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권형 방점, 대통령-국회의장 등 "이번이 적기" 의지 피력

지난 4월 12일 정세균 국회의장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개헌특위와의 회동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민의 수렴 국회와 협치…내년 2월까지 합의문 도출 후 국민투표
권력구조·선거구제 개편 등 분권형 개헌 유력..각론에선 진통 예고

[민주신문=이학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여야 5당 원대대표와 첫 오찬 회동에서 내년 6월 개헌을 언급했다. 개헌은 반복되고 있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극복할 수 있는 분권형 권력구조가 유력시 된다. 아울러 합리적으로 국민의사를 담을 수 있는 선거구제 개편 등 다양하고 민주적인 권력구조개편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년 지방선거에서 개헌을 약속했고, 5·18 광주민주화 운동을 헌법정신으로 계승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제민주화, 복지, 환경 등에 대한 국민주권과 국민기권을 대폭 강화하는 개헌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약속대로 개헌이 현실화 될 경우 역대 대통령이 한 명도 지키지 못한 임기 중 개헌 실현이란 의미 또한 있다.

현재의 헌법은 1987년부터 30년 간 우리나라를 지배하는 기본 체제로 작동했다. 이제 사회 각계에서는 1987년 헌법의 유통 기한이 막바지에 달하고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주의를 제도화하고, 국민의 다양한 기본권 신장을 명시한 헌법이었지만 30년이 지나면서 새 시대정신을 담은 헌법을 만들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단순히 의원내각제, 분권형 대통령제 등 권력 구조에 대한 개편을 넘어서 인권과 평화, 통일 등 새롭게 지향해야할 가치를 담은 헌법을 만들자는 요구가 많다. 법학자들 사이에서는 개헌 논의에 대해 단순히 권력구조 개편이 아닌 국민 기본권신장이 담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통령-국회의장 개헌 힘 싣기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기간 동안 제시한 개헌 로드맵은 △2018년 초까지 개헌안을 통과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 △새 헌법에 의한 4년 중임 대통령제 시행은 차기 대통령 선거를 하는 2022년에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 등이다.
문 대통령은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17개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연방제에 버금가는 지방분권 강화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할 수 있는 지방분권공화국,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며 "내년 개헌할 때 헌법에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조항들과 함께 제2국무회의를 신설할 수 있는 합법적인 근거를 마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개헌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제2국무회의 설치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주장한 것으로 문 대통령이 승계해 공약으로 채택했다. 이를 정례화하려면 헌법·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제2국무회의란 표현을 쓰기 위해서도 법률 통과가 선행돼야하므로 청와대는 이날 대통령과 지자체장 모임을 '시도지사 간담회'로 표현했다.

입법부의 수장격인 정세균 국회의장도 13일 취임 1주년을 맞아 "국회 주도로 임기 내 예측 가능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세균 국회 의장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앞으로 1년은 예측 가능한 개헌, 생산적 협치, 민생중심 입법을 중점에 두고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개헌 내용이나 시기,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국민과 함께하는 개헌이 되도록 하겠다"며 "정치적 이슈에 개헌 논의가 휘둘리지 않도록 국회 개헌특위 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개헌의 방향에 대해선 “선거구제 개편을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라며 "개헌의 방향을 크게 말씀드리면 한마디로 분권화가 될 것이다. 중앙에서 입법, 사법, 행정이나 4부 간의 분권, 또 중앙과 지방의 분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앙의 권력을 지방에 좀 더 이양하는 수평적이고 수직적인 분권이 될 것"이라며 "그 권력구조를 대통령제로 하느냐, 분권형 대통령제로 하느냐, 내각제로 하느냐는 국민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각 정파가 합의를 이루면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정 의장은 개헌 추진시 여소야대 정국에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평소에 하는 일과 민생, 이것은 이것대로 처리하면서 개헌 문제는 다른 트랙에서 추진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정 의장은 5·18정신 헌법전문 수록 문제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라면서도 "개헌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잘 합의가 이뤄져야 될 것"이라고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14일 헌법 개정 방향과 관련 "과도한 권력이 집중된 청와대의 권력을 분산시키기 위해 수평적으로는 책임총리제, 수직적으로는 지방정부와의 권력 나눔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날 오후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시정질문에 출석, 더불어민주당 김구현 의원의 질의에 "촛불시민들이 요구했던 것은 결국 나라다운 나라, 분권과 자치에 있다"며 이같이 답했다. 그는 "지방분권과 자치를 저해하는 법령이나 중앙정부 정책, 시행령, 명령, 규칙 등이 고쳐지지 않은 이유는 지방정부를 하나의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는 인식에 있다"며 "전 세계 어느 나라든 지방정부라고 하는데 우리는 자치단체라고 한다. 하나의 종속물이라고 생각하는 인식의 결과물"이라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안 투표 성사 여부에 관해선 "국민적 합의가 대체로 있는 상태로 제 정치세력들이 동의하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도 내년 지방선거까지는 개헌하겠다고 공약했고 오늘도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시도지사협의회간담회에서 비슷한 말을 했다. 어느 때보다도 개헌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핵심적인 내용이 바로 분권형 개헌"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개정 헌법 내용 놓고 진통 예고 

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대통령이 집권 초기 개헌드라이브를 걸면서 정치권의 개헌논의도 그 어느 때 보다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도 내년 2월까지 개헌안을 내놓기로 하고 재가동에 들어간 상태다.
통상 개헌투표까지 대략 4개월여 시간이 소요된다. 개헌안이 2월 발의 될 경우 공고(20일 이상), 개헌안 의결(공고뒤 60일 이내), 국민투표(의결 뒤 30일 이내) 일정도 빠듯하다.
여소야대와 다당제 국회 권력구조 상 개헌을 위한 필수 의석수 확보도 관건이다. 개헌을 위한 국회 의결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국회 300석 중 의결 정족수가 200석 이상은 돼야 하는 것이다. 여야가 개헌이라는 총론에서 합의하고도 각론에서 개헌론을 놓고 이견을 보일 경우 어느 한쪽이 밀어붙이기가 불가능한 구조이기도 하다. 
개헌안에 담을 내용물을 두고도 첨예한 이견이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또한 6.10 항쟁 기념식에선 경제민주화 개념도 담겠다는 뜻도 밝혔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권력구조와 선거구제 개편, 지방분권 확대 등 세부 각론에선 각 정당을 비롯 정당 내에서도 이견이 분출할 가능성도 높다.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지역통합으로 현역의원들이 지역구를 포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득권을 가진 거대 정당의 반발로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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