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과 ‘콘돔’ 월드컵 수혜주

<월드컵을 통해 새로운 풍속도들이 생겨나고 있다. 뜨거워지는 월드컵 열기에 광화문광장이나 코엑스 등 응원을 위해 모인 젊은 청춘남녀들을 중심으로 ‘번개연애’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 월드컵 열기와 더불어 하룻밤을 불태우려는 이들로 인근 모텔과 콘돔이 월드컵 수혜주로 떠오르는가 하면, 월드컵 특수를 노린 업주들과 이 틈을 비집고 들어선 이색 알바들이 눈길을 끌기도 한다. 더욱이 월드컵만 되면 등장하는 ‘응원녀’ 열풍과 그들의 노출의상이 논란이 되는 등 월드컵을 통해 생겨난 새로운 월드컵문화를 집중 탐구해 봤다.>
 
월드컵의 뜨거운 열기가 대한민국과 나이지리아전이 열리던 지난 6월 23일 새벽을 훤히 밝혔다. 대한민국을 응원하기 위해 거리로 쏟아져 나온 이들은 거리 곳곳을 누볐고 그 환호성은 이른 아침까지도 이어졌다. 
 
‘님’도 보고 ‘뽕’도 따고
 
“저희 모텔 뿐 아니라 인근 모텔들 각 방마다 불이 켜져 있었고, 탄성소리와 환호소리가 컸지만 불평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모텔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덧붙여 “6시전에 룸 예약이 다 찼는데도 밤 12시가 넘어서까지 문의전화가 쇄도했다”고 했다. 그에 말에 의하면 일요일이나 공휴일, 명절 같은 날을 제외하고는 보통 토요일 같은 경우 30개의 룸 중 15~20개의 룸이 차고, 평일에는 대실(1~2시간 쉬었다 가는)이 주를 이룬다며 월드컵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고 했다.

모텔을 찾는 이들 대다수가 ‘응원을 빙자’해 월드컵 열기와 함께 사랑을 불태우려는 20~30대 젊은 커플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야말로 ‘님도 보고 뽕도 딸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놓칠 수 없다는 것.

포털사이트에 ‘월드컵 모텔예약’, ‘월드컵 모텔 가격’, ‘길거리응원 모텔’ 등 연관검색어가 꼬리를 붙잡고 있을 만큼 한국전이 열리는 날에는 모텔 잡기가 하늘에 별 따기이다. 며칠 전부터 예약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높은 경쟁률을 뚫고 방을 잡은 행운의(?) 커플들은 평소보다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도 즐겁기만 하다고. 여기에 모텔들의 다양한 이벤트가 더해져 커플들은 축제를 마음껏 즐기고 있다. 스코어를 맞히면 비용의 반을 돌려주기도 하고, 골 넣는 선수를 맞히면 맥주나 안주를 서비스로 제공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로 월드컵 커플들을 유혹하고 있다.

한 모텔관계자는 “나이지리아전은 새벽에 경기가 열려 연인들이 먼저 예약하고 미리 입실해 있다가 경기를 응원했다. 그러나 그리스와 아르헨티나와 경기가 있던 날은 경기가 끝나고 예약하지 않은 커플들이 많이 찾아왔다. 그러나 이미 룸은 다 차있어 50커플이상이 허탕을 치고 그냥 돌아갔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전은 새벽에 하는 관계로 실제 연인들이 예약하고 오는 경우가 많았던 반면 그리스와 아르헨티나 전은 응원하다 눈이 맞아 급히 모텔을 찾는 커플들이 많았다는 설명이다.

실제 뜨거워지는 월드컵 열기에 광화문 광장이나 서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코엑스 등 응원을 위해 모인 젊은 청춘남녀들을 중심으로 ‘번개 연애’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월드컵 열기에 흥분한 이들은 응원현장에서 만난 이들과 하룻밤 정열을 불태우기 위해 모텔로 향하고 있는 것.

모텔 방 잡기만 하늘의 별 따기가 아니라 월드컵 열기 속에서 남녀가 술을 마시고 분위기에 취해 잠자리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편의점 ‘콘돔’은 그야말로 때 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많은 남성들이 응원하느라 땀 흘리고, 모텔 찾아, 콘돔 찾아 돌아다니느라 발에 땀띠가 날 지경인 셈. 모텔의 한 관계자는 “모텔에 비치된 콘돔이 다 떨어질 지경이었다. 룸 안에 비치된 콘돔 외에도 추가로 더 가져다 달라는 커플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실제 유통업계에 따르면 월드컵 응원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콘돔 매출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GS25에 따르면 그리스 전에서 승리한 지난 6월 12일 하루 동안의 콘돔 판매량이 5,000개 이상을 기록해 지난 월드컵 당시 판매량을 크게 웃돈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헨티나 전이 있었던 17일에도 콘돔은 평일 하루 판매량인 1,500개의 두 배가 넘는 3,000여개가 팔리는 등 월드컵 경기가 있을 때 마다 콘돔 판매량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홈플러스에서도 콘돔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8%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콘돔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증시에 상장된 콘돔제조업체인 유니더스의 주가가 올라 눈길을 끌기도 했다.

