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청정기 열풍, 코웨이·위닉스 등 매출 1조 넘어

마스크·재킷·화장품 등 탈미세먼지 제품 개발 바람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이 뿌연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신문=신상언 기자] 연일 계속되는 미세먼지의 공습에 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미세먼지 특수로 활짝 웃는 기업들이 있다. 실내에 침투한 미세먼지를 정화하기 위한 공기청정기·제습기 등이 불티나게 팔려나가면서 이를 제조·유통하는 기업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 코웨이·삼성·LG 등 가전업체들은 밀려드는 생산 주문량에 주말에도 공장을 풀가동 중이다.

또 외출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한 미세먼지 방지용 마스크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마스크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방지 의류, 오염물질을 차단해주는 안티폴루션 화장품도 출시됐다. 그밖에 다양한 미세먼지 관련 제품들이 우후죽순 쏟아지면서 일명 ‘대기오염 마케팅’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이러한 인기를 반영하듯 미세먼지 특수 기업들의 주가도 연일 상승세다. 공기청정기 등 실내 가전을 주로 생산하는 위닉스의 주가는 최근 2달새 10% 이상 올랐고, 필터와 마스크를 전문 생산하는 크린앤사이언스의 주가는 지난 연말 대비 60% 이상 급등했다.

더욱이 올해 1~3월까지 미세먼지주의보 발령 횟수는 총 86회로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미세먼지 특수기업의 호황은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세먼지로 인해 야외 활동 횟수가 줄어들면서 야외활동과 관련한 등산·여행 등 레저업계와 쇼핑·유통업계는 침체국면에 접어들어 또 다른 문제가 되고 있다.

삼성·LG에 코웨이·위닉스 도전장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공기청정기 매출이 총 1조5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공기청정기 매출이 1조 원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50% 상승한 수치다.

삼성, LG 등 대기업의 제품뿐만 아니라 위닉스, 코웨이 등 중소 업체들의 판매량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공기청정기 매출 상승으로 인해 하청 공장, 가전 유통업체도 덩달아 호황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의 공기청정기 판매량은 지난 1월 기준으로 전년 대비 판매량이 2배 가까이 늘어난데 이어 4월 판매량도 전년 대비 3배 넘게 증가했다. 이들 업체들은 국내 1, 2위를 다투는 만큼 공기청정기 제품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14년 첫 출시된 삼성전자의 ‘블루스카이’는 지름 2.5㎛ (마이크로미터) 이하 초미세먼지는 물론, 지름 0.02㎛ 크기의 나노 입자까지 99% 거르는 강력한 공기청정 기능을 내세우고 있다. 삼성은 최근 미세먼지 기승으로 기존 제품을 업그레이드한 ‘블루스카이 6000’을 내놓으면서 승부수를 띄웠다. 현재 밀려주는 주문량으로 광주 공기청정기 생산라인은 주말 없이 풀가동되고 있다.

LG전자도 공기순환기(에어 서큘레이터)를 결합한 공기청정기 ‘퓨리케어 360도’를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퓨리케어는 ‘360도 클린부스터’를 탑재한 점이 특징이다. 클린부스터는 제품 상단 공기구멍에서 바람을 발생시키는 장치로 정화된 공기를 더 멀리 보낸다. 일부 매장은 제품이 없어 대기 수요가 점점 늘고 있을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밖에 코웨이, 청호나이스, 위닉스 등 중소업체들도 고무됐다. 현재 공기청정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코웨이의 경우 올해 3~4월 공기청정기 생산량과 판매량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이상 증가했다. 통상적으로 주말에는 공장을 가동하지 않지만 밀려드는 주문량으로 평일·주말 할 것 없이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웨이 관계자는 “현재 코웨이는 공기청정기 시장 점유율 1위로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를 잘 유지하기 위해 한 해에 2~3개씩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고객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특히 공유를 모델로 내세운 멀티액션 가습공기청정기 ‘IoCare(아이오케어)’ 제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도 미세먼지 공습은 더욱 심해질 우려가 있어 공기청정기 시장 규모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밖에 실내 전자가전 전문업체 위닉스의 ‘위닉스제로’도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나다는 입소문을 타고 인기다. 위닉스는 ‘위닉스제로’와 ‘위닉스타워’가 주력 제품으로 내세우며 미세먼지 특수를 톡톡히 노리고 있다.

생산·제조업체뿐 아니라 이를 판매·유통하는 업체들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 롯데하이마트의 경우 지난달 공기청정기 매출은 1년 전보다 2.5배 늘었다. 같은 기간 이마트에서도 공기청정기 매출이 233%, 현대백화점에서는 56.8% 각각 늘었다.

미세먼지가 극에 달했던 이달 들어서는 지난 7일까지 롯데하이마트의 공기청정기 매출이 지난해 동기대비 5.1배, 이마트에서는 4.4배 늘어났다.

온라인쇼핑사이트 11번가에서도 지난달 1일부터 이달 7일까지 공기청정기 매출이 지난해 동기의 3배를 웃돌았다.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공기청정기 수요 증가세가 가속화되고 모양새다.

