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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소박하게 사는 즐거움>이라는 책은 전체적(holistic) 시각으로 ‘소박함(simplicity)’을 다루고 있다. 이는 ‘다운쉬프트’와는 비슷하면서 다른 개념이다. 한편, 한국인에게 전통으로 자리잡고 있는 ‘안빈낙도(安貧樂道)’ 또한 이 책이 말하는 ‘소박함(simplicity)’과는 거리가 있는 개념이다. ‘다운쉬프트’가 트렌드 개념이라는 점,  ‘안빈낙도(安貧樂道)’가 개인의 선택이라는 점과 달리 ‘소박함(simplicity)’은 삶을 영위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그렇다.
좀 더 이해를 돕자면 개인적으로 ‘안빈낙도(安貧樂道)’의 검약한 삶을 살겠다고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트렌드가 ‘다운쉬프트’이고, 이런 ‘다운쉬프트’된 세상이 펼쳐지는게 ‘소박함(simplicity)’이라는 것이다.

양날의 검이 되고 있는 소비생활

이 책에서는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줄리엣 쇼어를 인용하며 ‘양날의 검’ 현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줄리엣 쇼어는 소비생활과 관련한 연구와 저술로 알려진 학자인데, “지난 30년 간 미국의 1인당 소비지출이 $11,171에서 $22,152로 두 배 가량 뛰어올랐다”며 80~90년대에 불거진 ‘양날의 검’ 현상을 이야기했다.
이는 양적으로 팽창하는 경제상황이 ‘벌어서 쓰는’ 순환체계를 강화시켜 소비가 극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다. 소비경제에 휘둘려 신제품을 사들이기 위해 더 많은 소득을 발생시켜야 하고, 그러기 위해 과로하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스트레스가 소비를 촉진해 소비수준이 상향조정되는 현상이다.
지난 회에서 이야기한 ‘시발비용’과 같은 맥락이라고 할까? 그러나 미국 소비자들의 ‘양날의 검’ 현상과 현재 한국의 ‘시발비용’은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시발비용이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면 쓰지 않았을 비용’을 뜻하는 말이라고 지난 회에서 언급한 적이 있다.)
상대적으로 미국의 경우 소비가 미덕으로 간주될 정도로 풍요 속에 나타난 현상이었지만, 현재 한국은 88만원 세대에 이어 77만원 세대까지 등장하고 있는 절박함, 최악의 취업난 속에서 언급되는 소비패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차이가 어떻게 다르던 간에 스트레스가 소비를 촉진한다는 것은 동일하다. 또한 해결방법도 동일한데, 불필요한 소비와 과다한 소비를 멈추는 데서 시작한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는 과다한 소비를 발생시키는 원인으로 ‘시간이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시간을 잃어버린 현대인들

이 책에서는 “현대인들은 시간이 부족하다보니 원래는 스스로 해결했을 많은 것들을 물품과 서비스를 구입해 해결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소득을 더 늘리는 데 집중하고 시간과 역량의 부족을 재화와 서비스로 해결하라는 경제적 논리와는 정반대의 논리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깊은 의미는 엄밀히 말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돈으로 사려고 하는 어리석음을 지적하는 데 있다. 엄밀히 말해 비싼 장난감으로 보상해주는 것은 아이들과 함께 돌아다니고 대화할 시간이 없어서가 아닌가? 그러나 비싼 장난감은 부모와 함께 하는 소통과 추억이라는 경험요소는 주지 못한다. 즉 돈으로 치환할 수 없는 가치를 놓치는 것이다. 소득을 늘리기 위해 자신을 채찍질하고 더 바삐 움직일수록 소득으로 해결할 수 없는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소박함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는 과도한 업무로 인해 가정생활이 붕괴할 우려가 있고 자녀들이 자연결핍장애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2,000년에 백악관의 지원을 받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청소년들의 심각한 고민에 대한 질문에 대해 답변자의 20%가 부모와 보내는 시간이 충분치 않다는 점을 말했다고 한다.
부모가 자녀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이유는 부모만 바빠서가 아니다. 방과후학교나 예체능강습, 사교육 등 자녀들 또한 몹시 바쁜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부모들이 집에 있어주지 못해 갖는 죄책감과 자녀들이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합쳐지며 더욱 악화된다. 한편, 이런 삶이 반복되게 되면 자녀들은 ‘자연결핍장애’로 인해 시간과 공간을 자기에 맞게 창조적으로 운영하는 능력이 결핍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구의 수명도 단축시키는 현대인의 시간부족

그러나 이런 문제가 비단 청소년에게만 있을까? 과로가 누적되고 시간에 쫓기며 소득활동에 종사하다보면 반복성 피로 장애, 수면부족, 정신적 스트레스, 비만, 운동부족, 불안, 우울 등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위험한 질병과 증상들이 뒤따르게 된다.
심지어 이런 생활패턴은 자원의 소비도 촉진하게 된다. 자동차의 이동, 전기의 사용. 이 모든 것이 화석연료의 채취와 소비로 이어지며 공해, 지구온난화, 기후변화의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어찌 보면 논리적 비약이 심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친 인간들이 먹고 마시고 쉼을 누리려면 동식물의 희생, 자원과 에너지의 소모가 커지는 것은 당연한 논리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시발비용’ 증가가 누적되면 지구의 수명을 현저히 단축시킨다는 것을 단순한 억지로 볼 수만은 없는 이유는 전 지구가 생태적 삶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급속한 지구온난화로 극지방의 빙하가 급속히 녹고 있으며 2050년까지 100만 종의 생물이 멸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소박함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적 삶

그래서 결단이 필요한 것이다. 우선 모든 것을 제로베이스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내가 왜 소득활동을 하는가? 나는 왜 바쁜가부터 차근차근 생각해보자.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 대부분은 자신의 기본적인 삶을 유지하고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삶의 균형을 이루는 방법은 소박함을 추구하는 길 밖에 없다. 하지만 나 혼자 별종같이 살아간다고 해서 행복해질 수 있을까? 결국, 소박함 자체가 사회적 미덕으로 자리잡고 소박함이 시스템이 된 사회구조 속에 있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공동체적 삶이다. 사회구조가 쉽게 바뀔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공동체를 기반으로 소박한 삶이 자리잡고 사회 전반적인 덕목으로 자리 잡을 때까지 스스로의 삶과 신념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매우 긴 설명이 되었으나, 이런 것들이 대전제로 깔리지 않은 상황 속에서는 취업과 창업을 아우르는 삶의 변화로서 ‘쉬프트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철학적인 상념 속에 사로잡힌 듯 하지만 이런 튼튼한 기초가 없는 상황 속에서는 비즈니스 패러다임의 변화도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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