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디맨드·P2P보험 등 새로운 보험 패러다임 혁신

헬스케어 진출 찬반 논란…혜택 사각지대 줄여야

[민주신문=신상언 기자] 인터넷은행이 본격 출범하는 등 은행권에 부는 핀테크 열풍이 보험업계에도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일명 인슈테크(보험+기술·Insurance+Technology) 바람이 불고 있는 것.

삼성화재·동부화재·KB손해보험 등 대형 보험사들은 최근 들어 지문·홍채 인식 서비스를 시행하는가 하면 핀테크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보험 서비스 설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은행권의 핀테크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수준이라면 인슈테크의 기술 활용도는 더 광범위하다. 고객이 직접 맞춤형 상품을 설계하는 온디맨드 보험, 보험공동구매 형태로 가격을 낮추는 P2P보험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또 침체됐던 대리운전보험 시장이 카카오 같은 O2O 서비스와 결합돼 활기를 찾으면서 인슈테크에 거는 보험업계의 기대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동부화재·KB손해보험은 자사 모바일 앱에 지문·홍채 등 생체인증 방식을 도입했다. 이로써 비대면 채널을 통해 생체인증만으로 보험료 계산은 물론이고 계약·조회·증명서 발급 등이 가능해졌다.

인슈테크 부문에서 첫 포문을 연 곳은 삼성화재다. 지난달 18일 삼성화재는 손보업계 최초로 ‘지문인증’ 서비스를 자사 모바일 앱에 적용했다. 지금까지는 모바일 앱 서비스 이용 시 공인인증 또는 휴대폰인증을 통해 본인확인 정보를 일일이 입력해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간단한 인증만으로도 보험 관련된 모든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삼성 갤럭시 S8 사용자라면 '홍채인증'을 통한 인증도 가능하다.

이상혁 삼성화재 홍보팀 차장은 “삼성화재는 업계 최초로 지문인증 서비스를 출시한 만큼 이 부분에서는 업계를 선도해나가고 있다”며 “앞으로 지문인증 기술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슈테크 기술과 서비스에서 성과를 내기 위한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교보생명은 보안기술을 극대화한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했고 동부화재와 라이나생명도 카카오톡 채팅으로 보험업무 관련 상담을 제공하는 ‘챗봇(Chat-bot)’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인슈테크는 보험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인슈테크를 둘러싼 논란도 많다. 보험업계가 지향하고 있는 헬스케어 분야 진출이 개인정보 유출 우려와 전문성이 결여돼 있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신기술을 적용해야 하는 만큼 기술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인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삼성화재 업계 최초 지문인증서비스

이 같은 논란에도 보험업계로 옮겨 붙은 인슈테크 바람은 은행권과 결합할 때보다 더 활용도가 높아 앞으로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온디맨드 방식은 보험사에서 설계한 상품을 고객이 고르는 기존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집었다. 고객이 원하는 시점과 상황에 맞는 보험 상품을 모바일을 통해 제안하고 보험사가 이를 이행해주는 방식이다. 인슈테크를 통해 개인에게 최적화된 보험서비스가 가능해진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이 단계의 인슈테크까지 개발되지는 않았지만 미국의 보험사 슈어는 이미 이러한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인슈테크와 관련한 투자 건수와 투자액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보험의 공동구매를 통한 보험료 인상도 가능하다. 불특정 다수가 아닌 보험이 필요한 사람들이 모여 집단으로 맞춤형 보험 설계에 참여하는 P2P(개인간·Peer to Peer)보험을 통해서다. 같은 자동차보험이라도 사고 가능성이 낮은 사람들을 모아오면 보험료가 내려가기 때문에 고객들 스스로 모임으로써 할인혜택을 누릴 수 있다.

영국 등 해외 스타트업에 의해 시작된 방식이지만 최근 국내에서도 엘케이엠에스(LKMS)가 인바이유(inbyu)라는 보험 공동구매 플랫폼을 선보였다. 인바이유를 통해 자신과 비슷한 상황과 소구점을 가진 사람들을 모집한 뒤 보험사와 협상해 보험료를 낮출 수 있다.

인슈테크는 침체됐던 대리운전보험 영역에서 활성화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대리운전보험은 대리운전자가 대리운전 중 사고를 냈을 때 대인·대물·자기차량·자기신체사고에 대해 보상하는 상품이다. 그간 국내 손보사들은 대리운전보험이 손해율이 높다는 이유로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동부화재·KB손보는 카카오와 제휴를 맺고 대리운전서비스인 ‘카카오드라이버’ 전용 모바일 대리운전보험을 개발해 출시했다. 카카오는 특히 단체보험 형태로 운영되던 기존 대리운전보험을 대리운전 건당 보험료를 정산하는 방식으로 바꿔 대리운전기사의 보험료 부담을 줄였다. 대리운전시장이 대형화·체계화되면서 대리운전보험 시장도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하이테크가 남긴 과제는?

인슈테크 열풍은 조명되는 빛만큼이나 산적한 과제와 그늘도 상존한다. 현재 인슈테크는 헬스케어 산업으로 확장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보험사와 의료기관이 연계해 고객의 건강관리와 보험서비스까지 한 번에 제공하는 망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의료비 절감·효율성 등을 주장하며 찬성하는 측의 입장과 개인정보 유출·공공성 저해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에 어떤 규제방식이 적합할지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황인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인슈테크는 기술 발전에 따라 보험 업계에서 활용도가 매우 높아질 것”이라며 “새로운 기술과 산업체계에 맞는 규제가 마련돼야 하지만 사회적 합의를 통해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규제가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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