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과 함께 총 28억 대출 받고 만기연장만 반복해

신문게재일자: 2005. 10.3


박종식 수협 회장의 ‘모럴 해저드’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올해 초 뇌물수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추징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던 박 회장에 대해 이번에는 특혜대출, 소송사기 등의 의혹이 제기되면서 도덕적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수협 국감에서 박 회장 일가가 수협으로부터 28억원 가량을 대출받았지만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고 만기연장만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정계에서는 박 회장이 자신의 대출금 이자를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수협에서 대출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수협을 사금고화하고 각종 비리를 저지르고 있는 박 회장은 도덕적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박종식 수협 회장은 지난 96년 10월 ‘금융시설피해복구자금’ 4억원을 시작으로 수협에서 자신과 부인의 명의로 매년 수 차례식 대규모 대출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수협중앙회가 김재원 한나라당 의원에 제출한 ‘수협회장과 부인의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박 회장과 부인 최경옥씨가 수협으로부터 받은 대출금은 총 28억6,607만원으로 이 가운데 22억2,200만원이 대출금 잔액으로 남아있다.
특히 박 회장 일가는 대규모 대출을 받고도 만기연장을 통해 대출금 상환을 미루고 있어 대출 이자를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대출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박 회장 일가의 대출 총액은 어촌 한 가구당 평균 대출규모가 1,323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어가 평균 대출규모의 216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또한 박 회장의 대출금 중 4억9,000만원 정도가 1.5%의 정책자금 저금리로 대출된 것으로 드러나 어가 부채를 줄이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정책자금을 박 회장이 회장직 지위를 이용해 ‘특혜 대출’을 받아온 것이라는 의혹도 있다.
조일현 열린우리당 의원은 “박 회장의 대출금 가운데 4억9,100만원 정도는 정책자금 금리인 1.5%의 저금리 자금”이라며 “수협 회장의 대출금이 어가부채 경감대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중장기 정책자금에서 대출된 것일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수협에서 근거도 없는 대출금리를 적용해 회장에게 특혜를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재원 한나라당 의원도 “박 회장이 지난해 6월 취임한 이후 5건의 대출을 통해 5억7,354만원을 대출받았으며 현재 대출금은 상환하지 않고 만기연장만을 반복하고 있어 자신의 대출금 이자를 막기 위해 다시 수협에 대출을 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든다”며 “만약 박 회장이 수협의 자금으로 수협의 이자를 막는 ‘채무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면 즉각 상환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수협 관계자는 “박 회장이 개인적으로 선망배 등 규모가 큰 사업을 하고 있어 대출금 규모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이뤄진 것이어서 대출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도덕적 해이’ 심각, 회장직 물러나야

박 회장이 이번 수협 국감에서 드러난 대규모 대출과 함께 현재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재판이 진행되는 등 도덕성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면서 정계에서는 박 회장의 퇴임 요구가 일고 있다.
우선 박 회장이 대규모 대출과 더불어 불법대출을 통해 뇌물을 받는 등 수협을 사금고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박 회장은 평소 친분이 있던 삼완토건 임종섭 사장이 신용대출 대상에 부합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수협 이철삼 여신지원팀 부장에게 지시해 20억원의 불법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고 임 사장으로부터 7억5,000만원을 무이자로 차용하는 방법으로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회장의 도움을 받아 20억원을 대출한 임 사장은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고 현재 도주 중이다.
또한 박 회장은 수협 직원인 권모씨의 승진대가로 1,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법원은 박 회장에 대해 엄무상배임죄를 적용해 지난 1월 징역 2년6월, 추징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김재원 의원은 “박 회장이 볼법대출을 통한 뇌물 수수와 수협으로부터 28억원 상당을 대출받는 등 수협을 사금고로 활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갖게 만든다”며 “수협은 현재 삼완토건 대표로부터 상환 받지 못한 19억2,000만원과 이자 상당액에 대해 즉시 박 회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해야 하고 만일 이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 상임감사를 비롯한 수협 담당직원들은 직무유기의 책임을 면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의원은 또 “이미 밝혀진 사실에 대해 박 회장이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리며 수협 회장작을 유지하겠다는 발상은 수협중앙회장의 지도력 부재상태가 지속돼 수협의 정상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며 “도덕적으로나 또는 수협의 정상화를 위해서도 박 회장은 즉시 사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mosteven@naver.com


(박스)
제목: 일선농협 상대로 한 소송사기 의혹도
부제: 동업친구 사망하자 횡령 방조했다며 지역농협에 손해배상

지난 2003년 3월 박종식 회장은 자신의 고향인 거제 일운면에서 죽마고우인 친구가 갑작스런 사고로 사망하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다.
박 회장이 2000년 12월 가두리양식장 운영을 친구 주씨에게 맡겼고 이후 이곳이 태풍 피해를 입어 정부로부터 약 6억원의 보상금을 받게 됐는데, 주씨가 박 회장 명의의 통장을 개설해 보상금을 횡령했다는 것이다.
소송 상대는 주씨가 아닌 주씨에게 박 회장의 통장을 개설해 일운농협.
일운농협이 주씨가 보상금을 횡령하는 것을 방조했다는 게 박 회장의 주장이다.
이에 박 회장은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에 주씨에게 통장을 개설해준 일운농협을 상대로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며 6억7,729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다.
이후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은 일운농협에게 “박종식 회장이 청구한 6억7,729만원 중에서 일정액인 1억568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을 내렸고, 양측의 합의 끝에 일운농협이 1억1,000만원을 박 회장에게 배상하는 것으로 사건은 마무리됐다.
하지만 당시 일운농협과 일부 주민들은 태풍피해복구비 지원체계가 ‘선복구 후지원’이라는 점에서 주씨가 외상으로 양식장 시설을 복구했기 때문에 이를 갚기 위해 박 회장의 통장을 개설해 보상비를 받았을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제기됐었다.
또한 주씨는 보상금의 일부를 박 회장의 부인인 최경옥씨의 통장에 입금했다는 점에서 박 회장이 보상금 지급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일운농협 관계자는 “박 회장과 주씨가 동업관계란 사실을 모르는 주민들이 없을 정도인데다 주씨가 박 회장 주민등록증 사본을 갖고 와 통장을 개설해준 것”이라며 “양식장이 이미 복구된 상태라는 점에서 주씨가 박 회장의 통장을 개설해 보상비를 받았지만 횡령한 것이 아니라 외상을 갚는데 사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보상비를 지급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는데 이를 증언해줄 친구 주씨가 사망하자 소송을 제기해 부당한 이익을 챙겼다는 주장도 있다.
김재원 의원은 “박 회장이 보상금 지급사실을 알고 있었고 사망한 주씨가 보조금으로 박 회장의 양식장 시설을 복구하고 어류를 입식한 것이라면 이는 일운농협을 상대로 벌인 소송사기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