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굣길 초등생 성폭행으로 공분 확산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어린이를 납치,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학생 보호의 ‘최후의 보루’인 학교 내에서조차 버젓이 범행이 일어나고 있는 것. 특히 피해 어린이는 6시간에 걸친 인공항문 수술을 받고 정신적 공황상태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반 시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제2의 조두순 사건’이 또 다시 일어난 것에 대해 슬픔과 공분을 드러내고 있는 것. 실제 조두순은 지난 2008년 12월 경기 안산시 단원구의 한 교회 앞에서 등교하던 나영이(가명)를 교회 화장실로 끌고 가 무참하게 성폭행했다. 이로 인해 당시 나영이는 항문과 대장, 생식기의 80%가 영구적으로 훼손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번 사건에서도 피해 어린이가 인공항문을 만드는 대수술을 받았고, 치유 기간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피해 어린이의 부모는 물론 초등생 어린이를 자녀로 둔 학부모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보육원에 맡겨진 뒤 3년여간 동성에게 성폭행 당해 ‘인격장애’

18세 때 공장 경리에게 차인 뒤 여성에 대한 열등감 생겨 범행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7일. 8살난 A양은 방과후 수업을 듣기위해 어머니와 함께 서울 영등포구 모 초등학교로 향했다. 학교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9시께. A양의 어머니는 직장 출근을 위해 학교 앞에서 돌아섰고, A양 역시 어머니를 뒤로 하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수업이 있는 컴퓨터실로 이동했다.

바로 그 때였다. 50여분 동안 학교 안에서 범행대상을 물색하던 김수철(45)의 눈에 A양이 발견됐다. 김씨는 “꼬마야, 이리 와봐”하며 A양에게 손짓했다. 영문도 모른 채 김씨에게 다가간 A양은 이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두려움에 휩싸였다.

김씨는 평소 공사장에서 기공업무를 하며 갖고 다니던 문구용 커터칼로 A양에게 겁을 줬다. 커터칼은 A양의 턱을 향하고 있었으나, A양의 옷깃 사이에 칼날이 숨겨져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더욱이 김씨가 아버지처럼 A양의 어깨를 감쌌기 때문에 아무도 이를 인식하지 못했다.


“맥주 마시면 정력 솟아올라”


김은 그 상태로 학교에서 직선거리로 680여m 떨어진 자신의 단칸방까지 A양을 끌고 가 무참하게 성폭행했다. 이후 김씨는 “기분이 좋아 스르르 잠이 들었다”가 오후 2시가 돼서야 눈을 떴다. 이미 A양은 도망간 상태. 그 시각 A양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으나 아무도 없는 빈집을 확인하고 다시 울면서 학교를 찾아왔다. 초췌한 얼굴에 피가 묻은 바지를 입은 A양을 발견한 교사는 A양을 급히 병원에 데려갔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학교 주변에 설치된 CCTV(폐쇄회로) 영상과 A양의 진술을 토대로 탐문수사를 벌이는 사이 김씨는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태연하게 바닥에 묻은 피를 닦은 뒤 샤워를 하고는 오후 3시 집에서 나왔다. 집에서 50m 떨어진 단골 식당에 들어가 냉면 한 그릇을 뚝딱하고, 목욕탕에까지 다녀왔다.

김씨가 집으로 다시 돌아온 것은 저녁 7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그때는 이미 경찰이 김씨의 소행임을 파악하고 인근에서 대기 중이었다. 놀란 김씨는 자해하며 소동을 일으켰으나 이내 경찰에 붙잡혀 영등포경찰서로 연행됐다.

김씨는 범행을 부인하진 않았다. 다만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저지른 일이라고 해명했다. 사건 당일 오전 영등포역 인력시장에 나갔다가 일거리를 찾지 못해 함께 모인 일꾼들과 맥주 1캔을 마시고 돌아오는 길에 식당에서 소주 1병과 맥주 2병을 더 마셨다는 것. 김씨는 “맥주를 마시면 이상하게 정력이 솟아오른다”고 말했다.

