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지엠) 부평공장 전경. 사진=다음 지도

최대 판매실적 불구 3년 연속 적자, 순손실 행진에 자본금 잠식

잘나가던 경차시장 고전, 신차 출시도 현대 아반떼 아성에 고전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한국GM(이하 지엠)의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대규모 순손실을 내면서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한국시장 출범 후 지난해 16만대 판매라는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3년 연속 적자의 폭이 커 이를 상쇄하기에 역부족이다. 한국지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지엠은 실적 개선을 통해 자본잠식 상태를 점진적으로 해소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위축된 소비와 경쟁사의 신차 출시에 따른 내수 시장 매출 감소, 글로벌 경기 침체로 살아나지 않는 수출이 발목을 잡고 있다. 지엠이 실적 개선을 위해 넘어야 파고가 높다. <편집자 주>

지엠이 자본잠식 해소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각종 프로모션을 통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신 시장 개척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다. 내수시장에서는 경차와 준중형 차종이 경쟁사에 밀리고 수출시장에서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신 시장 개척도 어렵다.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2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엠이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차량이 경차인 스파크다. 스파크는 기아자동차 모닝과 경차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차종이다. 스파크는 2015년 8월 ‘더 넥스트 스파크’를 출시하면서 지난해 경차시장 1위에 올랐고 지난해 말까지는 수성했다.

분위기는 기아자동차가 지난 1월 상품성을 대폭 끌어올린 3세대 풀체인지 모델인 ‘올 뉴 모닝’을 출시하면서 바뀌었다. 모닝이 경차 시장에서 빼앗긴 1위 자리를 되찾은 것.

지엠은 이 같이 순위경쟁에서 밀리자 대대적인 판촉 프로모션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이달 들어 스파크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100만원이 넘는 가전제품을 증정하는 ‘경품카드’를 꺼내들어 순위 탈환을 노리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 누적 판매량은 모닝은 2만3478대로 같은 기간 동안 1만6330대 판매가 이뤄진 스파크를 앞질렀다. 두 차종간 판매격차는 7000대를 넘는다. 4월에는 지난 3월 판매를 시작한 ‘올 뉴 크루즈’의 대규모 고객 시승 체험 행사를 서울, 부산, 인천, 광주 등 전국에서 열고 판매 촉진에 힘을 섰다. 4월에 사면 72개월 할부로 자동차 값을 내는 프로그램도 제공한 바 있다.

발등에 떨어진 불 어떻게 끄나?

지엠이 프로모션을 강화한 것은 수년간 이어진 수출 부진으로 인한 실적악화로 결손금이 쌓이면서 납입자본금까지 잠식당해 재무건전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자본총계가 줄어들면서 부채비율도 급등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지엠의 2016년도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난해 말 자본총계는 87억 원이다. 이는 2015년 말에 비해 98.32% 줄어든 수치다. 2015년 말 자본총계는 6268억 원이었다. 이 때문에 부채비율은 8만5000%를 넘어섰다. 지난해 말 부채총계는 7조4783억으로 집계됐다.

1663억 원의 납입자본금도 대부분 잠식당한 상태다. 지엠은 지난해 16만대를 판매하는 등 매출은 최대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매출은 12조 2342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하지만 수년째 이어진 수출 부진과 해외 판매 법인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손실이 불거졌다. 지난해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각각 5312억 원, 6315억 원 발생했다. 실제 3년간 발생한 순손실은 1조 9717억 원으로 집계됐다. 2014년 3534억 원, 2015년 9868억 원, 2016년 6315억 원으로 수년간 순손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말 기준 미처리결손금은 1조 2952억 원이다. 이는 납입자본금까지 잠식해 자본총계를 87억 원 수준으로 급감시켰다.

한국지엠이 올해 1월 17일 서울 영등포구 대선제분 문래공장에서 열린 ‘2017 올 뉴 크루즈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올 뉴 크루즈’를 선보였다. 이 차종은 최고출력 153마력, 24.5kg·m의 최대토크의 퍼포먼스로 구성됐다. 이에 현대차는 지난 3월 20일 ‘2017년 아반떼’를 출시하며 맞불을 놨다. 사진=뉴시스

최대실적 달성 경험, 돌파구 고심

지엠은 자본잠식 돌파구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대내외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출 물량 감소와 내수시장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본사의 쉐보레 브랜드 유럽시장 철수가 수출에 큰 타격을 줬다.

이 회사는 2013년부터 매년 수출 물량이 감소하고 있다. 쉐보레 브랜드가 유럽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쉐보레 스파크, 크루즈, 아베오 등의 차종 생산이 중단됐고 일감도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누적된 적자는 약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전체 매출의 80%가 수출 물량인 회사 입장에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신 시장 개척도 여의치 않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차 소비가 줄어들고 외국차 브랜드와 경쟁도 쉽지 않은 탓이다.

