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허홍국 기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에서 비롯된 사회 양극화와 차별, 직업 안정성 등의 폐해가 심각하다는 진단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5월 장미대선에서도 공약으로 다뤄질 만큼 중요한 사안이었다. 그만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 달 26일 김영배 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이 말한 “개별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비정규직은 안 된다는 인식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발언을 언급하며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경총도 비정규직으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 중 한 축”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의 노동 유연성이 비정규직 문제의 폐단을 낳았다는 진단이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양극화와 차별은 국내 굴지의 한 완성차 제조기업을 예로 들면 명확해진다. 같은 자동차 조립 생산 라인에서 근무하지만 비정규직 근로자는 3000만원 안 되는 연봉을, 정규직 근로자는 1억 원 대의 연봉을 받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연봉 차는 3배가 넘는다. 이 같은 현상은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도 마찬가지이다. 비정규직의 설움은 사회의 적폐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모든 산업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일은 사실상 어렵고 불가능하다. 더욱이 4차 산업혁명으로 불어 닥칠 일자리 감소 역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발생하는 기업의 비용 부담과 신규 일자리 감소도 재고해야 할 일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분명 필요하지만 산업현장과의 현실과 괴리가 작지 않기 때문이다. 일방적인 시행에 따른 기업부담과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경영자총협회 등 재계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현실 가능한 범위 안에서 시행하자는 것이고 노동 유연성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재계는 정규직 전환 요구의 본질은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에 있고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요소를 해결해야 하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기업들도 지금까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소홀히 여겨왔던 점을 되돌아 봐야 한다. 기업 현금 보유량이 증가해도 고용에는 인색했다. 지난해 1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이 550조원을 돌파해 사상 최대 유보율 4000%를 넘어섰지만 오히려 직원은 줄였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자산 상위 30대그룹 전체 계열사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한 직원 수는 작년 말 130만5939명으로 1년 전의 132만1008명보다 1만5069명 감소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 정규직 전환을 통한 고용안정과 임금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제도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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