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앞 LG이노텍 본사. 사진=LG이노텍 홈페이지

아반테 등 상용차 1600대에 불량 전기모터 납품

중국 산업연수생 고의, 직원 실수 등 원인 분분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LG이노텍의 ‘구멍 뚫린’ 생산 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불량 부품을 납품해 결국 자동차 리콜 사태를 부른 것이다. 최대 피해자는 이 부품을 사용해 완성차를 제조한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와 기아자동차(이하 기아차)다.

2일 자동차 및 부품업계 등에 따르면 3월 24일 현대차 아반떼(AD)와 아이오닉(AE), 기아차 니로(DE) 승용차가 전기식 스티어링(조향장치) 모터 커넥터 제조불량으로 스티어링 휠이 무거워질 가능성이 발견돼 리콜 조치 받았다.

리콜대상은 지난해 12월 22일부터 올해 1월 26일까지 제작된 아반떼 327대, 아이오닉 42대 및 지난해 12월 23일부터 올해 1월 28일까지 제작된 니로 61대 등 총 430대다. 전동식 조향 장치의 전기모터에 이상이 생기면 운전대가 무거워져 방향 전환이 어려워지고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협력 업체의 부실한 생산관리가 자동차 소비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리콜사태의 원인

리콜 원인은 ‘전기식 조향장치’ 조립에 사용되는 전기모터의 불량으로 드러났다. 이 모터는 지난해 12월 LG이노텍이 경기 오산공장에서 생산해 현대모비스에 납품한 것이다. 제품은 중국인 산업연수생과 한국인 직원들이 같은 생산라인에서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결함이 생긴 모터가 사용된 현대ㆍ기아차 차량은 2600여대쯤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1600여대가 국내외 소비자에게 인도됐다. 앞서 국토부가 국내 리콜을 발표한 430대를 제외한 1200대 가량이 해외 고객에 인도돼 리콜이 진행 중이다. LG이노텍은 중국 옌타이와 허이저우에 차량 전기장치와 발광다이오드(LED) 생산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기아차 미국 법인이 고객에 인도된 200여대의 리콜 실시계획서를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낸 상태다. 현대차 미국 법인도 무상수리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고객에 인도되지 않은 차량에 대해서는 기술진이 점검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이노텍의 불량 전기모터 결함과 관련 여러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인 산업연수생들이 낮은 임금 등 처우에 불만을 품고 생산된 전기모터 제품을 고의로 훼손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가 하면, 현장 근로자의 실수라고 말도 나온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부 중국 산업연수생들이 지난해 12월 22일 LG이노텍이 지급하는 임금 등에 불만을 품고 작업장에 들어와 생산된 모터 커넥터 핀을 고의로 훼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40명의 중국인 산업연수생들로 6개월간 국내에 머물며 경기 오산공장에서 제품 조립 교육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현장 근로자의 실수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산업연수생들이 전기모터를 고의로 훼손한 것으로 안다”며 “낮은 임금이 원인인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G이노텍은 불량 전기모터와 중국 연수생들과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LG이노텍 관계자는 “전기모터 결함은 현장 직원의 실수로 발생한 것”이라며 “대부분 커넥터핀 불량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LG이노텍은 전기모터를 현대모비스에 납품하고 있고, 현대모비스는 전기모터를 활용한 '전기식 조향장치'를 제조, 현대차와 기아차에 납품해오고 있다.

예고된 부실 관리

LG이노텍은 현대ㆍ기아차의 리콜의 원인을 제공한 협력업체로 부실한 생산관리가 결국 큰 화를 불렀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부품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그간 1차 협력업체 또는 대기업과 거래에서 대량의 불량 부품을 납품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 회사의 충격 역시 적지 않다. 방심은 금물이란 말이 생각나게 하는 대목이다.

더욱이 스마트폰(모바일 기기)용 카메라모듈 시장 세계 1위라는 평판에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LG이노텍 카메라모듈 기술은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05년 카메라 모듈을 첫 출하한 이후 지난해 판매 10억개를 돌파했다. LG전자뿐 아니라 북미·중화권 업체에도 카메라 모듈을 공급 중이다.

하지만 세계 1위 입지도 일본 소니의 추격으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소니는 최근 아이폰에 들어가는 이미지센서와 카메라모듈 공급을 늘리고 있다. LG이노텍은 카메라모듈 사업에서 애플 의존도가 70%에 육박하다. 이는 소니의 추격에 LG이노텍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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