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민주신문=이승규 기자]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대한 ‘사법파동’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전국 각 지법 판사들은 판사회의를 열고 대법원에 전국 법관대표회의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법원은 전국법관대표회의를 다음 주에 개최하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사법파동을 잠재울지는 미지수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판사들은 지난 17일 판사회의를 열어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수원지법 재적 판사 148명 중 98명은 이날 작성된 결의안을 통해 “현시점에서 강한 우려를 표한다”며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법원행정처는 조속히 전국법관 회의를 열고 회의에서 나올 의견을 존중하라”고 요구했다.

판사들은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의 진상 조사결과가 사실이라면 법관의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앞서 서울중앙지법 판사들도 지난 15일 사법행정권 남용사태에 대한 판사회의를 열고 전국법관대표회의 개최를 요구했다.

서울중앙지법 판사들은 단독 재판부 소속 판사 91명 중 53명이 참가해 헌법적 가치의 침해 우려를 표명했다.

판사들은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과 법관들의 자유로운 학술 활동에 대한 침해가 헌법적 가치인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심각한 사태라고 봤다.

서울동부지법은 지난달 26일 판사회의를 열고 서울중앙지법, 수원지법과 같은 결론을 내린바 있다.

이 같은 ‘사법파동’ 움직임은 사법부 내 연구 모임 중 하나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전국 법관을 상대로 ‘국제법 관점에서 본 사법 독립과 법관 인사제도에 관한 설문조사’로 촉발됐다.

법관 500여명이 참여한 설문조사 내용이 지난 3월 25일 열리는 학술대회를 통해 발표할 것이 알려졌고, 당시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 2월 법관 정기인사에서 행정처 심의관으로 발령 난 이모 판사에게 행사를 축소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는 해당 의혹을 조사한 결과 당시 이규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학술대회를 압박했다고 결론지었다. 학술대회 관련 대책을 세우고 일부를 실행한 법원행정처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임 전 차장의 논란이 커지자 직무에서 배제했고 임 전 차장은 지난 3월 임관 30년을 앞두고 법관 재임용 신청을 철회하는 형식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상임위원에 대해서는 사법연구 발령을 내 재판 업무에서 배제했다.

양승태 대법원장

대법원은 논란이 커지자 진화에 나섰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법원행정처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와 관련해 전국법관대표회의 개최와 지원을 약속하며 논란 잠재우기에 나선 것.

김창보 법원행정처 차장은 지난 17일 양 대법원장의 입장 표명 이후 전국 법관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전국 법관이 모여 현안과 그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차장은 다음 주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조기 수습이 이뤄질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양 대법원장은 이날 의혹이 제기된 이후 처음으로 입장을 밝혀 이번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될지 주목받고 있다.

그는 내부 게시판에 쓴 글을 통해 “사법 행정의 최종 책임을 맡고 있는 제 부덕과 불찰 때문”이라며 “제기된 문제점과 개선책을 진솔하고 심도 있게 토론하고 의견을 모을 수 있는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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