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먹거리 전자금융시스템 수주·기술경쟁

자회사 LG CNS, SK C&C 동원 시스템 정비

[민주신문=신상언 기자] 인터넷은행이 출범하면서 은행권이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등 치열한 고객유치 전쟁이 시작됐다. 이에 금융 차세대 금융시스템을 구축하는 SI(시스템통합)업체 간 불꽃 튀는 전쟁도 서막이 올랐다.

현재 은행권, 제2금융권 할 것 없이 핀테크·빅데이터 등 전지금융시스템의 개선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자금융시대를 맞아 더 편리하고 획기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놓는 게 고객 유치를 위한 최우선 과제가 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기존 금융시스템의 노후화로 차세대 시스템 도입이 시급해지면서 이 시장은 1조 원에 육박하는 거대한 먹거리로 부상했다.

이에 차세대 금융시스템 등 전자금융관련 시스템 구축을 담당하는 SI업체 간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은행권 간 고객유치 경쟁이 전쟁의 제1라운드라면 SI업체 간 시스템 사업 수주경쟁은 제2라운드인 셈이다.

1조 시장 먹거리

17일 SI업계에 따르면 올해 금융권의 차세대 시스템 도입 사업 규모는 약 1조 원에 달한다. 지난 1월 SK C&C가 KDB산업은행이 발주한 2100억 원 규모의 차세대 금융시스템 사업을 수주했다. 이어 LG CNS가 KB캐피탈(250억 원 규모)을 따내면서 올해 사업 수주경쟁의 시작을 알렸다.

앞으로 KB국민은행이 2500억 원 규모의 사업 발주(시기 미정)를 앞두고 있어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LG CNS와 SK C&C 간 수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애초 4월로 예정된 발주시기가 연기되면서 두 업체는 표면적으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며 담금질에 들어간 상태다.

또 올 상반기 내 한국은행(500억 원 규모), BC카드(800억 원)도 차기 시스템 도입을 위한 사업 발주를 앞두고 있다. KB국민카드, NH농협카드, 미래에셋증권 등 대형 금융사들도 시스템 개선을 준비하고 있어 이를 선점하기 위한 SI업체들 간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LG CNS 관계자는 “사업이 발주되고 관련 업무 분야 등이 구체화되면 경쟁을 위한 적절한 전략 등이 수립될 수 있겠지만 아직 KB국민은행의 발주 건은 아직 정확한 시기가 나오지 않은 상태라 관련 업무 팀조차 꾸려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LG CNS는 예전부터 차세대 시스템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켜왔고 유의미한 실적들을 쌓아왔다. 하지만 경쟁업체인 SK C&C 또한 그동안 많은 실적과 노하우를 쌓아온 만큼 현재로서는 LG CNS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거나 강점 등에 대해 말씀드리기는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사업 발주 시기가 미정인 상태로 연기됐고 회사 측에서도 구체적인 행보에 나서지 않은 만큼 조심스러운 입장을 표명한 것.

SK C&C 관계자도 “금융권 차세대 시스템 시장에서 LG CNS와 SK C&C는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업계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금융시스템 사업은 규모가 크기 때문에 시기별로 누가 사업을 수주하느냐에 따라 업계 1위 자리는 유동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발주될 많은 사업들을 수주하기 위해 기존부터 쌓아온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차분히 준비해 나가고 있다. 어느 업체가 더 낫다거나 강점이 있다고 말하기는 조심스럽다”라며 “SK C&C는 이 분야에서 20년 이상 사업을 해온 만큼 저희 나름의 전략을 바탕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 1,2위 엎치락뒤치락

양 측의 조심스러운 입장과 달리 두 업체는 그동안 치열한 경쟁 구도를 형성해온 게 사실이다.

2013년 이전까지만 해도 금융시스템 시장은 LG CNS와 삼성SDS 등이 주도했다. 하지만 정부가 대기업의 공공SW 사업 참여를 제한하면서 삼성은 금융시스템 시장에서 사업을 빼고 자회사의 시스템 구축 영역으로만 사업을 한정했다.

이후 시장은 LG CNS와 SK C&C 위주로 재편됐다. 2015년부터 두 회사는 본격적인 경쟁체제에 돌입했다.

LG CNS는 지난 2015년 농협 IT 전환시스템, SGI서울보증 차세대 정보계, 광주은행 차세대 시스템, 우리투자증권 데이터센터 이전 프로그램, 하나-외환은행 통합시스템 인프라, NH농협 고유식별정보 암호화 사업 등을 추진했다.

SK C&C도 같은 기간 신한아이타스·하나대투증권·라이나생명 차세대 시스템 등 굵직한 사업들을 따내며 LG CNS를 바짝 추격했다.

지난해는 LG CNS가 교보생명 차세대 시스템(900억 원), 카카오뱅크 인터넷전문은행 시스템(400억 원), 우리은행카드 차세대 시스템 정보계(115억 원) 등 1635억 원 이상의 사업을 수주했다.

