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원전 1호기(사진 오른쪽) 영구정지 선포식. 사진=뉴시스

원전중지 등 에너지정책 급변 ‘폐로시장’ 눈독

기술 축적 국내 넘어 440조 세계시장도 노려야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고리원전 1호기 영구 정지로 원전 해체(廢爐: 폐로)시장이 국내에서 열리기 시작하면서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블루오션에 닻을 본격적으로 올린 것이다. 에너지업계를 비롯해 대기업들이 신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국내시장 규모는 최소 7조 원, 해외는 440조 원이다.

국내 민간기업으로는 두산중공업, 대림산업, CJ대한통운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공기업으로는 한전kps가 부각되고 있다. 이들 기업이 원전 해체 관련 기술을 보유하거나 원전 해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원전을 짓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원전 해체시장, 이제 개척의 막이 올랐다. <편집자 주>

두산중공업ㆍ대림산업ㆍCJ대한통운이 원전 해체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핵심 기술인 원자로 절단 기술을, 대림산업은 금속구조물 수중해체 절단 및 대형기기 절단 해체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방사성폐기물 운송 업무를 특수 차량을 이용해 중추적으로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이들 기업은 국내에서 원전 해체 기술의 기초를 닦은 후 해외 진출도 가능해 향후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고리 1호기 해체비용은 6437억 원으로 추산된다. 밀폐관리 및 철거에 3918억 원, 중ㆍ저준위방사선폐기물 처분에 2519억 원이 드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원전해제 시장 규모는 해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30년에는 원자로 12기가 수명이 다해 영구정지 될 가능성이 높아 국내 시장 규모는 최소 7조7244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고리 1호기 해체비용을 단순 계산해 추정한 수치로 원전 해체로 인한 갈등비용을 고려하면 최대 12조 원의 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다. 고리 1호기를 제외하고 2030년까지 수명을 다하는 원자로는 고리 2,3,4호기, 월성 1,2,3,4호기, 한빛 1,2호기, 한울 1,2호기다. 2030년 이후부터 2075년까지 영구정지 될 원자로는 한빛 3호기를 시작으로 총 13기이다. 원전해체 시장 규모는 8조 3681억 원 이상이다.

사진=뉴시스

고리원전 1호기 폐쇄 시작 폐로시장 확대

원전 해체시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노후 원전이 갈수록 증가하고 탈핵 흐름도 원전 해체 시장 규모 확대를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30년 넘은 노후 원전이 2020년을 기점으로 현재 가동 중인 438기 원자로 중 절반 이상을 넘는다. 설계 수명 기한을 맞는 원전은 2015∼2019년 76기, 2020년대 183기, 2030년대 127기다. 이들 원전은 1960∼1980년대 세계 곳곳에서 지어진 원전이 대부분이다.

전 세계 원전 해체시장 규모는 440조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프랑스 감사원자료에 의하면 미국, 독일, 일본 등 6개 주요 국가의 원전해체 소요 비용은 1000MW 1호기 기준으로 평균 6546억 원이 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영국 컨설팅 회사 딜로이트도 2030~2049년의 원전 해체시장의 규모를 총 185조원, 연평균 9조 2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 회원들이 지난해 9월 13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핵발전소가 위험하다! 국내 최대 규모 지진 발생”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해 노후 원전 폐쇄와 신규 건설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기에 탈핵 흐름도 원전 해체시장 규모의 확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발단으로 작용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2011년 3월 11일 도호쿠 대지진이 발생하자 후쿠시마 원전은 가동 중이던 원자로 1, 2, 3호기를 중지시키고 4, 5, 6호기는 점검을 위해 이미 가동을 중지한 상태에서 쓰나미로 인해 원자로가 녹으면서 폭발한 사건이다. 이 사고는 원자로 냉각시스템 가동 중단과 도쿄전력이 뒤늦은 대처로 터졌다. 현재도 사고는 진행형이다.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선진국들은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탈핵 여론이 거세지면 원전 폐기에 돌입했다. 최근에는 스위스가 국민투표를 통해 모든 핵 발전소를 폐쇄하기로 결정하면서 탈핵 흐름에 가세했다.

프랑스는 향후 10년 안에 자국 내에서 핵 발전소 퇴역에 돌입한다. 해체할 핵 발전소는 58개이며 최소 540억 유로(68조7549억)가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사업인 시제오(Cigeo) 프로젝트에 들어갈 비용은 250억 유로(31조 8310억)로 추정된다. 독일은 2020년까지 핵 발전소를 전면 폐쇄할 예정이다. 독일은 앞으로 3년 안에 17개 원자로를 해체해야 한다. 해체비용은 380억 유로(48조3831억)로 예산에 편성한 상태다.

사진은 (위쪽부터) 두산중공업 신고리 원전 2호기 1000MW급 가압경수로원자로, 대림산업 본사, CJ대한통운 물류센터 전경 모습. 사진=뉴시스 등

신시장 개막 먹거리 찾는 기업들 몰려

원전 해체시장이 새롭게 열리면서 주목받는 기업은 두산중공업ㆍ대림산업ㆍCJ대한통운이다. 우선 두산중공업은 원전 해체 작업의 핵심 기술인 원자로 절단 기술을 갖고 있어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술은 원자로에서 핵연료를 냉각해 반출하기 위해 필요하다. 방사능 피폭 등 고(高)위험을 안고 하는 작업인 만큼 작업 비용도 가장 크게 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 계통 제염 즉 원자로 구조물에서 방사선을 제거하는 업무 수행능력도 갖췄다.

