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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식의 생활경제] 과도한 창업러쉬, 다운쉬프트가 해답
  • 윤준식
  • 승인 2017.04.10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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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3월 한 달 간 신문지면을 뒤적이며 미간을 찌푸리는 일이 많았다. 이렇게 말하면 대통령 탄핵, 중국의 사드보복, 정당별 경선, 세월호 때문이냐 물으실게다. 그것 때문이라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고 견딜 수 있으련만, 필자의 관심사가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되다 보니 아무래도 그와 연계된 소식에 민감한 것이다.

3월 내내 창업과 취업관련해 너무 무겁고 안좋은 소식들이 많았다. 취업이 안 되거나 빚에 쪼들려 흙밥 먹는 청년들의 이야기가 기사화 되었고, 자영업자들의 대출총액이 500조가 넘는다는 이야기도 기사화 되었다. 창업실패율은 왜 이렇게 높으며, 방송보도로 인해 ‘대왕 카스테라’가 속속 폐업한다는 이야기까지 필자를 괴롭게 하는 소식들이었다.

뭘 하려 해도 안 되는 시대

최순실 정국이 시작되며 국무총리로 지명되었던 김병준 교수 이야기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아마 총리 지명 직전에 어딘가에서 했던 강연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의 대한민국 정치는 “대통령이 뭘 하고자 해도 안 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정치성향에 따라 이 말에 발끈하는 분도 있으실 것이다. 정치에 대한 필자의 짧은 식견으로 김병준 교수의 원래 취지를 잘 설명할 재간은 없다. 하지만 일견 수긍하게 되는 점이 있었다.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고 규정과 규제가 많아지면서 나쁜 것은 개선되기 어렵고 좋은 일은 추진하기 어려운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정치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지금 대한민국의 창업 현실, 취업 현실도 그렇다는 것이다.

지금 맞닥뜨린 창업현장은 뭐라 표현하기 난감한 상황이다. 조기은퇴로 창업하고, 취업이 안되어 창업하는 창업자들이 창업의 현장에 대거 유입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창업과 관련한 재화와 용역의 거래량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났다. ‘창업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는 자체가 비정상이 정상화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창업시장이 커지며 생기는 함정

사회 전반적인 고용상태가 좋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의 취업상태를 유지하려 하지 굳이 창업을 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만일 시장이 호황인 상태라 창업이 늘고 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안정적인 취업상태를 유지하면서 여윳돈을 투자하는 형태를 더욱 선호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호황이라도 창업이 약간 증가하는 정도지 폭발적으로 급증하지는 않는다.
실직의 어려움을 위해 창업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곳에는 또 다른 거대한 함정이 기다리고 있다. 이 함정은 누가 일부러 만들어서 생긴 함정이 아니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경제의 법칙이 이 함정을 잘 설명해 준다.

창업자가 처음 들어서는 곳은 자신의 소비자가 있는 완전히 열린 시장이 아니다. 창업에 필요한 재화와 용역을 구입해야 하는 창업시장을 거쳐 소비자가 있는 시장에 진입하게 된다. 그 이유는 창업자가 늘며 창업을 할 만한 업종, 창업을 할 만한 장소, 차별화를 위해 소모해야 하는 프로모션에 점점 더 많은 비용을 쏟아야 하는 상황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골드러쉬에 청바지 장수가 돈을 번다

창업자가 늘어나면 매장이나 사무실부터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수요가 늘어나니 공급은 줄고, 가격은 올라간다. 보증금과 월세가 올라간다. 업종 선택도 어렵다. 만만해 보이는 치킨집 창업은 치킨게임을 동반한다. 적절한 아이템을 찾아야 하는데 너무 생소한 아이템은 위험하고, 너무 흔한 아이템은 소비자가 값을 쳐주지 않는다. 많아진 경쟁자 사이에서 돋보이려면 이 또한 투자가 필요하다. 우선 인테리어부터 신경 써야 한다. 가격도 파격적으로 할인해야 한다. 적립쿠폰, 서비스가 올라간다. 블로그와 SNS 운영을 전문업체에 맡기고 O2O 서비스에 입점시키고, 이런 과정에서 광고비 지출은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돈을 버는 것은 누구인가? 부동산, 인테리어, 가구점, 주방용품, 프로모션 업체들이 돈을 번다. 사실 돈을 대출하고 이자를 받는 금융권이 가장 안정적인 이득을 얻을지 모른다. 통신사와 VAN 업체도 창업자들을 통해 돈을 벌어들인다. 아직 소비자는 돈을 쓰지 않았는데, 누가 돈을 다 벌었고 누가 돈을 잃은 것인가? ‘창업시장’의 재화와 용역이 창업자를 돕는 것은 틀리지 않지만, 투자비용이 늘수록 실제 창업자가 돈을 만지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들게 만든다. 그때까지 못 버티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의 서부개척시대를 보면 아주 간단한 답을 얻을 수 있다. 황금을 노리며 수많은 사람들이 달려들었지만, 정작 돈을 번 것은 작업복인 청바지를 팔던 사람이었다. 이런 면에서는 비정상적인 창업러쉬에 건물주가 꽃놀이 패를 쥐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어쨌든 다운쉬프트가 살 길이다.

창업과 관련한 글을 꾸준히 쓰고 있는 필자야 말로 이런 일에 답답함을 많이 느끼는 사람 중 하나이다. 독자 여러분이 해답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정답을 보이진 못해도 해답 중 하나는 보여야 할 것이 아닌가? 그러다보니 창업분야의 전문가 분들을 찾아 질문을 드리곤 하는데, 강의나 컨설팅 현장에서 말씀하시는 것과는 달리 사석에서는 “답이 없다”는 솔직한 말을 듣곤 한다.

심지어 어떤 교수님은 “힘든 시기니까 힘 빼지 말아야 살아남는다”며 극단론을 펴기도 했다. 가능한 한 융통할 수 있는 현금을 움켜잡고 최소한의 경비로 최대한 오랫동안 버티며 경기가 살아날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우선 고비용을 발생시키는 것들을 모두 처분하고 이자가 최대한 낮을 때 대출을 받아 현금을 확보하라고 한다. 회사를 다니고 있다면 어떻게든 잘리지 않도록 하고, 실직이나 은퇴했더라도 당장에 할 수 있는 가벼운 아르바이트라도 하라는 것이었다.

여기까지 틀린 말은 하나도 없지만, 경영학 전문가, 창업전문가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는 것은 심리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그 교수님의 진의는 사실 이렇다.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하는 생존형 인간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창업이 오히려 망하는 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생존의 기술을 터득하고 나면 그제야 비로소 창업의 길이 보일 것이기에 조바심 내지 않고 버티며 기회를 보고 또 봐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결국, 생존을 위해서라도 다운쉬프트의 삶을 살아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윤준식  ventureman@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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