김씨의 괴상한 해명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스스로를 ‘반사회적 인격장애인’이라고 진술했다. 지난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정신병원을 찾았고, 상담 결과 반사회적 인격장애 진단을 받았다는 것. 이 같은 진단은 유년기에 동성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충격에서 기인한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었다.

진술에 따르면, 부산 출신인 김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부모를 잃었다. 재첩국 장사를 하던 어머니가 사망하자 김씨는 아버지의 손에 의해 보육원에 맡겨졌다. 이후 보육원에서 나오기 3년 전까지 김씨는 보육원의 형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중학교 교육조차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보육원에서 뛰쳐나온 셈.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공장을 맴돌던 김씨는 18세에 이르러 공장 경리에게 사랑고백도 했다. 그러나 거절당했다. 주근깨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그 뒤부터 김씨는 여성에 대한 열등감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이 열등감은 1987년 부산의 한 가정집에서 폭발하고 말았다. 남편이 보는 앞에서 부인을 성폭행하는 인면수심의 범행을 저지른 것. 이로 인해 15년간 복역한 김씨는 출소 4년만인 2006년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중학교 남학생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았고, 2007년에는 술집에서 취객을 마구 때려 2년간 복역했다.

이렇게 해서 김씨는 전과 12범이 됐으나 정작 경찰의 성범죄 전과자 관리망에는 빠져나갔다. 경찰은 20여년전 범행을 저지른 장기 복역자도 관리 대상에 포함시키는 이중장치를 마련했지만 출소자 명단의 보관시한이 3년 밖에 되지 않아 8년 전 출소한 김씨의 명단은 누락됐다. 남학생을 강제 추행한 혐의 또한 피해자와 합의하면서 처벌받지 않아 또 한 번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경찰의 성범죄 전과자 관리망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일면서 논란은 한동안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학교 내의 부실한 안정망에 대한 반성이 대두되고 있는 한편 경찰의 미흡한 대처로 피해 어린이에게 또 한 번 상처를 입혔다는 점에서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 경찰은 범인을 잡기 위해 수술이 시급했던 A양을 데리고 다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A양은 6시간에 걸친 인공항문 수술을 받고 입원치료 중에 있다. 앞으로 치료에만 최소 6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경찰은 김씨의 여죄를 찾기 위해 다각도로 수사를 펼치고 있다. 김씨의 DNA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 최근 발생한 성폭력범죄 피의자들의 DNA와 대조작업을 벌이는 동시에 김씨의 채팅 내역까지 확인에 나섰다. 채팅을 통해 알게 된 “가출한 여고생과 동거를 했다”는 이웃 주민들의 진술 때문이다.


가출한 여고생과 동거, 임신


평소 김씨는 10대 청소년들과 어울리며 단골식당에서 식사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촌동생이라고 소개했지만 가출 청소년처럼 보였다는 게 이웃 주민들의 공통된 시선이다. 게다가 지난달 초에는 1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성과 단골 식당에 나타났다가 며칠 뒤 “여자친구가 임신해서 기분 좋아 가평에 휴가 가려고 했는데 여자가 헤어지자고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경찰조사에서 김씨가 인정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경찰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김씨가 10대를 성매수 했거나 이들에게 다른 범행을 저질렀을 개연성에 주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임신까지 한 여성이 헤어지자고 말했다는 것과 관련해 석연치 않다는 분석이다.

한편,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은 사건 발생 당일 해당 학교를 찾아 “학교, 경찰, 교육청, 학부모 모두가 함께 노력해서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성범죄 전과자에 대한 보다 강력한 관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강희락 경찰청장은 지난 10일 해당 경찰서를 찾아 “검거도 중요하지만 예방이 더욱 중요하다”며 예방 대책을 강구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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