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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식의 생활경제] ‘소박한 삶’이 필요한 이유
  • 윤준식
  • 승인 2017.05.02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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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지난 연재부터 도서 <소박하게 사는 즐거움>에서 발견한 모티브로 다운쉬프트의 해법을 찾기 시작했다. 필자는 “선비들의 미학이었던 ‘안빈낙도(安貧樂道)’와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하는 부귀영화(富貴榮華)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는 것이 다운쉬프트가 아닐까”라는 말을 독자 여러분에게 던졌다.
다운쉬프트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안빈낙도(安貧樂道)를 대표적 사례로 강조하다보면 가난한 삶을 강요하는 것이 된다. 수도와 수련을 위한 고행, 또는 자발적 가난을 통해 다른 사람의 삶을 돕는 박애주의자도 있지만 대부분 결핍과 궁핍을 피하기 위해 생산활동에 성실히 임하고 있는 것 아닌가?

화제의 SNS 신조어 ‘시발비용’

얼마 전부터 ‘시발비용’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해 SNS에서 떠돌고 있다. 시발비용이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면 쓰지 않았을 비용’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이 말이 유행하게 되는 이유는 ‘시발+비용’의 합성어 구조 때문이다. 첫 단어가 ‘시발(始發)’인 듯 있어 보이는 느낌이지만 정작 욕설을 가져다 붙인 유머러스함 때문이다.
누구나 홧김에 과소비를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충동적으로 쇼핑에 나서 꼭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대량으로 구입하거나 친구들을 불러 모아 술 마시고 노래하고 2차, 3차 밤을 지새본 적 있을 것이다. 그런 후에는 꼭 후회가 뒤따른다. 숙취에 시달리며 늦게 일어나 하루를 힘들게 보낸다든지, 먼지만 쌓여가는 효용가치 없는 물건을 보며 스스로를 자책하게 된다. 애초에 스트레스가 없었다면, 화가 나지 않았더라면 지출하지 았았을 돈이 나가게 된 것이다. 돈은 돈대로 잃고 마음은 마음대로 상한다. 그래서 ‘시발비용’이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뭔가 성취하고자 힘을 기울이면 기울일수록 이 시발비용이 증가한다. 성취를 위해 노력하는 만큼 모종의 저항이 오고 이 저항을 이겨내려다 보니 스트레스와 화가 증가하는 것 같다.

혹 떼려다 혹 하나 더 붙는다

한편 시발비용의 개념을 확대해보면 더 많은 경제적 혜택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속에 소모되는 것들이 많다. 이를 테면 “부부가 맞벌이를 하면 더 많은 돈을 벌까?”, “주말과 저녁 시간을 이용해 투 잡, 쓰리 잡을 하면 돈을 좀 만질 수 있을까?” 같은 것이다.
한동안 투 잡 열풍이 불었는데 요즘은 시들해졌다. 생각보다 투 잡이 쉽지 않아서 그렇고, 실제로 투 잡, 쓰리 잡이 일상이 된 사람들이 많아져서다. 전형적인 월급쟁이의 경우 본업 외의 다른 부업을 하려고 뛰어들어보니 일을 하기 위해 소모되는 시간과 경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제 막 창업한 사람이나 프리에이전트의 경우, 생각보다 수익이 좋지 않아 일의 가짓수와 양을 늘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맞벌이 부부는 고달프다. 육아와 가사분담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평일 야근에 시달리고, 주말은 또 주말대로 시달린다. 가족들을 보살피기 위해 쓰이는 돈이 만만치 않다. 주택을 마련하기 위한 대출과 자녀들의 교육비를 감당하기 위해 부부가 나선 것인데, 빚을 갚기 위해 사는 것인지, 맞벌이로 소홀한 양육공백을 막기 위해 애들을 학원에 보내고 식당에서 밥을 사먹게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을 때도 있다.

소비과잉이 결핍상태를 만든다

이런 이유에서 소박한 삶의 가치는 갈수록 중요해진다. 다시 <소박하게 사는 즐거움>의 본문으로 들어가 보자.
공동저자의 한 사람인 데이브 완은 “미국 국립과학재단이 지난 30년간의 통계를 분석한 결과, 수입이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느끼는 행복의 수준은 점차 줄고 있다”면서 “소비과잉의 생활방식이 오히려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들을 결핍상태로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한편, 그런 결핍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끝없는 소비를 지속하는 수동적인 소비자의 입장에서 벗어나 건강하고 재생가능한 형태의 부를 선택하게 된다”면서 가치관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이야기해주고 있다. 결핍을 만드는 소비과잉으로 소멸되고 있는 심리적, 물리적, 영적 영양소들을 되돌리기 위해 사회가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부상조할 수 있는 사회관계망을 조직하고, 동식물의 서식지를 보존할 수 있는 도시개발, 지구온난화를 막고 유기농 농업인을 양성하는 것 등 점점 불피요한 소비는 줄이고 최대한의 만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한다.

21세기에 어울리는 경량화된 생활방식

또다른 저자 듀웨인 엘진은 자발적 소박함에 대해 이야기하며 “자발적으로 실현하는 소박함은 ‘희생’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희생’은 스트레스가 넘치고 정신없이 바쁜 일상에서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야 하는 소비중심의 생활방식을 택했을 때 치러야 할 값”이라고 설명한다.
우리가 ‘시발비용’으로 말하는 것과 달리 ‘희생’이라는 개념으로 이야기를 한다는 점이 또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듀웨인 엘진은 생계를 위해 가족이나 공동체와 멀어지는 것, 장거리 출퇴근과 교통체증에 시달리는 것, 광고판의 홍수, 문명사회가 배출한 화이트노이즈 때문에 자연에서 멀어지는 것 모두를 희생의 범주에 넣어 설명하면서 “소박함은 소비를 통해 얻는 찰나의 쾌락을 보상하고도 남을 만족감을 이끌어낸다”고 말한다. 소박함이 21세기에 우아하게 어울리는 보다 경량화된 생활방식이라는 것이다.

욕심으로 인해 선택하게 된 소박한 삶

다른 공저자 세실 앤드류스는 “욕심을 좇아 산 결과 미국인들의 감정은 우울증, 불안감, 적대감, 두려움, 화, 욕망, 무시, 질투, 회의감 등으로 채워졌다”는 말로 ‘소박한 삶’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뉴욕타임즈의 칼럼을 인용해 이를 잘 설명하고 있다.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로 발생한 재정적 파탄 문제는 개인적 책임감에서부터 정부규제, 재정윤리에 이르는 ‘만연한 부패’로 야기되었다고 했는데, “융자를 갚아 나갈 돈도 없으니 집을 사서는 안됐던 사람, 대출을 권유해서는 안 되는데 조율해준 사람, 그런 채권을 우량주인 양 팔아넘긴 사람, 그런 증권에 우량등급을 내 준 사람, 부당거래로 이익을 본 사람” 등을 예로 들고 “탐욕이 점점 커져 멈추는 법을 모르게 되었다”는 반성을 내놓고 있다.
이를 두고 공저자 완다 우르반스카 “총체적인 경제위기가 닥친 2008년 이후, 사람들은 몸을 사리고 검소한 삶으로 전환하는 것 외엔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렇게 25명의 저자들이 이 책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들로 ‘소박한 삶’에 접근하고 있다. 다음 회에서도 <소박하게 사는 즐거움>에서 다루는 주제들을 통해 다운쉬프트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하겠다.

윤준식  ventureman@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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