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 친부살해사건 풀스토리

아들이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술주정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아버지를 살해 후 시신을 작은방 장롱 속에 은닉한 채 19개월을 방치해 충격을 주고 있다. 같이 살던 누나(32)는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몰랐다. 아들은 누나를 속이고 엽기적인 범행을 하고도 태연히 생활했다. 어떻게 19개월 동안 범행을 들키지 않을 수 있었을까. 사건 속으로 들어가 봤다.

풍성해야 할 추석, 끔찍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났다.

이모(63) 씨의 형수는 절망했다. 19개월째 연락이 닿지 않았던 시동생인 이 씨가 숨진 채 발견된 것. 이 씨의 시신은 이 씨의 집 작은방 장롱 속, 김장용 비닐봉투에 담겨 있었다.
 
죄의식 없는 엽기 패륜 사건
 
사건은 2009년 2월경 오후, 경기도 고양시에서 발생했다.

술을 마시고 주정을 하는 아버지에 분노를 느낀 아들 이모(30) 씨는 주먹과 발로 아버지를 때리고 목을 졸랐다. 흥분한 아들의 폭력은 계속 됐고 아버지는 결국 숨을 거뒀다.

아들은 아버지의 죽음을 곧바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아버지가 잠시 의식을 잃은 것이라 여긴 아들은 아버지를 방치한 채 외출했다.
 
외출 후 집에 돌아왔지만 여전히 아버지는 깨어나지 못했다. 아들은 아버지가 숨졌다는 사실을 인지했지만 자신의 폭력이 원인이라고 여기진 않았다.

아들은 ‘아버지의 시신을 처리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김장용 비닐봉투를 준비했다. 약 80cm 길이의 김장용 비닐봉투에 사체를 넣어 담았다.
 
성인이었지만 워낙 마른체구였던 터라 가능했다. 50여겹의 비닐봉투를 씌워 테이프로 밀봉했다. 사체가 담긴 봉투는 작은방에 있는 장롱에 넣고 이불과 옷 등으로 덮어 보이지 않게 했다.

아들은 한동안 아버지의 죽음을 누나에게 말하지 않았다. 누나에겐 아버지가 강원도에 볼 일이 있어서 갔다고 둘러댔다. 누나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동생의 말에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사체를 작은 방 장롱에 넣어둔 채 아들은 그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생활을 계속해 왔다. 아무것도 모르는 누나도 마찬가지였다.

평소 아무도 집을 치우지 않았다. 이불과 옷 등은 방바닥에 널려 있었다. 좁은 집은 쓰레기장을 연상케 할 정도로 지저분했다. 누나가 장롱을 열어 볼 일은 없었다.

워낙 지저분하고 열악한 환경이라 좋지 않은 냄새들이 집안 가득 배어 있었다. 더욱이 비염이 있는 누나는 부패한 사체에서 나는 냄새를 전혀 맡지 못했다.

이들 가족은 평소 주변사람들과 왕래가 잦지 않아 이 씨의 행방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없었다. 주민들 역시 ‘요새 통 안보이네’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렇게 아들의 친부살인은 무관심 속에 묻히는 듯 했다.

수개월 후 추석이 다가왔다. 아버지 이 씨의 형수는 추석을 맞아 이 씨의 집을 방문했다.
이 씨는 왠지 모를 오싹함을 느꼈다. 집에선 고약한 냄새가 나고 집은 온통 난장판이었다.
 
장롱 속에는 수상한 비닐더미가 보였다. 시동생인 이 씨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순간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가끔 이 씨는 손과 얼굴이 멍이 들거나 부은 채로 찾아왔기 때문이다. 아들이 그랬다고 했다.

불안한 마음이 엄습했지만 ‘설마 무슨 일이야 있겠느냐’며 집에서 급히 나왔다. 오래 있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이 찜찜했다.