내수시장 실적 개선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차 출시 효과가 미비하고 경차 시장에서도 왕좌의 자리를 내줬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준중형세단 시장에서는 지난 2월 한국지엠이 크루즈를 선보이며 아반떼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준대형세단 임팔라와 중형세단 말리부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올 한해 준중형세단 시장에서 점유율 상승을 기대했다. 실적 개선이 절실한 상황에서 신차 출시 효과를 노렸다.

하지만 현대자동차가 지난 3월 가격 경쟁력과 상품성을 내세운 ‘2017 아반떼’를 출시하면서 지엠의 준중형세단 시장의 도전은 무위로 돌아갔다. 크루즈는 출시 후 지난달 말까지 3900대만 팔렸다. 반면 아반떼는 같은 기간 2만7682대가 팔려 압도적으로 크루즈를 앞서며 준중형세단 시장을 지켰다. 두 차종 판매 격차는 무려 7배다. 아반떼는 이달 들어 전년 대비 7.9% 증가한 8265대가 팔리는 등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지엠이 지난 3월 27일 기아차 모닝의 추격에 스파크 그래피티 에디션(Graffiti Edition)을 판매에 나섰다. 이 차종은 차량 측면부와 센터페시아에 강렬한 디자인의 그래피티 그래픽을 적용해 독창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기아차 모닝은 올해 1월 17일 6년 만에 3세대 모델로 새롭게 출시해 경차시장 1위를 재탈환했다. 사진=뉴시스

잘 나가던 경차시장 왕좌 잃어

1위를 달리던 경차시장에서도 밀려났다. 기아차가 올해 1월 신형 모닝을 출시하면서 왕좌의 자리를 내줬다. 모닝은 4월까지 2만3478대가 팔려 스파크(1만6330대)를 7000대 이상 격차를 벌리며 따돌렸다. 스파크는 지난해 7만8035대가 팔려 모닝(7만5133대)를 밀어낸 바 있다.

준대형세단과 중형세단시장에서도 실적 악화를 면치 못하고 있다. 준대형세단 임팔라는 지난해 11월 말 현대차 6세대 그랜저가 출시되면서 감소세로 돌아섰다. 임팔라는 올해 4월까지 전년 대비 75.1% 감소한 1528대만 팔렸다. 반면 신형 그랜저는 같은 기간 4만7406대가 소비자를 찾아갔다. 신형 ‘그랜저’ 출시가 임팔라 실적에 큰 타격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중형세단 말리부도 하락세다. 말리부는 지난 3월 현대차 신형 쏘나타 출시 이후인 4월 실적이 전월 대비 21.0% 감소했다.

글로벌 불황, 위축된 소비 심리

위축된 소비심리와 어두운 경제성장율 전망도 지엠의 실적 개선을 어둡게 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달 발표한 3월 소비자신뢰지수(CCI)는 99.06으로 2월(98.81)보다 0.26포인트 올랐다. CCI는 OECD가 각국에서 발표하는 소비심리 관련 지수를 국가 간 비교가 가능하도록 보정한 지수로 100 이상이면 호황을, 100 이하면 침체를 의미한다. 소비심리가 아직까지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통계가 집계된 OECD 32개국 중 30위에 머물렀다. 한국보다 CCI가 낮은 국가는 터키(96.76)와 그리스(96.34)뿐이다.

소비심리가 여전히 살아나지 못하는 이유는 소득 정체가 꼽힌다. 지난해 가계의 월평균 명목 소득은 2015년보다 0.6% 늘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후로 가장 낮은 상승폭이다. 주택담보 대출 등 꾸준히 늘고 있는 가계부채 역시 소비심리 회복을 막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자영업자 폐업율은 높은 수준이다. 국세청이 발간한 ‘2016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4년 창업해 2015년 처음으로 부가가치세를 신고한 개인사업자는 106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지난해 폐업한 개인사업자는 73만9000명으로, 자영업자의 약 65%가 망했다. 매일 2000명씩 사업을 접은 셈이다. 그만큼 소비가 꽁꽁 얼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의 낮은 성장률 전망도 지엠의 쉽지 않은 실적 개선을 예고했다. 무디스는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올해 2.5%, 내년 2.0%로 지난해 2.7%보다 낮게 잡고 있다. 올해보다 내년의 내수 시장 경영 환경이 좋지 않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지엠은 신 시장 개척과 내수에 집중해 수익성을 강화해 재무건전성을 강화한다는 입장이지만 고전이 예상된다. 지엠 관계자는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해 수출시장 개척과 수익성 강화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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