대림산업은 금속구조물 수중해체 절단, 대형기기 절단 해체 등의 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상황이다. 원전 준공에 참여한 경험도 있어 해체 작업시 수월한 측면이 크다. 현대건설도 같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특수운송차량을 이용한 방사선 폐기물 운반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운송에 있어서 화학물질 등 위험물질을 가장 많이 다룬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이들 기업을 고리 1호기 원전 해체 수행 업체로 주목하고 있다. 산자부가 고리 1호기 영구정지로 파악한 연관 산업체 현황에 따르면 원전 해체 분야는 해체 엔지니어링, 해체 제염, 해체 및 철거, 폐기물관리, 부지 복원, 사후관리 등 총 6개 분야다. 해체 엔지니어링 분야에서는 두산중공업과 현대엔지니어링, 한국원자력연구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해체 제염 분야는 한전KPS가, 해체 및 철거분야는 대림산업과 현대건설, 이화다이아몬드공업이 관련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하거나 운송, 저장하는 폐기물 관리 분야에서는 세안기술, CJ대한통운, 수산인더스트리가 연관 기업이다.

부지 및 환경복원에서는 오르비텍, 원자로 철거 후 방사능 측정 등 기타 분야에서는 금화피에스시, 수산이앤에스 등이 관련분야 기업으로 알려졌다. 원전 해체는 총 6개 분야, 20여개의 산업체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험 미천해 넘어야 할 산 많아

그러나 이들 기업도 넘어야 할 산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원전 해체 무경험이다. 기술은 돈을 들여 확보가 가능하지만 원전해체 경험은 직접 부딪혀봐야 생기는 것이라 고리 1호기 해체에서 어떻게 이를 보완할 것이냐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독일 등 선진국에서 원전해체 경험이 있는 해외업체와의 협력하는 방향으로 고리 1호기 구체적인 해체 계획안에 담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원전 해체 산업은 해체 완료한 경험이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그만큼 위험하고 장시간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해체를 완료한 원전은 19기에 불과하다. 국가별로는 미국 15기, 독일 3기, 일본 1기뿐이다. 이 때문에 방사선 안전관리와 기계, 화학, 제어 등 여러 분야 지식과 기술이 복합적으로 요구되는 산업으로 불리고 있다.

현재 국내 해체기술은 선진국 대비 80% 수준이다. 정부는 600억 원을 들여 2021년까지 100% 국내 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 확보한 원전 해체기술은 58개 중 41개로 모든 기술을 습득하고 고리 1호기 해체 경험을 쌓으면 국내 원전해체 관련 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규모가 크지만 미국을 제외하고 선두 업체가 없기 때문이다.

고리 1호기 폐쇄에 최소 15년 소요

고리1호기 해체는 최소 15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해체 작업은 총 4단계 걸쳐 진행된다. 주민공청회 및 해체계획서 승인이 올해 6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진행되며 사용후 핵연료 냉각ㆍ반출은 2025년 12월까지 작업이 완료될 계획이다. 고리 1호기 본격 해체는 2022년 6월부터 2030년 12월까지 8년 6개월간 작업이 이뤄진다.

부지 복원은 2031년 1월부터 2년간이다. 부지 복원ㆍ최종 해체완료 시점은 2032년 말이다. 복원된 부지는 지역의견수렴, 전문가의 자문 등을 거쳐 재사용 가능한 수준으로 복원한 뒤 녹지, 타 발전시설, 사업용지, 주차장 등 중 하나를 선택해 활용할 예정이다. 고리 1호기 원전해체 작업은 원자로 운영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총괄관리를 진행하며 해체공사는 수행능력을 가진 전문업체에 맡길 방침이다.

정부는 고리 1호기 해체 시 발생하는 사용 후 핵연료 반출 관리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에 안전을 기한다는 복안이다. 고리1호기 사용 후 핵연료는 5년 이상의 냉각을 거쳐 원전 부지 내 마련예정인 건식저장시설로 옮겨 안전하게 관리할 계획이다. 고리1호기 최초 운전 개시일 부터 영구정지 시까지지 발생한 사용 후 핵연료는 총 1391다발이다.

건식저장시설은 올해 하반기부터 지역과 충분한 협의를 거친 후 2024년까지 확보할 예정이다. 최종적으로 사용 후 핵연료는 원전부지 밖에 중간저장ㆍ영구처분시설을 마련해 관리할 계획이다. 현재 국회에는 이와 관련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절차법이 계류 중에 있다.

고리1호기 해체과정에서 발생하는 중ㆍ저준위 방폐물은 1만4500드럼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발생 방폐물은 경주 중ㆍ저준위 방폐물 처분시설에 처분된다. 작업자 안전 확보 방안으로는 방사선 피폭이 예상되는 원자로와 1차 계통 등의 제염ㆍ절단ㆍ분해 등에 있어 원격제어, 정밀진단, 고방사선 차폐 등의 조치를 할 예정이다. 또한 최적의 작업방안을 설계하고, 모형(mock-up)시설을 활용해 작업자의 숙련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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