미세먼지 휴대용품의 진화

공기청정기 등 실내 가전용품도 인기지만 실외 활동을 위한 마스크·화장품 같은 휴대용품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15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7일까지 한 달여간 CU편의점의 마스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4%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국적으로 미세먼지가 최악이었던 지난 주말(6~7일)에는 마스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40% 이상 증가했다. 마스크 이외에도 위생용품인 티슈(23%), 손 세정제(21%), 구강 용품(15%) 등의 매출도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티몬에서 4월 한 달 동안 ‘KF80’과 같은 인증 마스크의 매출은 지난해 4월의 2.1배로, 5월 들어서는 7일까지 지난해 동기의 7.6배(660%)로 뛰었다.

심지어 미세먼지를 방지하기 위해 억지로 착용해야 했던 마스크를 패션 아이템으로 변모시킨 일명 ‘페이스웨어(Facewear)’를 선보인 기업도 있다. 영국 페이스웨어 브랜드 프래카(FREKA)는 지난 3월 미세먼지방지와 패션을 동시에 충족하는 마스크 라인업을 국내에 출시했다.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마니아들 사이에서 꾸준히 팔리고 있다.

유한킴벌리도 이달 들어 젊은 층을 겨냥한 '크리넥스 스타일 블랙 마스크'를 출시했다. 마스크뿐만 아니라 LF의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는 미세먼지를 방지하는 재킷을 선보이기도 했다. 마스크에서 시작된 미세먼지 용품이 의류 등 다양한 아이템으로 확장되는 모양새다.

뷰티업계에서는 미세먼지로부터 피부를 보호해준다는 '안티폴루션' 제품이 주목받고 있다.

잇츠한불은 지난 3월 안티폴루션 전문 화장품 브랜드 '도몽'을 출시했다. 잇츠한불에 따르면 도몽은 사하라 사막에서 자생하는 플랑크톤 성분을 제품에 적용해 유해환경에 대응하도록 도와준다. 네이처리퍼블릭도 지난달 미세먼지 방지용 '시티케어 마린워터 트랜스 팩투폼'을 출시했고, LG생활건강도 안티폴루션 기능을 첨가한 제품을 일제히 선보이고 있다.

서울 중구 이마트 청계천점에서 고객이 공기청정기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크린앤사이언스 주가 2개월새 230% 상승

미세먼지 제품과 관련 용품이 날개돋인 듯 팔리면서 이들 기업들의 주가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미세먼지가 기업가치를 올려주고 있는 셈이다.

코스피 상장기업 코웨이의 주가는 최근 두 달간 20% 이상 상승했다. 봄철 미세먼지·황사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3월 들어 8만6000원(3월 16일 기준)에서 지난 5월 10일 기준 10만6500원을 기록해 23.83% 정도 뛰었다.

실내 가전제품 전문 생산업체이자 코스닥 상장기업인 위닉스도 같은 기간 주가가 8960원에서 1만1350원으로 26% 이상 급증했다. 봄철 미세먼지 바람을 타고 이들 기업은 순항하고 있다.

먼지 필터기와 마스크 등 각종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는 크린앤사이언스는 최근 2개월간 주가가 5760원(3월 6일 기준)에서 1만3350원(5월 10일 기준)으로 230%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밖에 극세사 마스크 및 청소용품을 생산하는 웰크론과 미세먼지용 마스크를 생산하는 오공, 일회용 인공눈물과 안과 의약품을 생산하는 디에이치피코리아도 최근 들어 주가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미세먼지 재앙에 유통업계 울상

몇 몇 기업들은 미세먼지 특수를 톡톡히 노리고 있지만 갈수록 극심해지는 미세먼지 현상을 반길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미세먼지주의보가 발령된 횟수는 총 86회로 지난해(48회)보다 38회 증가했다. 90일 남짓한 기간 동안 86회라는 것은 거의 매일 미세먼지주의보가 발령된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미세먼지 농도가 극에 달했던 지난 7일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하루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서울 106㎛/㎥, 대전 148㎛/㎥, 부산 141㎛/㎥ 등을 기록했다. 미세먼지 주의보는 시간당 PM10 평균 농도가 150㎍/㎥ 이상으로 2시간 지속되면 발령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몽골 고비사막과 중국 북부 지역 등에서 발원한 황사가 유입된 게 가장 큰 원인”이라며 “황사뿐 아니라 중국발 이동성 고기압을 타고 오는 오염물질도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나쁨’ 이상 수준의 미세먼지에 장시간 노출되면 호흡기와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커진다. 황사에는 납과 카드뮴 등 인체에 해로운 중금속이 함유돼 있다. 황사바람이나 황사비를 맞게 될 경우 건강은 물론 피부에도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실제로 흙먼지와 각종 유해물질에 노출된 신체 부위에는 결막염, 알레르기비염, 피부 알레르기 등 염증 질환이 생길 수 있다.

이에 사람들은 야외활동 빈도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울상인 업계도 있다. 백화점·마트 등 유통업체들은 최근 심화된 황사현상과 미세먼지로 올해 황금연휴 매출이 주춤해지면서 지난해보다 5%가량 줄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미세먼지가 극에 달했던 지난 6일 매출은 지난해 같은 달 같은 주 토요일보다 5% 감소했다. 이 백화점 4월 매출(기존점 기준)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정도 줄어든 것으로 보아 5% 이상의 감소폭은 미세먼지의 영향이었던 것으로 백화점 측은 분석하고 있다. 특히 패션부문 매출은 줄고 가전은 늘어 미세먼지 ‘특수’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지난 4월 기준으로 매출이 조금 줄어들긴 했지만 미세먼지 때문이라고만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5월 황금연휴 기간 동안은 매출이 다소 상승한 경향이 있어 앞으로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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