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급 짝퉁 사가라” 권유

세부 현지서 관광객들에게 ‘짝퉁 쇼핑’ 알선, 세관 통과 노하우 전수
하나투어 “일부 관광객 요청에 의한 것” 국가 망신 ‘파문’ 일파만파

 
<국내 굴지의 여행사인 ‘하나투어(대표이사 회장 박상환)’가 해외여행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짝퉁 명품’ 쇼핑을 알선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하나투어 현지 가이드는 관광객들에게 ‘짝퉁 밀반입’ 노하우까지 알려주며 짝퉁 구매를 독려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유명상표를 위조한 이른바 ‘짝퉁 명품’의 심각성이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는 터여서 적잖은 파문이 예고된다. >
 

직장인 강은지(35·가명) 씨가 하나투어를 통해 세부로 떠난 것은 지난달 21일. 3박4일이라는 다소 빠듯한 일정이었지만, 때(추석연휴)가 때인지라 원하는 날짜에 출발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겼다.
 
현지 가이드의 은밀한 제안
 
하지만 기쁨도 잠시. 세부 현지에 도착한 강 씨 부부는 자신들과 함께 현지에서 동행하게 될 일행이 일반 관광객들이 아니라 하나투어 직원과 그 가족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더구나 이들은 1인당 100여만원씩 지불하고 온 강 씨 부부와는 달리, 29만원 정도를 지불하고 왔다는 사실 또한 확인했다. ‘직원 특가로 왔겠거니’하며 이해하려 애썼지만, 3박4일 동안 강 씨 부부는 ‘하나투어 직원 워크샵’에 따라 온 것 같은 불쾌감을 떨칠 수 없었다.

문제는 여행 마지막날 불거졌다. 전날 나이트클럽에 들렀던 일행 중 몇몇이 과음으로 마지막날 아침 늦게 집결하는 바람에 오전 일정 중 일부가 취소됐고, 이어진 관광일정에서도 예정에 없던 ‘짝퉁 명품 쇼핑’을 강요받게 된 것이다.

강 씨에 따르면 ‘짝퉁 명품 쇼핑’은 당초 여행일정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현지 가이드는 “해외 명품을 10%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며 일행들에게 가짜명품 쇼핑을 제안했고, ‘비밀보장’을 담보로 해당 숍으로 안내했다. 특히 현지 가이드는 “상품을 구매하면 포장을 모두 뜯어 제 가방인 것처럼 만들라”고 지시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천공항 세관을 통과할 때 위조상품 반입 적발을 피하기 위한 ‘노하우(?)’를 알려준 셈이다.
현행법상 해외 유명상표를 도용한 가방이나 지갑, 시계 등 소위 ‘짝퉁 명품’을 판매하거나, 상업적 이익을 목적으로 국내로 들여오는 것은 법으로 금하고 있다. 관세청에선 수출입통관과 관련하여 짝퉁 명품 반입을 ‘상표권 침해’로 구분하고, 상표권 침해가 명백한 물품을 들여올 경우 지적재산권침해사범으로 구분해 해당 물품을 상표법에 의거 몰수하고 수출입자를 처벌한다.

관세청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위조상품(짝퉁)은 국내에 들여올 수 없다”고 못박으면서 “다만 비상업적인 용도로 개인이 반입할 경우, 여행자 휴대품 품목 당 1개(전체 2개)에 대해서는 관세청 고시에 의거 통관이 가능하긴 하다. 하지만 소위 ‘짝퉁’이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고, 최근 이같은 짝퉁 유통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개인적으로라도 위조상품을 반입하는 행위는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천공항세관 관계자 역시 “위조상품 등 상표권 침해물품의 반입은 근원적으로 차단되어야 한다”면서 “현재 한국은 ‘짝퉁 천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해외로부터 지재권침해국가라는 인식을 해소하기 위해선 정부, 관련기관은 물론이고 개개인 역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럼에도 유명 여행사에서, 그것도 해외 현지에서 짝퉁을 버젓이 판매하고 관광객들에게 쇼핑알선을 하는 행위는 국가적인 망신”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하나투어 측은 “현지 측 실수”라는 입장이다. 하나투어 홍보실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절대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면서도 “아마 관광객 중 일부가 그런 요구를 해 본의 아니게 짝퉁 숍에 방문하게 된 것 같다. 하나투어는 기본적으로 관광코스에 짝퉁 숍 방문을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하나투어 측 설명과는 달리, 강 씨와 같은 경험을 한 여행객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새삼스럽지도 않은 일”이라는 반응이었다. 올해 하나투어를 통해 두 번이나 세부를 다녀온 한 여성(36)은 “세부에 한국 관광객들이 많아서 그런지, 여행 마지막 날 항상 짝퉁 숍에 들렀다”면서 “짝퉁 숍은 쇼핑센터 2층에 위치해 있는데, 평소에는 영업을 하지 않다가 현지 가이드가 전화를 하면 그때 문을 열고 영업을 한다. 여자 관광객들이 많은 경우라면 거의 그곳을 들른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이같은 어처구니없는 행위는 국내 여행사들의 덤핑 판매경쟁과 현지 여행사들의 덤핑 유치가 어우러져 주로 호주와 동남아 등지에서 성행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대부분 해외여행지에서 현지 여행사들이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비용으로 한국인 관광객을 유치한 뒤, 여행객들에게 짝퉁 쇼핑을 강요, 쇼핑 커미션으로 적자를 메우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유명상표를 위조한 이른바 ‘짝퉁 명품’의 심각성이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굴지의 여행사가 ‘짝퉁 쇼핑’ 알선에 나섰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향후 파장에 귀추가 주목된다.
정소현 기자 coda0314@naver.com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