아들은 이후 누나에게 아버지의 죽음을 알렸다.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화장했다고 전했다.
누나는 이 말에도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의 죽음 자체에 대해 특별히 인지하지 못했다.
 
그냥 무덤덤했다. 누나는 죽음이 뭔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누나는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의 지적장애자였다.

그렇게 두 남매는 해가 바뀌어서도 여전한 생활을 유지해왔다. 아버지의 사체는 장롱 속에 그대로 둔 채 19개월이 흘렀다.

또 다시 추석이 다가왔다. 추석을 앞둔 형수는 이 씨가 핸드폰도 받지않고 1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전혀 연락이 되지 않자 걱정스러웠다.
 
이에 형수는 사위에게 작년추석에 이 씨의 집에 찾아갔었던 일과 함께 이 씨가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이야기를 들은 사위는 뭔가 수상한 낌새에 이 씨의 집을 찾았다.
 
암울한 가정환경 탓?
 
이 씨의 친척들은 작은방 장롱 속에 숨겨져 있던 이 씨의 사체를 발견하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이로써 아들 이 씨의 엽기적인 범행의 실체가 드러났다.

경찰에 의하면 사망한 이 씨는 평소 아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생활이 녹록치 않았던 이 씨는 술로 위안을 삼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아들 이 씨의 마음에는 억눌린 분노감이 존재 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어머니는 10여년 전 집을 나가고 아버지는 술에 의존했다. 하나뿐인 누나는 초등학교 저학년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 지독한 가난에 시달려야 했다.

경찰에 의하면 아들 이 씨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가끔씩 일용직으로 노동일을 하며 생활했다. 그마저도 최근에는 하지 않고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냈다.

세 식구는 누나가 모자공장에 다니며 벌어오는 80만원에 의지하며 살아왔다. 지독한 가난에 시달렸지만 정부에 지원을 받지는 못했다.

아버지가 숨진 후 아들은 누나가 벌어온 돈으로 라면과 콜라 등으로 끼니를 때워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집에서 거의 은둔하다 싶은 삶을 살았던 아들은 평소 말이 없고 내성적이며 대인관계도 원만하지 못했던 것으로 경찰은 전했다. 그러다보니 이들 가족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지인들이 많지 않았다.

한 동네 주민은 “아버지가 친척집에 오래 머물고 있나보다 여겼지 그런 끔찍한 일(살인사건)이 일어났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아들 모습도 보기 힘들다. 가끔, 정신이 약간 모자란 누나가 물건을 사들고 가는 걸 봤다”고 귀띔했다.

경찰은 “누나의 지능이 떨어지는데다 친척들과도 거의 왕래가 없어 실종 신고도 없이 19개월 동안이나 범행을 은폐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이 씨의 집은 골목 중에서도 안쪽에 위치하고 있다. 한 사람도 겨우 통과할 수 있는 비좁은 통로를 통해야만 들어갈 수 있다.

평소 이웃과도 왕래가 적어 특별히 이 씨의 집을 찾는 이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씨에 대한 영장실질검사가 있던 지난달 28일, 기자와 경찰서에서 마주친 누나는 약간 멍한 표정으로 말이 없었다.
 
한껏 격앙된 모습의 친척들과는 정 반대의 모습이었다. 자신의 집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들어서 알고는 있지만 사안에 대한 민감도는 전혀 없는 듯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누나 역시 동생의 폭력의 희생자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누나는 현재 기존의 집에서 홀로 거주하고 있다.

한편 아들 이 씨는 경찰조사에서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용의자 이 씨는 “매일 술을 마시고 집안에서 술주정하는 아버지를 견디다 못해 약 5년 전부터 아버지에게 폭력을 휘둘렀다”면서도 “아버지를 홧김에 때린 것은 맞다. 하지만 내가 죽인 것은 아니다. 외출 후 돌아와 보니 아버지가 숨져 있었다. 자신의 살인을 숨기기 위해 사체를 은닉한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장례를 치를 형편이 아니어서 그랬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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