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 청부살인사건 풀스토리

 
애인을 청부살해한 30대가 붙잡혀 충격을 주고 있다. 3년간 사귄 애인이 집착한다는 이유에서다. 인터넷을 통해 만난 청부살인업자와 치밀하게 범행을 모의했다. 청부살인 업자는 계획대로 여성을 살해 후 암매장했다. 이들은 완전범죄를 꿈꿨다. 그러나 이들의 시나리오는 4년 후 실체를 드러냈다. 장기 미제 실종사건에 대해 재수사에 들어간 경찰은 사건의 결정적인 실마리를 찾았다. 사건 속으로 들어가봤다. 
 
“대신 일처리를 해주실 분.’ 2006년 6월께 인터넷 사이트 지식검색 코너에 글이 올라왔다. 특정한 직업이 없던 최모(35) 씨는 인터넷을 하던 중 우연히 글을 발견했다.
 
최 씨는 그 글이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그렇게 최 씨는 검은 유혹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치밀한 살인계획
 
내용은 간단했다.
3년 동안 사귀었던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싶은데 여자친구가 자신에게 심하게 집착해 그러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해결해 달라는 것이다.

박모(31) 씨가 게재한 글이었다. 박 씨는 지나치게 자신에게 집착하는 여자친구인 김모(당시 23) 씨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박 씨는 2003년 2월께 성남시 소재 나이트클럽에서 김 씨를 우연히 만났다. 이후 이들은 급속도로 가까워지며 3년간 연인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김 씨가 자신에게 집착한다고 느껴지자 박 씨는 김 씨가 버겁기 시작했다.
 
박 씨는 급기야 김 씨를 죽이기로 결심했다. 타인의 정보를 도용해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해 글을 게재했다. 초조한 마음으로 연락을 기다리던 박 씨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최 씨였다.

이들은 서울 강남구 학동역 부근에서 만났다. 박 씨는 여자친구를 살해하면 1,000만원을 주겠다며 청부살인을 의뢰했다. 이들의 범행 공모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박 씨는 최 씨에게 타인의 정보를 건넸다. 최 씨는 건네받은 정보를 이용해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했다. 이들은 이를 이용해 상호 연락하기로 했다. 최 씨는 이 날 착수금으로 100만원을 받았다.

이들은 6월 중순부터 9월 초순까지 3개월 동안 서울 및 성남 등지에서 약 6회에 걸쳐 만남을 가졌다. 오로지 김 씨를 살해하기 위해서였다. 사례비는 만날 때마다 조금씩 전달하는 방법으로 900만원을 지불했다. 

이들은 만취한 여자친구를 살인청부업자인 최 씨에게 넘겨주는 지점, 박 씨의 알리바이 확보 등 상세한 정보를 협의하며 치밀하게 준비했다.
 
심지어 범행 하루 전인 2006년 9월 15일에는 범행 장소를 사전답사까지 했다. 김 씨를 인수·인계할 장소인 성남시 중원구 소재 폐기물 소각장 일대와 김 씨의 집 주변 등을 현장 답사하여 확인했다.

현장답사를 끝낸 박 씨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자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여자친구가 술을 많이 마실 수 있도록 도와 달라. 술값은 내가 지불 하겠다”고 부탁했다.

같은 날, 오후 7시께 성남시 중원구의 한 호프집에서 만난 이들은 즐거운 술자리를 가졌다. 박 씨의 계획대로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이 사실을 알리 만무한 김 씨는 사람들이 권하는 술마다 받아 마셨다. 박 씨의 끔찍한 계획을 모르는 친구들 역시 김 씨에게 술을 수없이 권했다. 어느덧 시간이 한참 흘렀고 김 씨는 만취했다.

