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 이어 콜레스테롤 및 약 이야기를 해보자. 음식 기호가 비슷한 사람들 모임 중 곱사모란 모임이 있다 한다. 일명 “곱창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인데 회원 일부가 모임 전 스타틴이라는 약을 먹고 나온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상시 복용자라 먹는 것인지, 음주 전 숙취해소제를 먹듯 예방 차원의 복용인지는 알 수 없지만, 꼭 그래야만 하나?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

스타틴은 콜레스테롤의 합성을 저해하는 효과가 있는 대표적 지질 강하제로 널리 알려져 있다. 몸에 해로운 LDL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는 떨어뜨리고, 우리 몸에 유용한 HDL콜레스테롤은 올려주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근육에 염증이 발생하는 등 많은 부작용이 보고되어 논란의 중심에 있는 약물이기도 하다. 과연 기름진 음식을 섭취하기 전 고지혈증 치료제의 복용이 우리 몸에 도움이 되기는 하는 걸까. 약에 대한 맹신이 기름진 음식과 술을 즐기는 무절제한 식습관의 면죄부가 될 거란 생각은 위험천만하기 그지없다.

생활습관 개선의 의지 없이 안일하게 회피한 1차 위험이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온다는 얘기다. 약으로 치료되지 않는 병이 늘고, 새로운 병이 등장해 우리를 힘들게 만든다. 질병에서 구해준다는 각종 약으로 인해 오히려 우리는 병들고 지쳐가고 있다. 거기에 일반인에겐 용어도 생소한 대사증후군의 꼬리표를 달면 고혈압약, 당뇨약이 추가된다. 생각 있는 일반인이라면 약의 남, 혼용과 독성을 우려할 것이다.

이때 친절한 병원은 또다시 우리에게 위장을 보호하는 위장약과 간장과 콩팥을 보호하는 이 약, 저 약을 처방한다. 집에 돌아온 우리는 식사 후 30분이 경과하길 기다려 한 움큼의 약을 넘기기 시작하는데 여간 곤혹스러운 작업이 아니다. 안타깝게도 위장관을 거치기 위해 식도를 통과해야 할 식괴를 인체는 꿀꺽하고 삼켜 본 경험이 없다.

손바닥에 나누어 몇 번에 걸쳐 애처롭게 약을 넘기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약을 목 안쪽으로 모으기 위해 병아리처럼 고개를 쳐들기도 한다. 약의 노예로 사는 것이 우리를 진정 살리는 길인지 한 번이라도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노인들은 신줏단지 모시듯 약을 정성껏 펼쳐 전철에서 먹기도 한다. 안 먹으면 죽는다고 한다. 정화수를 떠 놓고 그저 비는 자를 어리석다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과연 이게 건강에 도움이 되겠느냐는 회의를 독자께서 가진다면 서점으로 달려가 약의 해악에 관한 책을 한 권만 사서 읽어 보시라. 약에 대한 기존의 생각이 많이 바뀔 것임을 단언한다. 다시 고지혈증 얘기로 돌아가 보자. 근육 염증뿐 아니라 지질 강하제는 간 독성, 근육통, 백내장, 급성신부전, 당뇨 위험 증가 등 많은 부작용을 동반한다.

과연 우리가 맹신하는 스타틴의 위험 회피 능력은 얼마나 될까.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듯 업계에선 30%라 하지만 이것도 추정치에 불과할 뿐이다. 잔여 위험 70%는 어떻게 해야 하나. 약물의 한계를 식습관 개선, 적절한 운동, 금주, 금연 등의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 줄여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약을 먹지 않고도 70%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역설을 통해 약을 먹지 않고도 건강해질 수 있다는 교훈을 얻게 된다. 더 나아가 약과 올바른 생활을 병행하는 것보다 일단 습관을 바로 잡은 후 약은 차후에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콜레스테롤이 높은 음식을 병적으로 회피하는 것은 어떨까. 이것 역시 별 의미가 없다고 본다. 어쨌든 약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는 의식과 곱사모의 성원(?)에 힘입어 고지혈증 치료제 시장은 날로 급성장하고 있다.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의 자료를 분석해보면 2006년 3000억 규모의 지질 강하제 시장은 올해엔 17년, 1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작은 나라에서 단일 규모의 치료제로 몇천억 시장이 형성되려면 국민 대다수가 그 약을 먹어줘야 가능한 얘기가 된다. 국민 대다수가 환자라니 뭔가 개운치 않다. 다음 호에 계속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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