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감소” VS “부작용 우려”

<학교 운동장에서 8살 어린이를 납치해 잔혹하게 성폭행한 ‘김수철 사건’이 발생하면서 아동 성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강력한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김 씨는 과거 파렴치한 성범죄 전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기존의 성범죄자 관리대책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재발율이 높은 인면수심의 성범죄 방지를 위해서는 ‘화학적·물리적 거세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7일, 등굣길 학교 운동장에서 초등학생이 납치돼 성폭행당한 사건이 또 다시 발생하면서 사회적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이는 ‘조두순 사건’과 ‘김길태 사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발생해 그동안 성범죄 근절 대책을 무색케했다.
 
더욱이 초등학생을 납치해 자신의 집에서 수차례 성폭행한 김수철은 과거 한 가정집에 침입해 남편이 보는 앞에서 아내를 성폭행하고 2006년에는 남자아이를 성추행 하는 등 변태적인 성범죄 전과가 있었지만 김 씨를 제어할 사회적 장치는 없었다.
 
허점투성인 성범죄 관리 대책
 
허점투성인 성범죄 관리 대책을 보안하고 성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강력한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동성범죄가 발생 할 때마다 정부와 경찰 등은 ‘전자 발찌법’ 개정안을 비롯해 각종 법·제도 등 대책을 내놓고, 아동 대상 성범죄에 대해 권고형량을 최대한 높이는 등 대폭적인 처벌강화 방안을 제시했지만 잔혹한 성범죄는 계속되고 있어 사회적으로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아동 성범죄 예방을 위한 해결책으로 ‘화학적 거세’가 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한나라당 박민식 의원이 2008년 9월에 처음 발의한 ‘상습적 아동 성폭력범 예방 및 치료에 관한 법률안(화학적 거세법안)’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상습적인 성범죄자에 대해 화학적 거세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법안은 지나치게 급진적이라는 점 등 때문에 여야는 추가 협의키로 하고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그러나 김수철이 술을 마신 뒤 성욕을 주체하지 못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화학적 거세에 대한 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국회에서도 화학적 거세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지난 14일 “조두순, 김길태 사건이 일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또 아동 성범죄가 발생했다”고 지적하며 “우리나라도 소아성애적 성범죄자에 대해 거세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진국의 사례를 들어 실효성을 입증했다.
 
그에 따르면 스위스는 1982년, 덴마크는 1929년, 스웨덴은 1944년부터 화학적 거세를 입법화했으며 체코, 핀란드, 노르웨이도 시행 중이다. 미국도 주에 따라 입법화해 실시 중이다.

박 의원은 “이들 나라에서는 화학적 또는 물리적 거세를 통해 40%에 달하던 성폭력 범죄 재발율을 5% 미만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하며 “성폭력 발생율이 세계 3위이며 최근 3년 동안 아동 성폭력 범죄 발생율이 70% 이상 증가한 우리나라도 거세제도를 시급히 입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티즌 ‘화학적 거세’ 서명운동
 
한나라당의 김무성 원내대표 역시 같은 날 비상대책회의에서 “화학적 거세 등 강력한 제도 마련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덧붙여 아동 성범죄는 일종의 정신병이라 규정하며 “용어가 거부감이 많지만 약물치료로 정신적 문제를 치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화학적 거세의 단기적 효과는 선진국의 사례를 통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의 경우 CPA라는 약물을 통해 성범죄자의 테스토스테론(성충동의 근원인 호르몬) 수치를 낮추면 성적인 망상을 하는 빈도가 줄면서 자위욕구를 비롯한 성충동이 감소해 결과적으로 성범죄 재범률이 떨어진다고 밝힌 바 있다.
 
독일에서는 화학적 거세를 실시하거나 외과적 거세를 실시한 100여명의 성범죄자들의 경우 재범률이 3%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거세술을 받지 않은 성범죄자들 35명이 다시 성범죄를 저지르는 비율 46%와 비교하면 낮은 수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화학적 거세’에 대한 회의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성범죄는 단순히 성충동만 줄인다고 해서 감소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화학적 거세는 성욕을 감소시키는 것은 사실이지만 성행위 자체는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일시적으로 억제 시키는 것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호르몬제 장기 투여에 따른 비용도 만만치 않다. 또한 호르몬제를 장기적으로 사용할 경우 만성피로, 우울증, 두통, 간기능 장애등 다양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며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한편 네티즌들은 서명운동까지 펼치며 화학적 거세 대안을 시급히 시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한 네티즌은 “범죄의 사각에 방치된 우리 아이들의 보호와 재활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법이다. 지체 없이 입법발의가 진행되어 우리 아이들을 사회가 책임지는 세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에 크게 동조한 네티즌은 “우리 사회가 성범죄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취한다”고 지적하며 화학적 거세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김초희 기자
cococh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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