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국회도서관장에 유재일 대전대 정치언론홍보학과 교수가 임명되자 민주당 안팎으로 뒷말이 무성하다. 제1 야당 몫으로 분류되는 도서관장의 임명권자인 정세균 대표가 원내지도부에 사전설명 없이 선임하면서 마찰을 일으킨 것. 최종 임명은 여야 원내대표단으로 구성된 국회운영위에서 찬반 투표를 통해 이뤄지게 되는데, 정작 ‘한식구’라 할 수 있는 민주당 의원들조차 선임된 도서관장에 대해 사전 정보가 없어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특히 박지원 원내대표의 불만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분열의 화근이 되고 있는 신임 도서관장의 임명 내막을 취재했다.


정세균 ‘측근 인사 챙기기’ 의혹 반박 “당에 이바지 높아 추천”
사전설명 없이 선임돼 원내대표단 불만 토로, 박지원과 대립각


당초 민주당 내에선 국회도서관장 직을 놓고 경쟁이 치열했다. 전직 의원을 비롯해 20여명 안팎의 인사가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며 경쟁 구도를 형성했을 정도다. 차관급인 국회도서관장은 여당이 임명하는 국회 사무총장과 더불어 야당이 차지할 수 있는 국회직 중 최고위직인 만큼 관심이 높다.

그러나 이 같은 경쟁은 부질없는 일이었다. 정세균 대표는 진작부터 유재일 교수를 염두하고 있었다는 전언이다. 실제로도 정 대표는 신임 도서관장에 유 교수를 ‘직접’ 내정했다. 당내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뒤늦게 프로필, 임명 배경 공개


하지만 논란은 내정 이후에 벌어졌다. 국회운영위의 찬반 투표를 앞두고도 유 교수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었다는 것. 다만 유 교수가 정 대표 측근인사라는 게 당내 알려진 정보의 전부다. 사실 유 교수는 정 대표와 대학 동문이고 자문교수단 일원이기도 하다. 원내대표단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에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달라고 부탁하는 민주당 의원들조차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상황이었다”면서 “당 대표가 투표권자인 원내대표를 비롯한 대표단에 사전에 충분히 양해를 구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물론 정 대표의 뜻대로 유 교수의 선임은 이뤄졌다. 지난달 25일 전체회의를 열어 투표에 참석한 운영위원 18명 전원 찬성으로 임명동의안을 처리했다. 이후 노영민 대변인은 유 교수에 대한 프로필과 임명 배경이 뒤늦게 소개했다.

노 대변인에 따르면, 충남 논산 출신의 유 교수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한 뒤 한국정당학회 회장과 민주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 이사, 중앙당 공심위원 등을 역임했다. 이로써 유 교수가 뉴민주당 플랜 등 민주당의 주된 정책공약을 마련해왔고, 당에 이바지한 점이 높게 평가받아 추천됐다는 게 노 대변인의 설명이다.

하지만 유 교수의 임명 배경 논란은 계속됐다. 이번 사건으로 박지원 원내대표의 불만이 상당 수준에 이르렀다는 전언이다. 따라서 정 대표와 박 원내대표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것. 8월 전당대회에서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둘러싼 두 사람의 정치적 마찰이 이번 인사과정으로 또 다른 갈등의 불씨를 제공한 셈이다.

이미 박 원내대표는 일전도 불사할 의지를 분명히 했다. 지난 5월 원내대표 경선 시 공약으로 내세운 ‘순수 집단지도체제’ 도입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반박한 정 대표에게 날을 세운 것. “의원들을 대표하는 원내대표가 공개 요구한 것을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말한 정 대표는 이고, 삼고를 해야 한다. 이 문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겠다”며 벼르고 있다.


당권 둘러싼 갈등 ‘빌미’ 제공


그러나 정 대표를 비롯한 주류 측은 “이미 열린우리당 때 실패한 제도”라면서 현행 지도체제를 변경하는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관철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일궈낸 현 지도부가 ‘분리론’에 따라 자칫 차기 대선 앞에서 식물 지도부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의 차기 대권행보에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다.

사실상 집단지도체제 도입 여부는 정 대표를 둘러싼 주류와 비주류간의 당권싸움이다. 첨예하게 맞선 두 조직 간의 마찰이 유 교수의 국회도서관장 내정으로 또 한 번 갈등에 휘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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