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롯데 잠실면세점의 모습. 사진=뉴시스

中 관광객 급감 매출 감소…정부는 특허수수료율 인상

동화면세점 vs 호텔신라 주식매매대금청구소송 대전쟁

[민주신문=신상언 기자] 중국 발(發) 사드 보복으로 사상 최악의 궁지에 몰린 국내 면세점들이 이번엔 관세청 발(發) 특허수수료율 인상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일부 면세점은 채무관계로 소송전을 치르는 등 내홍에 빠졌다. 면세점업계가 안팎으로 내우외환에 빠진 모양새다.

지난해 사드 배치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하면서 중국은 금한령, 한국 제품 불매운동 등 갖은 방식의 경제보복을 가하고 있다. 이에 면세점 업계는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설상가상 관세청은 국내 면세점 특허수수료율을 최대 20배까지 인상할 것을 예고하고 나섰다. 특허권을 독점해 이익을 누리는 만큼 이에 합당한 특허수수료율을 내라는 것이다. 한국면세점협회는 특허수수료율 인상은 부당하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면세점을 향한 외풍은 업계 간 내홍으로 번지고 있다. 호텔신라는 동화면세점의 최대주주인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과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김 회장이 동화면세점 주식을 담보로 호텔신라 측으로부터 돈을 빌렸으나 채무관계를 정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 회장 측은 애초 계약대로 담보로 제시했던 주식을 가져가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신라 측은 현행법상 주식을 매수해도 경영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내우외환에 빠진 면세점업계는 황금알 낳는 거위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최근 인천공항 DF3 구역 면세점 입찰 건은 5차례나 유찰됐다. 경쟁에 참여하려는 업체가 없어 입찰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새 정부 들어 중국과의 경색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특사를 파견하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금한령조차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다만 오는 8월 한·중 수교 25주년 행사 등이 예정돼 있어 이를 계기로 면세점들이 반등을 노릴 수 있을지 업계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5차례 유찰

지난해 말부터 경북 성주에 사드 배치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중국 발 경제 보복이 본격화됐다. 중국 내 롯데마트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나는가하면 한국으로의 관광을 금지하는 이른바 금한령이 내려질 만큼 경제보복의 수위는 높아져갔다.

19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관광목적의 중국인 입국자수는 올해 1월 48만9000명을 기록한 데 이어 2월 45만9000명으로 6%가량 감소했다. 이어 금한령이 내려진 3월에는 관광객 수가 26만4000명으로 42%가량 급감했다.

4월 들어 15만9000명으로 줄어 39% 감소폭을 보였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3월과 4월에 각각 40%, 66% 급감했다. 법무부는 중국 노동절 연휴였던 지난 4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2만6000여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분의 1로 줄었다고 발표했다.

통상적으로 면세점 매출 중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70%인 점을 감안하면 매출에서 상당한 타격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의 지난 3~4월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5%나 감소했다. 신세계면세점의 지난달 매출도 2월 대비 20~30% 줄었고 신라면세점 등 주요 면세점들 역시 이 기간 매출이 20~30%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뿐만 아니라 영업이익률 측면에서도 꽤 타격이 크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2015년 영업이익률이 각각 9%, 7%였으나 지난해에는 6%, 3%로 내려앉았다.

면세점들은 궁여지책으로 영업점을 축소하거나 단축영업을 실시하고 있다. SM면세점 서울점은 기존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 총 6개 층을 운영해왔지만 최근 지상 1층부터 4층까지 4개 층만 운영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꿨다.

두타면세점도 오전 2시까지 영업해왔지만 지난해 12월부터는 영업 종료 시간을 자정까지로 변경했다. 최근에는 1시간 더 축소해 밤 11시까지로 영업시간을 줄였다. 지난 1일부터는 영업 층수도 9개에서 7개 층으로 변경했다.

한화갤러리아는 면세점사업 적자로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 올해 1월부터 임원은 연봉 10%를 자진 반납하고 있다. 2월부터는 부장과 차장급 등 중간관리자들이 상여금 100%를 자진반납하고 나섰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현재 면세점 업계는 어려움에 처해있는 게 사실이다”며 “회사 차원에서 자구책을 마련하고자 임금 반납 등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불황을 타개하고자 최근 명품 시계 브랜드를 입점시키거나 63레스토랑 위크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최선의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호텔신라 측은 동화면세점의 최대주주인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을 상대로 주식매매대금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사진=뉴시스

업계 1위 롯데면세점 매출 25% 감소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피해를 본 면세업계는 이번에는 정부로부터의 압박에 직면했다. 지난해 12월 기획재정부는 면세점 특허수수료율을 현행 매출액 대비 0.05%에서 매출액 규모별 0.1%∼1.0%로 최대 20배 인상하는 관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기 때문이다.

