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감사팀 전창신 사무관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숭의초등학교로 감사를 위해 들어가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신상언 기자] 지난 4월 사립학교인 서울 숭의초등학교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사건을 학교 측이 고의로 축소·은폐하려는 정황이 포착돼 교육당국이 감사에 착수했다. 더구나 탤런트 윤손하 아들과 재벌회장 손자가 연루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26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9~20일 이틀간 특별장학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후속조치로 무기한 감사에 착수했다.

사건은 앞서 지난 4월 20일부터 이틀간 숭의초교 가평 힐링캠프 수련회 활동 중 발생했다. 가해 학생들은 피해자 유모군에게 담요를 덮어씌운 채 플라스틱 야구방망이 등으로 때린 것으로 전해졌다. 또 유군에게 물비누를 건네주며 마시라고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직후 유군은 근육세포가 파괴돼 녹아버리는 '횡문근 융해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 진단을 받아 학교에 출석하지 못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사안을 축소해석하거나 안일한 대처로 일관했다. 유군의 부모는 수련회 활동이 끝난 24일 해당 사건을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도 학교 폭력 사안임을 확인하고 학교 측에 이를 통보했다.

현행법상 학교장은 학교 폭력을 인지한 지 24시간 이내에 교육청에 보고해야 하지만 숭의초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 사고가 발생한 지 20일 가까이 지난 후인 지난달 12일에야 중부지원교육청에 학교 폭력 발생 사실을 보고했다.

또 학교 폭력 사건이 접수되면 지체 없이 학교 폭력 전담 기구를 구성해 조사해야 하는데도 중부지원교육청에 보고하고 3일 뒤인 5월 15일에 학교 폭력 전담 기구를 구성했다. 사건 발생 거의 한 달이 지난 후다. 이 같은 늑장 대응한 탓에 사건을 은폐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지난 12일 숭의초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학교 폭력이라고 하기보다는 심한 장난에 가깝다"면서 '조치 없음'으로 이 사건을 종결했다. 학교 측은 "사건 발생 초기에 피해자·가해자 간 화해 여지가 있었고 5월 초가 연휴여서 보고가 늦었다"고 설명했다.

또 사건 직후 학교 측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탓에 유모군은 폭력사태 후에도 사흘간 가해 학생과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들어야 했다. 유군은 사건이 발생한 4월 20~21일 수련회가 끝나고 24∼26일 가해 학생들과 학교에 출석했다. 학교 측이 폭력 사실을 인지하고도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을 격리하지 않은 것이다.

피해자의 부모는 해당 사건을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도 학교 폭력 사안임을 확인, 학교 측에 이를 통보했다. 사진=뉴시스

학교 수련회서 이불 덮어씌우고 때려

숭의초교가 가해 학생 규모를 고의로 축소했는지도 쟁점이다. 특히 가해자 중 금호아시아나 박삼구 회장의 손자, 탤런트 윤손하의 아들이 들어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파장은 더욱 커졌다.

윤손하 씨는 사건이 불거진 직후 인터뷰를 통해 “방에서 이불 등으로 장난을 친 것이었고, 아이들이 여러 겹의 이불로 누르고 있던 상황은 몇 초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다”며 “야구 방망이로 묘사된 그 방망이는 흔히 아이들이 갖고 놀던 스티로폼으로 감싸진 플라스틱 방망이어서 치명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무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안을 축소 해석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의 비난이 일자 윤 씨는 “저희 아이 학교 수련회에서 발생한 일에 대해 다친 아이와 그 가족, 그리고 학교와 여러분에게 고개숙여 사과드린다”며 “이번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우리 가족의 억울함을 먼저 생각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사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벌회장 손자의 가해 논란에 대해 해당 기업은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별다른 사과나 해명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또 사건 초기 가해자는 3명이라고 알려졌으나 사건 한 달여가 지난 후 피해 학생 보호자가 가해학생이 4명이라고 밝혔다. 추가로 지목된 가해자가 재벌회장 손자로 드러나면서 학교가 사건을 은폐·축소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재벌회장 손자는 나중에 드러나 은폐 의혹

사건의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자 교육당국이 감사에 착수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측의 보고 지연 및 긴급보호조치 미실시 등의 책임소재를 따질 예정이다.

또 특별장학에서 확인하지 못한 가해학생의 고의 누락 여부를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현장에는 교육청 감사관실 특정감사팀 직원 4명이 참여했으며 감사 종료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또 서울시교육청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제대로 구성됐는지 운영상 문제가 없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을 두고 숭의초교 학교폭력대책위 측이 사안을 축소해 ‘조치 없음’이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학부모 대표와 교사, 경찰, 변호사 등으로 구성돼야 하지만 숭의초교 측은 경찰관을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폭력 처리 절차상 문제가 있었는지 재차 확인할 계획이며 추후 감사 과정에서 상황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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