SK C&C는 우리은행 차세대 시스템 계정계(718억 원), 저축은행중앙회 차세대 시스템(264억 원) 등 1078억 원 이상의 사업을 따냈다. 지난해 기준으로 두 업체가 약 6:4 비율로 주요 사업을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는 LG CNS가 카카오뱅크와 교보생명 차세대 시스템 사업을 따낸 게 호재로 작용해 선전하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SI업계는 각 사마다 인력의 한계로 한 업체가 시장을 독점하기 힘든 구조다. 어느 시기에 어느 규모의 사업을 따 내느냐에 따라 업계 1위가 뒤바뀔 수 있어 매 사업마다 두 회사 간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양사는 인력 투입 여부 등이 사업 수주에 민감한 사안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인력현황을 공개하지 않는 등 물밑에서 치열한 수 싸움을 전개하고 있다.

수요증가 시장 호황

현재 금융 차세대 시스템 시장은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업체들은 호기를 맞이하고 있다. 먹거리의 파이가 커진 만큼 이를 둘러싼 경쟁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LG CNS는 지난 2015년 11월 김영섭 대표가 취임한 이래 최대 호황기를 눈앞에 두고 있다. 16일 전자공시시스템에 LG CNS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LG CNS의 지난해 매출은 3조369억 원, 영업이익은 1564억 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5%가량 증가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업계 호황기와 더불어 김영섭 대표가 조직 슬림화에 성공해 이 같은 실적을 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어 올해 LG CNS의 실적이 2010년 실적(1624억 원)을 넘어서는 것 아니냐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유세스파트너스·에버온·원신스카이텍 등을 정리하고 전략사업부를 스마트에너지사업부와 미래신사업부 등으로 재편했다. 올해는 금융권 차세대 시스템 사업에도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알려졌다.

LG CNS는 지난 1월 ‘보험개발원 및 9개 보험사 국제회계기준(IFRS17) 시스템 공동구축 사업’ 우선협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IFRS17은 국내 모든 보험사가 적용 대상이며 향후 2년간 총 2000억 원 이상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LG CNS가 IFRS17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함으로써 SK C&C를 바짝 긴장하게 만들었다.

김홍근 LG CNS 금융사업담당 상무는 “이번 최신 기술을 적용한 IFRS17 시스템의 성공적 이행을 바탕으로 향후 인공지능과 같은 초고속·대용량 데이터 처리 기술을 금융 서비스에 다양하게 접목해 디지털금융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SK C&C도 전망이 밝다. 17일 SI 업계에 따르면 SK C&C의 지난해 총 매출액은 2조2967억 원을 기록해 전년(1조9508억 원) 대비 18%나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1911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매출 중 IT서비스 부문이 총 1조4818억 원으로 전년(1조2875억 원) 대비 2000억 원이나 증가했다.

기술 경쟁서 판가름

금융 시스템 시장은 1조 원에 머물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전자금융시스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만큼 관련 산업 역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SI업체들은 미래를 위한 기술경쟁과 R&D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 CNS는 MDD(Model Driven Development) 시스템을 무기로 다양한 시스템에 이를 접목하려 노력하고 있다. MDD는 소프트웨어 개발 시 비즈니스 모델, 즉 업무흐름도만 그리면 프로그램 소스 코드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서까지 자동으로 생성하는 모델기반개발 방식을 말한다.

LG CNS는 MDD 방식을 기반으로 카카오뱅크, KB국민카드 대행시스템, 교보생명 차세대 등 대형 금융사에 MDD를 적용한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17년 발주되는 금융 차세대 시스템 구축 사업에 이를 적극 적용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LG CNS 관계자는 “LG CNS는 한국 S/W 발전을 위해 앞선 프로그램 자동개발 기술력을 시장에 적극 확산할 계획이며 국내외 다양한 산업으로 지속 확대 추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SK C&C는 지난해 모든 금융 기관의 시스템 개발 관련 모든 요구를 한 번에 수용하는 금융 차세대 시스템 자동 개발 플랫폼인 ‘ASD(Automated Software Development)’를 개발해 기술 경쟁에 박차를 가했다.

ASD는 SK C&C가 지난 20년간의 금융 IT 및 대형 차세대 시스템 구축·운영 기술력과 서비스 개발 역량을 집대성해 완성한 시스템이다. 기존 시스템 자동 분석, 신(新)시스템의 기능과 프로세스를 반영한 소프트웨어 모델링, 개발 소스 코드 자동 생성 및 프로그램 개발 등 차세대 시스템 개발 전 과정에 걸친 최적의 자동화를 지원한다.

이기열 SK C&C 디지털 금융 사업부문장은 “ASD는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금융 차세대 시스템 개발 자동화를 이뤄낸다”며 “소스 코딩 추가만으로 금융 시스템 모델링 변경을 자유롭게 이뤄내며 복잡한 금융 차세대 서비스의 모든 니즈를 수용함으로써 차세대 시스템의 완벽한 설계·구현·관리를 실현하는 최적의 개발 플랫폼이다”라고 말했다.

또 SI업계는 기술 개발 역량 강화를 위한 R&D 투자도 점차 늘려나가는 추세다. 주로 인공지능,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신사업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차세대 금융 시스템 시장의 승자는 누가될지, 나아가 SI업계가 어떻게 재편될지 업계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