관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2000억 원 이하 매출 사업자는 0.1%의 특허수수료를 내야 하고 2000억~1조 원 매출 사업자는 매출의 0.5%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 1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릴 경우 특허수수료율이 1.0%로 두 배 상승한다.

정부안이 그대로 실행될 경우 면세점 업계에서는 기존 대비 최대 20배가 넘는 수수료를 납부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반면 정부가 거둬들이는 수수료 수입은 지난해 44억 원에서 올해는 553억 원으로 1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면세점이 ‘특허’를 기반으로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이익환수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특허수수료율 인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궁지에 몰린 면세점들도 헌법소원을 제기하며 반격에 나섰다. 특히 5년으로 단축된 특허 기간 연장에 대한 관세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무산된 반면 아무런 보완책 없이 수수료만 올려 내야 하는 상황에 큰 불만을 품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특허수수료율 산정 근거를 문제 삼았다. 면세점 사업은 특허부여만으로 초과이익이 보장되지 않는데도 특혜를 이유로 과도한 특허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면세점 사업의 영업이익률은 지난 2014년 기준 7%대에 불과하다.

백화점이나 호텔업 등 비특허사업 부문도 영업이익률이 각각 7%, 8%을 나타내고 있어 면세점이 특혜를 받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게 면세점업계의 주장이다.

동화면세점 VS 호텔신라 벼랑끝 소송

면세점 업계가 적군인 중국과 아군인 우리 정부로부터 이중고의 어려움을 겪자 이젠 국내 업체들끼리 내홍에 휩싸이는 분위기다.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은 지난 2013년 자신이 보유한 동화면세점 주식을 담보로 호텔신라로부터 돈을 빌렸다. 호텔신라는 동화면세점의 주식 19.9%(약 600억 원 규모)를 매입하고 3년 만기 풋옵션(매도청구권)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3년이 경과한 지난해 6월 호텔신라 측은 매입한 주식에 해당하는 돈을 요청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현금 대신 담보로 맡긴 주식을 가져가라고 호텔신라측에 통보했다.

이에 호텔신라 측은 동화면세점의 최대주주인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을 상대로 주식매매대금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호텔신라 입장에서는 현행법상 대기업으로 분류돼 중소면세사업자인 동화면세점 경영권을 넘겨받아도 운영을 할 수 없는 상태다. 굳이 주식으로 받을 필요가 없는 것.

하지만 김 회장 측은 주식매매계약과 질권설정계약에 따라 담보 지분을 호텔신라에 귀속시키겠다고 통보한 만큼 호텔신라의 소송 제기는 명백한 계약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 소송은 호텔신라와 김기병 회장 개인간 채권·채무에 관한 소송이다”며 “사측은 김기병 회장이 채무 변제 능력이 있다고 판단해 투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의 주장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면세업계는 내홍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이뤄져야 할 시장경쟁구도조차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면세점 DF3 구역의 사업자 선장 입찰은 벌써 5번이나 유찰됐다. 지난 8일 인천국제공항 측은 입찰 신청 마감 결과 참가 신청서를 낸 업체가 신세계 단 한 곳이라고 발표했다. 국가당사자계약법 시행령에 의하면 경쟁입찰은 최소 2개 이상 업체가 참여해야 유효하다.

현재 롯데면세점은 DF1(향수·화장품) 구역의 사업자로 선정된 상태라 DF3 구역에 참여할 수 없다. 호텔신라도 DF2(주류·담배·포장식품) 구역 사업자로 선정됐다.

따라서 신세계, 한화갤러리아, 두산면세점에서 입찰에 참여해야 하지만 도저히 참여 여력이 되지 않아 입찰을 포기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측에서 세 차례에 걸쳐 임대료를 10%씩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업체들은 쉽사리 손을 뻗지 못하고 있다. 공항공사는 이번에도 유찰되자 유일한 신청 업체인 신세계와 수의계약을 맺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출구전략 찾기도 만만찮아 발만 동동

면세점업계는 전례 없는 위기를 겪고 있지만 사드 보복 등 경색 국면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정상과 전화통화를 하고 이해찬 중국 특사가 중국을 방문하는 등 중국 달래기에 나섰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없다.

19일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중국당국은 최근들어 중국 롯데마트 일부 매장에 4차 영업정지를 통보했다. 그동안 폐쇄됐던 중국 롯데마트 홈페이지가 최근 다시 가동되면서 개선 분위기가 조성되는가 싶더니 실제 경제보복은 여전한 분위기다. 금한령도 굳건한 상태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 사드 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받게 함으로써 이미 국내에 반입된 나머지 4기의 배치를 지연시키고 있다. 오는 8월에 한·중 수교 25주년 행사 앞두고 있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이뤄질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면세점은 외부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이 있다”며 “현재 업계 불황은 사드·금한령 등 여러 가지 사안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업계 전망에 대해 쉽게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중국과의 정치·안보적 문제를 잘 해결해 금한령이 해제되고 업계도 조속히 예전 실적을 원복할 수 있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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