박 씨는 김 씨를 집에 데려다 준다며 차에 태웠다. 차에 탄 김 씨에게 “집에 데려다 줄 테니 잠 좀 자라”고 안심시켰다. 하지만 김 씨는 바로 잠들지 않았다. 박 씨는 김 씨가 완전히 잠들 때까지 성남시 일대를 배회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최 씨와 약속한 16일 오전 2시께가 되었다. 박 씨는 서둘러 약속장소인 폐기물 소각장 부근으로 갔다.

최 씨의 모습이 보였다. 계획대로 김 씨를 최 씨의 차량으로 옮기던 중 김 씨가 깨어났다. 이상한 상황에 깜짝 놀란 김 씨는 정신이 들었고 거칠게 반항했다.
 
이에 당황한 이들은 김 씨의 복부를 구타했다. 길바닥에 김 씨를 넘어뜨리고 청테이프 등으로 손과 발을 묶었다. 최 씨의 차량에 김 씨를 강제로 태운 뒤 감금했다.

최 씨는 박 씨의 알리바이 확보를 위해 사전에 공모한 내용대로 피해자의 집 근처로 향했다. 김 씨의 휴대전화를 빼앗은 최 씨는 박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들은 약 38초간 통화했다.

최 씨는 오후 7시께 강원 평창군 오대산에 있는 한 휴게소 부근에서 김 씨의 목을 졸라 살해하고 인근 야산에서 암매장 했다.
 
4년 만에 실마리 찾아
 
19일 김 씨의 어머니는 경찰에 미귀가 신고를 했다.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외출을 한 딸이 4일이 지나도록 연락도 없이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김 씨의 어머니는 걱정과 불안감에 피가 마르는 듯 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수사에 착수했다. 김 씨 휴대전화가 마지막으로 꺼진 오대산 관할인 강원경찰청과 협조해 실종 예상지점에 대한 수색작업을 진행했다.
 
오대산 일대와 경기도 관내 등지에서 수배전단 5,000부를 배포하는 등 광범위하게 수사를 진행하였으나 수사를 진행할만한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은 박 씨 및 주변인물 등도 수사했다. 박 씨는 경찰조사에서 “술에 취한 여자친구를 자신의 차량에 태워 집 앞에서 내려줬다”며 “얼마 후 여자친구가 전화해 ‘집에 잘 도착했고 담배 한 대 피우고 들어가겠다’고 했다”고 미리 조작한 알리바이에 맞추어 진술하는 등 치밀한 면모를 보였다.
 
그는 또 “여자친구가 500만원을 빌려달라고 해서 빌려줬다”며 “돈을 가지고 다른 남자와 함께 도망간 것 같다”고 해 경찰의 수사망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의 시나리오 완벽했다. 김 씨의 행방은 묘연한 채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지는 듯 했다. 4년 넘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던 경찰은 지난달 ‘실종사건 재검토 수사회의’를 통하여 ‘원점에서부터 전면 재수사’를 실시했다.
 
경찰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김 씨의 주변인물, 관련자들을 수사하며 박 씨에 대한 수사도 다시 착수했다.

경찰의 수사망이 다시금 좁혀오자 박 씨는 괴로웠다. 죄책감은 커지고 경찰의 수사로 인해 불안감은 증폭됐다.

경찰은 결국 사건의 결정적인 실마리를 찾아냈다. 박 씨와 함께 술자리를 가졌던 지인으로부터 박 씨가 “여자친구를 죽였다”는 이야기를 했다는 제보를 확보한 것. 박 씨가 불안감과 자책감에 괴로워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주변수사 후 혐의점을 구증했다.
 
경찰은2010년 10월 1일 오전 12시 10분께 박 씨를 긴급체포했다.

피의자 박 씨를 추궁하여 범행일체를 자백 받고 청부받은 피의자 최 씨를 특정하여 검거했다. 김 씨의 시신은 청부살인업자 최 씨가 지목한 야산의 60cm 깊이에서 백골상태로 발견됐다.

성남 수정경찰서는 “4년간의 끈질긴 수사 및 추적으로 자칫 미제사건으로 묻힐 뻔 한 실종사건을 해결했다”며 “추가 범행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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