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할 관공서 관계자 70여명에게 매달 10~30만원씩 상납 의혹

신문게재일자: 2005. 10. 17


삼성중공업이 산재은폐를 위해 관련 공무원들에게 주기적으로 상납을 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본지에서 입수한 삼성중공업의 내부문건 ‘공무원 상납명세서’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그동안 거제조선소 관할 관공서 관계자 70여명에게 10~30만원씩 주기적으로 상납을 해왔다.
이 문건을 제공한 삼성중공업 퇴직자 출신인 최모씨는 “상납명세서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의 환경안전 부서에서 작성한 것으로 삼성중공업이 산재를 은폐하기 위해 관련 관공서에 매달 상납을 해왔음을 짐작케 해 준다”며 “이 문건은 삼성중공업 환경안전 부서에 근무하다 퇴직한 관계자로부터 입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어용노조 위원장이었던 최씨는 “삼성중공업이 사업장에서 수많은 산업재해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관련 관공서에 상납을 통해 입막음을 하면서 산재가 대부분 은폐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수차례 노동부에 이러한 사실을 건의했는데도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 것도 바로 주기적인 상납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상납명세서’에 따르면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지방노동사무소, 산업안전공단, 근로복지공단, 소방서, 경찰서 등의 고위관계자와 실무책임자 70여명에게 매달 10~30만원씩 1,000여만원에 이르는 상납이 이뤄졌다.
명세서에 포함된 관공서는 대부분 산업재해와 관련된 기관들이고, 상납을 받은 공무원들은 산재 및 노동 관련부서에 근무하고 있는 실무책임자들이다.
명세서를 작성한 거제조선소 환경안전팀은 산재가 발생할 경우 원인 분석과 사고 처리 등 산재 전반을 담당하고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그동안 이 부서에서 산재은폐를 위해 관련 공무원들에게 상납을 직접 담당했다는 게 최씨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이 문건은 당시 환경안전 담당자가 부서회식비 등으로 쓴 것을 메우기 위해 임의대로 작성한 것”이라며 “실제 관공서 관계자들에게 상납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최씨가 이 문서를 가지고 검찰에 고발했었는데 검찰 조사에서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삼성중공업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회사의 공식적인 문서를 조작했던 환경안전팀 담당자와 허위사실을 유포했던 최씨가 처벌을 받았어야 하지만 상납건은 단순 ‘무혐의’ 처분으로 마무리됐다.
이에 대해 최씨는 “X파일로 인해 삼성이 (검찰)중앙에서도 로비를 해왔는데 지역경제를 먹여 살리는 지방에서는 삼성의 파워는 실로 엄청난 것”이라며 “상납명세서에 대해서도 검찰이 조사는 했지만 ‘삼성 봐주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산재은폐 후 ‘공상처리’ 의혹도

상납 의혹과 함께 삼성중공업이 산재은폐를 위해 산재사고 환자에 대해 일반 공상처리를 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최씨는 “현재까지 산업재해로 입원한 환자들 대다수가 수술까지 받고도 산재 처리가 되지 않고 일반 공상처리가 되고 있다”며 “현재 거제조선소에서 발생한 산재로 입원한 환자만 80여명 정도가 파악되고 있지만 이들 중 극소수만이 산재로 처리됐다”고 주장했다.
산재사고를 당한 경우 산재노동자나 그 가족들이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신청서를 제출하면 되지만 요양신청서를 작성할 때 회사의 결재를 맡아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산재를 은폐·축소하려는 회사측에서 공상처리를 권고하고 있다는 것.
공상처리는 회사가 산재를 당한 노동자에게 직접 재해보상을 해주는 것으로 근로기준법 적용 사업을 제외하고는 현행법상 위법이다.
공상처리를 하게 되면 회사는 일방적으로 치료기간을 단축하고 사업장 복귀를 재촉하는 등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산재가 발생해 산재처리를 할 경우 산재보험료율이 올라가고, 산재처리가 많으면 작업환경에 대해 노동부의 행정감독이 강화되기 때문에 산재를 은폐·축소하기 위해 공상처리를 선호하고 있다.
최씨는 또 “공산처리를 권고하는 과정에서 노동자협의회 의원들이 산재노동자의 가족을 만나 산재 처리 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등의 협박과 회유가 이뤄지기 때문에 대부분 공산처리에 동의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김영민 기자
mosteven@naver.com



(박스)
컷: LNG선 첫 가스 유출사고
제목: 삼성중공업 LNG선 부동 1위 위협
부제: 건조되고 있는 LNG선 취소 우려도

삼성중공업이 제작해 지난해 6월 인도한 LNG선에서 최근 가스가 유출해 운항이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무역전문 주간지인 트레이드윈즈(Tradewinds)는 최근 “삼성중공업에서 제작한 BG그룹 소유 LNG선의 한 화물창에서 가스 유출이 의심되고 있다”며 “현재 테스트와 수리를 위해 운항이 중단되고 지브롤터해협에 있는 야드로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업계에서는 LNG선 분야에서 국내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삼성중공업이 이번 가스 유출사고로 입지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LNG선을 제작하고 있지만 국내 조선업계에서 LNG선의 가스 유출사고가 발생한 것은 삼성중공업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삼성중공업이 해외에서 수주한 LNG선 건조물량이 취소되고, 이미 인도한 LNG선의 개·보수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중공업은 공시를 통해 “현재 선주, 선급, GTT측과 공동으로 테스트 및 검사를 진행하고 있고 검사결과는 11월중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전체 4개 화물탱크의 1차 방호벽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운항에도 문제가 없었다”며 “다만 최근 점검 결과 4개 LNG 화물탱크 중 2개의 화물탱크에서 2차 방호벽을 통한 1차 중간보냉재와 2차 중간보냉재 사이의 질소이동이 기준치를 다소 초과함에 따라 이에 대한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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