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신상언 기자] 현대사회는 ‘노동으로 돈을 버는 세상’이 아니라 소위 ‘돈으로 돈을 버는 세상’이다. 부지런히 출근한 노동의 대가로 적금 부어 재산을 불리던 시대는 지났다.

시중은행 적금 이자는 1년에 고작 1~2%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이가 월급 모아 부자가 되기란 쉽지 않은 시대가 됐다.

반면 자산가들은 각종 금융투자와 부동산 투기 등을 통해 재산을 빠르게 증식해 나간다. 임대업 또한 자산가들이 고수익을 창출하는 수단 중 하나가 됐다.

자산가들의 ‘돈 놓고 돈 먹기’ 과정에서의 먹잇감은 늘 서민들이다. 주식시장에서 거대자본의 먹잇감은 개미투자자요, 임대업자들의 착취대상은 집 없는 서민 임차인들이다. 그러한 일방적인 착취관계는 자본가와 서민들의 격차를 더욱 벌어지게 만들어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얼마 전 하림그룹 김흥국 회장이 자신의 아들에게 회사를 편법승계 한 게 문제가 됐다. 하림그룹뿐만 아니라 과거부터 수많은 기업들과 자산가들이 그들의 자손들에게 부를 물려주기 위해 온갖 편법을 동원해왔다. 쉽게 부를 물려받은 자본가의 후손들은 또다시 노동 아닌 돈으로 돈을 벌며 노동으로 밥벌어먹는 서민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있다.

부를 가진 자본가들의 탐욕만이 문제가 아니다. 은행 등 거대자본집단의 탐욕도 끝이 없다. 태생 목적 자체가 돈으로 돈을 버는 것이기 때문에 일말의 자비도 없다. 시중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올리고 예금금리는 낮추면서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팍팍하게 만든다.

한국경제의 뇌관이라 불리는 1400조 원의 가계부채는 가계에는 부담이지만 반대로 은행에는 이자를 창출해내는 꿀단지 역할을 하고 있다. 대출 규제에 나서 가계부채를 줄이겠다는 정부 정책을 금융자본집단이 썩 반기지 않는 이유다.

새 정부 들어 국민 통합, 양극화 해소, 서민 중심 정책 등이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아직 비전만 제시된 상태라 국민들이 거는 기대는 더욱 크다. 지금은 정부가 내세운 비전처럼 모든 것이 이뤄질 것만 같은 시기다.

하지만 양극화 해소의 시작은 부를 가진 1% 자본가들의 양심과 시혜정신에서부터 시작된다. 계획은 정부가 세우지만 결국 실천은 자본가들이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규제한다고 다 이뤄져온 것도 아니다. 정부 정책에 대응해 늘 편법이 존재해왔고 그마저 여의치 않을 땐 자본가들의 반발로 규제안 자체가 무산되곤 했다. 결국 1% 부자들이 바뀌지 않으면 정부의 강력한 규제도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는다.

하림그룹 회장의 편법 승계 기사에 수천 개 이상의 비난 댓글이 달리고 그것이 도덕적으로 법적으로 하자가 있다고 해도 편법 승계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자본가 스스로의 시혜정신이 선행돼야 정부정책의 실현가능성도 높아진다. 정부는 강력한 규제안을 마련하는 것과 더불어 자본가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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