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남성 유혹하는 데이트 바

서울 강남 일대에 일명 ‘데이트 바’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이곳은 기러기 아빠 등 외로운 남성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대화녀와 독립된 공간에서 1대 1로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곳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 한편 ‘대화녀’를 하겠다는 여성들도 급증하고 있다. 목돈 마련을 위해 대화녀로 일하려는 젊은 여성들과 그녀들과 대화를 나누며 외로움을 달래려는 남성들로 붐비고 있는 데이트 바의 실태를 취재했다.

5년째 기러기 아빠로 살던 A(47)씨는 최근 외로움에서 벗어났다. 데이트 바에서 만난 대화녀를 만나고서 부터다.
 
사실 A씨는 데이트 바라고 해서 신종 변태 유흥업소인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가보니 묘한 위안과 함께 아쉬움이 남았다. 그 뒤로 A씨는 2주에 한 번씩 데이트 바를 찾고 있다.
 
기러기 아빠 안식처?
 
A씨가 데이트 바를 알게 된 것은 기러기 아빠들이 모이는 한 인터넷 카페에서였다.
 
이곳에서 활동하는 거의 모든 기러기 아빠들이 자신과 같은 과정을 거치며 비슷한 고통을 호소하다 보니 공감대가 형성됐다. 되도록 한두 달에 한 번씩 열리는 정기모임에도 빠짐없이 참석했다.

그 날도 정기모임에 참석했다가 데이트 바에 다녀온 B(42)씨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그냥 웃어 넘겼지만 며칠이 지나도 호기심으로 남아 있었다.

그렇게 며칠 후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문득 데이트 바가 떠오른 A씨는 혼자 데이트 바를 찾았다.

솔로들을 위한 전용술집 데이트 바는 ‘대화녀’라고 불리는 여종업과 독립된 공간에서 1대 1로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곳이다. 룸살롱 등에 싫증을 느낀 기러기 아빠들이 많이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아가씨를 한명 지목해 1대 1로 ‘프라이빗바’에서 술자리를 가졌다. 대화녀라 불리는 술친구와 대화를 나누는데 기본 한 시간에 10만원을 지불해야 했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제법 이야기가 통했다. 돈이 아깝지 않았다. 맥주와 간단한 안주는 무제한 제공됐다.

자신의 고민을 진심으로 들어주고 웃기지 않은 농담에도 잘 웃어주는 대화녀의 반응에 들뜬 자신의 모습을 보며 한편으로 씁쓸한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데이트 바를 이용한다는 또 다른 50대 초반의 한 남성은 “가정에서 치이고 회사에서 치이다 보면 삶이 황량하다. 체면 때문에 속내를 털어놓기도 힘들다. 그렇다보니 늘 외롭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러던 중 우연히 데이트 바를 알게 됐는데 술에 대한 부담감도 적고 대화녀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느새 위안을 받고 웃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고 털어놨다.

업계 관계자들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는 물론이고, 손님들과 원활한 대화를 위해 대화녀들에 대한 철저한 서비스 매너 교육을 시키고 있다.
 
대화녀들 역시 일을 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교양지식은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데이트 바에는 대화를 나누려는 손님들이 많이 온다. 사실 강남 일대만 해도 퇴폐적 서비스를 하는 바나 유흥업소들이 널려있다.
 
데이트 바는 유흥업소에 질린 외로운 남성이 편하게 와서 기분전환하고 갈 수 있는 곳이다. 그렇다 보니 뜨거운 서비스나 진한 스킨십 보다는 진솔한 대화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가끔 꼴불견인 손님들도 있다. 대화를 나누다 간단한 스킨십정도는 허용된다.
 
하지만 도를 지나쳐 가슴 등 신체 은밀한 부위를 심하게 만지려고 하는가 하면 치마 속 등 몰래카메라를 찍으려는 남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화를 나누다 통한다 싶으면 “사귀자”고 말하는 남성들도 많다. 또 절반 정도의 손님이 은밀하게 성매매 제의를 해온다고 한다.
 
아무리 친절하고 매너 있다고 해도 사적인 만남은 엄격하게 금지 돼 있다.
 
목돈 욕심에 덜컥
 
“손님들이 사귀자는 건 대부분 엔조이를 의미한다. 가끔 정말로 마음이 통하는 손님이 있기도 하지만 일일 뿐이다. 솔직히 사귀는 건 힘들다”고 아름(27·가명)씨는 말했다.
 
대화녀로 일하고 있는 아름씨는 6개월 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새로운 일을 하고 싶은 이유에서다. 그 일을 시작하기 위해 자격증을 따러 학원에 다녀야 했다.

막상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직장을 그만뒀지만 생활이 막막했다. 학원비, 수업에 필요한 도구를 사는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거기에 생활비와 적금, 보험료 등 수입은 없고 지출은 많았다.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고민하던 중 지인의 소개로 데이트 바에서 일하게 된 것이다.

“사실 처음엔 술집 접대부 같은 일은 아닐까 겁이 났다. 하지만 막상 일을 해보니 나름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있다”고 털어놨다.
 
아름씨에 의하면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많은 정보를 습득하며 견문이 넓어졌다는 것이다.

대화를 통해 많이 배웠다는 아름씨는 가끔은 카운슬러가 된 것 같은 뿌듯함도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딱딱하고 공식적인 자리가 아닌 만큼 남들에게 말하기 힘든 손님들의 ‘속내’까지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딱히 도움이 되지는 못하지만 진심으로 들어주고 가끔 조언도 해주면 손님들이 큰 위안을 받는 것 같아 자신도 힘이 생긴다고 했다.
 
아름씨는 “낮에는 자신의 미래를 위한 공부를 하고 밤에는 인생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아름씨 뿐 아니라 데이트 바에서 일하는 대화녀들은 대부분 낮엔 직장에 다니거나 피팅모델, 인터넷 쇼핑몰 운영 등 투잡족이다.
 
또 자기계발 중이거나 대학생들도 많다. 이들 대부분은 새벽 3시에 퇴근해 다음 날은 자신을 위해 시간을 투자 하고 있다.

장미(22·가명)씨는 “밤에는 일하고 낮에는 학교에 다닌다. 학비를 벌기위해선 어쩔 수 없다. 대학 졸업 후 내가 원하는 직장에 들어갈 때 까지 계속 이 일을 할 예정이다"며 "시간을 많이 뺏기지도 않고 그렇다고 술을 많이 마시지 않으면서 고수익을 보장 받을 수 있어서 좋다”고 털어놨다.

한편 유리(24·가명)씨는 섹시 바에서 일하다가 된통 당한 기억에 다시는 유흥업소 관련해서는 일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커져버린 씀씀이를 감당하기 위해서 다시 눈길을 돌렸다. 그러다 데이트 바에서 일하게 됐다.
 
유리씨는 “섹시 바에서처럼 속옷만 입고 일하지 않아도 되고, 손님들과 이러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란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귀띔했다.
 
그녀는 데이트 바에서 일하면서도 미래를 꾸준히 준비해 현재 데이트 바를 그만두고 병원 코디네이터로 근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대화녀들은 한 달에 보통 300만원을 번다. 술을 많이 먹지 않아도 1 시간에 10만원의 비용 중 5만원이 대화녀의 몫이다.
 
이렇다보니 대화녀를 하겠다는 문의 전화가 줄을 잇는 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렇듯 외로운 기러기 아빠들과 그들을 지갑을 노린 이들로 데이트 바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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