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가공식품 원산지표기 ‘구멍’ 가짜 도시락 두달 넘게 유통

브라질산 부패고기 논란, 농산원 “현장 조사 후 내사 중”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의 가공식품 원산지 표기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

두 달 넘게 도시락의 브라질산 닭고기 원산지를 국내산으로 허위 표시해 소비자들의 선택에 혼동을 줬다.

더욱이 뒤늦게 발견해 시정 조치하는 등 직원의 실수라 치부하기엔 원산지 관리가 허술했다.

이에 소비자들은 지난달 중순 브라질산 부패 고기 유통 파동으로 닭고기에 대한 불안이 가중되는 가운데 또 다시 가슴을 쓸어내렸다.

관리감독 당국은 현장조사를 마치고 조만간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표할 예정이다.

시민단체는 소비자가 원산지 표기로 농수산식품에 대한 정보를 얻은 만큼 업체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0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 나만의 냉장고 앱에서 올해 1월 16일부터 지난달 22일까지 판매된 ‘홍석천의 치킨도시락’의 닭고기 원산지 표기가 허위로 표시됐다. 원산지가 브라질인데 국내산으로 표시돼 소비자들을 오인케 한 것.

특히 소비자들이 편의점 GS25에서 취급하는 상품에 대한 정보를 취득하고 구매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가 잘못 표시돼 판단에 혼동을 줬다.

당시 국내에서는 브라질 부패 고기 유통 소식이 알려지면서 브라질산 닭고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된 시기였다.

정부는 브라질산 닭고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에 대해 “해당국가에서 수입된 적이 없다”고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공식적인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또 유통업계와 식품업계는 이달 초부터 브라질산 닭고기 판매 중단 모드에 들어간 상태다.

GS리테일은 뒤늦게 지난달 27일부터 편의점에서 유통되는 도시락부터 브라질산 닭고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편의점 GS25에서는 그동안 브라질산 닭고기를 사용해 순살닭볶음탕 도시락, 마이홍 치킨도시락 등 총 6종의 도시락을 판매했다.

사진=뉴시스, GS25

수사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농수산물품질관리원(이하 농산원)은 전격 수사에 돌입했다.

농산원 서울사무소 원산지 특별사법경찰팀(이하 특사경)은 3월 말 두 차례에 걸쳐 현장 조사를 나갔고 현재는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 중이다.

농산원은 금명간 이 사안에 대해 과태료 부과 등 행정조치와 함께 원산지 거짓 표시 공표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GS리테일의 고의든 고의가 아니든 소비자를 속인 부분에 대해 행정처분은 내려질 전망이다.

농산원 관계자는 “소비자를 속인 것이 고의든 고의가 아니든 소비자를 기망한 것으로 확인되면 행정처분은 불가피하다”며 “해당 사안을 조사하고 있는 만큼 수사 결과는 공개된다”고 말했다.

농수산물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가공품은 식품제조보고서에 원산지 등을 기입해 작성해야 하고 어떤 유통경로로 판매가 되더라도 원산지 표기는 소비자의 알권리를 위해 정확히 표시돼야 한다. 통신판매 역시 예외가 아니다.

불안감 ↑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편의점 업계 2위인 업체에서 브라질산 닭고기가 국내산으로 허위 표시된 사안이 알려지면서 증폭되고 있다.

특히 브라질 연방경찰은 지난달 17일 유통기한이 지난 부패 축산물을 판매해 온 육가공업체의 공장을 적발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은 커졌다. 이중 한 업체가 국내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있는 BRF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국내 수입 닭고기의 80% 가량은 브라질산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수입된 닭고기 10만7399톤 중 82.8%인 8만8895톤이 브라질산인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도 브라질 부패 고기 유통 파동에 “국내에 문제가 된 브라질 산 닭이 수입된 적이 없다”며 진화에 나설 정도였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업체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향기 소비자연맹 부회장은 “오기 표기가 허위라면 리콜 대상”이라며 “뒤늦게 판매 중단 조치한 것에 대한 잘못이 업체 측에 원인이 있다면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브라질산 닭고기 파동처럼 이슈가 있을 때 전수조사를 못하는 취약점을 강화하는 방안도 강구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GS25는 단순 실수로 인한 사건이라면서도 철저히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원산지 허위 표기는 올해 1월 품목업데이트 과정 중 담당직원의 실수로 발생했다”며 “앞으로는 철저한 프로세스로 관리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허위 표기 기간 동안 판매된 수량은 내부 비밀이라 밝히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관련업계 1위 CU도 ‘부탁해’ 등 외부 ‘앱’을 이용해 도시락 주문이 가능하지만 원산지 허위 표시 같은 가짜 정보를 올려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소비자 알권리에 편의점 업계가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외부 채널을 통해 도시락이 판매되는 경우 원산지 표기 관리 감독이 잘 안 되는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