말고’ 식 마녀사냥
 
타블로를 향하던 마녀사냥이 왓비컴즈로 옮겨 가며 마녀사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각성하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누리꾼 ‘꿈을xxxx’는 “주먹으로 때리고 면전에서 욕을 해야만 폭력이 아니다. 인터넷을 통해서 인격모독, 언어폭력을 하는 것도 분명 폭력이다. 이것이 여론몰이로 이어져 의혹이 사실로 둔갑하고 확대될 경우 인격 살인에 가까운 무시무시한 폭력이 된다”며 “한 사람의 인격이 살해당했는데도 누구도 이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지탄했다. 그는 또 “‘맞으면 좋고 아니면 그만’ 식의 무책임한 마녀사냥을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과거 지하철에서 애완견의 배설물을 치우지 않고 내려 뭇매를 맞은 ‘개똥녀’의 경우 극심한 우울증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루저녀’ 역시 학교를 휴학하는 등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누리꾼들의 지나친 마녀사냥으로 인해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전락한 것이다. 이들의 정보는 인터넷을 통해 아직까지도 떠돌고 있다.

일단 마녀사냥이 시작되면 그 파장은 쓰나미처럼 몰려온다. 인터넷의 발달로 얼굴과 학교 직장은 물론 집주소, 전화번호 등 무차별적으로 공개된다. 심지어 외국에서는 낙태시술자의 모든 정보가 공개된 ‘뉴렘버그 파일’로 인해 낙태시술한 여러 명의 의사가 살해당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도를 지나친 ‘신상정보 파헤치기’는 애먼 사람을 피해자로 몰기도 해 문제가 심각하다. 더욱이 유사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또다시 회자되며 현대판 마녀사냥은 ‘디지털 주홍글씨’가 되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현대판 마녀사냥은 인터넷과 통신매체의 발달에 의해 그 폐해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한 개인이 휴대전화나 디지털 카메라 등으로 손쉽게 촬영해 불특정 다수에게 배포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한편 누리꾼 ‘hyxxx’는 마녀사냥에 대해 “익명성에 숨어 과격한 면이 있다”면서도 “짧은 시간에 정보를 공유하며 지식을 합해 잘못된 사항을 꼬집어 사회적으로 환기시키는 순기능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반면 누리꾼 luxxx는 “개인 혹은 진실을 진단하는 잣대가 모두가 납득할만한 상식의 범주를 넘어서고 있다”며 “아무리 가해자라도 인권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고 지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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