월드컵의 후끈후끈한 열기가 청춘남녀들을 뜨끈뜨끈하게 불타오르게 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업계관계자들은 경기가 밤늦게 끝나는 것과 관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술을 마시며 응원하던 남녀들이 뜨거운 열기 속에 분위기에 젖어 잠자리까지 연결되면서 해당 제품의 판매율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경기가 새벽에 열리는 탓에 젊은 연인들은 ‘응원’을 빙자해 자연스럽게 모텔을 찾을 수 있는 꺼리를 찾았다는 것.
 
‘응원’ 빙자한 ‘번개연애’ 봇물
 
그런가 하면 일각에서는 분위기에 치우친 무분별한 성행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월드컵이라는 축제에 휩쓸려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하룻밤 정열을 불태우다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게 된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2002년 월드컵 이후 산부인과에는 낙태문의가 늘어났으며 이듬해 미혼모의 수가 부쩍 늘어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일회성 만남은 가급적 자제하고 혹 만남이 이루어졌다 할지라도 확실한 피임을 통해 일어날 수 있는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반드시 콘돔을 통해 성병을 예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러한 우려 속에서도 한국 원정 월드컵 사상 첫 16강 진출이라는 새로운 전설이 쓰여지면서 월드컵의 열기가 한층 더 무르익었다. 이에 월드컵 특수를 노린 업주들은 즐거운 비명과 함께 마음이 바빠졌다.
 
특히 배달·호프집의 경우 아르바이트 모집에 힘쓰고 있다. 취업포털 커리어에 의하면 배달·호프집 등의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가 작년 같은 기관과 비교해 2~3배 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월드컵특수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유는 평소보다 주문량이 5배 가량 늘면서 주문이 폭주해 일손이 부족하다는 것. 반면 아르바이트 구직자들은 경기 시청과 응원을 위해 구직을 중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한편에선 고조되는 월드컵 열기의 틈을 놓치지 않고 월드컵에서만 할 수 있는 돈도 벌고 응원도 하는 일석이조의 이색 아르바이트들이 등장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구인구직 포털 알바천국이 ‘2010 남아공 월드컵 알바 5종 세트’를 소개한 것. 월드컵 응원용품 판매 알바를 비롯해서 아파트 단지에까지 퍼진 응원 열기에 아파트 주민들에게 월드컵 열기를 전하기 위해 일반인을 상대로 월드컵 응원 사회자를 모집하는가 하면 월드컵 응원 진행요원을 뽑기도 했다.
 
월드컵 아르바이트의 대표격인 진행요원의 경우 행사진행 도우미, 출입구 관리, 응원용품 나눠주기 등의 일을 한다. 또한 월드컵 문자중계나 응원 분위기 띄워주기 알바들도 눈길을 끌고 있다.

축제의 현장에 빠질 수 없는 주류 역시 월드컵 수혜주로 떠오르고 있는데 그중 맥주의 판매율이 압도적으로 나타났다. 유통업 관계자는 “월드컵 열기가 고조되면서 술이 많이 팔리고 있다”면서 “특히 더운 날씨에 마시기 편한 도수가 낮은 맥주가 가장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홈플러스에 의하면 월드컵기간 성인용 기저귀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168% 늘었다. 이는 거리 응원전에 나서는 사람들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것이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벌거벗은 응원녀 논란?”
 
이렇듯 거리응원의 열기가 뜨거워지며 월드컵 특수를 노리는 대상도 다양해지고 있다. 일부 연예기획사들도 월드컵기간을 노려 소속 연예인 지망생들을 홍보하고 있는 것. 그러나 과도한 노출과 순수한 응원을 빙자해 홍보하려는 모습에 빈축을 사기도 했다.

2002년 가수 미나를 비롯해 2006년 엘프녀 등이 화제를 모으자 특히 이번 월드컵엔 기획사들이 쏟아내는 응원녀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과 달리 아예 드러내놓고 눈길을 끌려고 하는 점이 특징이다. 일각에선 이들이 대중의 시선을 끌기위해 지나치게 선정적인 모습으로 성을 상품화하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고 비난했다.

이러한 행태는 일반인들에게까지 퍼져 응원에 나선 여성들의 과도한 노출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모(31)씨는 “월드컵을 이용해 한 몫 잡으려는 처절한 몸짓이 짜증난다”고 혀를 찼다.
 
또한 유모(45)씨는 “여성들이 경쟁이라도 하듯 과도한 노출패션이 응원문화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개탄했다.

반면 월드컵은 축제일 뿐 마음껏 개성을 표출하고 즐기면 된다는 의견도 많다. 김모(27)씨는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마음껏 젊음을 표출하고 즐길 수 있겠냐? 노출도 개성의 표현일 뿐 이다”고 일축했다.

김초희 기자 cococh7@naver.com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