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박정익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全국민 안식제’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며 ‘대연정’에 이어 또다시 이슈몰이에 나섰다.

안 지사가 공약으로 내세운 전국민 안식제는 ‘10년을 일하면 1년을 유급으로 쉴 수 있는 안식년제’를 말한다. 즉, 1년 1달을 유급으로 쉴 수 있는 안식월제이기도 하다.

안 지사의 ‘전국민 안식제’ 공약은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통계를 바탕으로 한다. 대한민국은 OECD 기준 40대 돌연사 1위, 노동시간 2위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생산성은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이에 삶의 질 개선을 통한 생산성 증대를 꾀한다는 복안이다.

공약 발표 후 여의도 정가가 술렁이고 있다. 재원 확보와 노사 대타협이 관건인 가운데 현실성이 부족한 공약 남발이라는 비판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다.

안희정 지사는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삶이 있는 일자리, 전국민 안식제 간담회’를 열고 “우리나라 국민들은 삶의 질과 충전, 재교육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며 “약속했던 바와 같이 다음 정부에서 노사정대타협을 통해 실현 가능한 대기업과 공공 분야에서 전국민 안식제 도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과로사회를 극복시켜야 한다. 한 번 고용이 평생직장으로 이어지고, 여유로운 은퇴자의 삶으로 이어졌던 것이 사라졌다”며 “우리는 인생 이모작‧삼모작이라는 다양한 직업 전환과 삶의 패턴의 다양성을 맞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일정 기간 재충전, 재교육, 재훈련 시간을 가져야 하고. 우리의 고용과 일하는 방식의 사회제도에 도입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 지사는 그러면서 “어느 후보가 제시했던 ‘저녁이 있는 삶’에 심쿵했다면, 이 제도는 바로 우리의 공감이 실천함에 있을 것”이라며 새로운 노동 고용 형태, 삶의 형태로 대한민국 바꿔보자”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일은 공적 예산이 필요 없다. 노사 대타협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며 “안식제를 통해 신규 일자리와 고용 기회도 갖게 될 것이다. 전국민 안식제를 다음 정부에서 적극적인 국가와 사회 의제로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떻게

안희정 캠프 정책단장을 맡고 있는 변재일 의원은 전국민 안식제는 ▲일자리난 해소 ▲내수시장 활성화 ▲새 삶의 가치 부여 등 3가지 목표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 의원은 “세계 최장의 근로시간을 갖고 있지만, 많은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헤매는 현상”이라며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된다면 이제는 인공지능에 의한 노동대체가 되면서 추가 실업 발생의 우려가 있다. 그래서 안식월제와 안식년제를 시행하면서 추가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일자리를 늘린다는 목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성장 모델은 더 이상은 어렵다. 수출과 내수의 균형을 잇는 성장전략 필요하다”며 “현재 우리나라 연차 휴가 사용률이 60%다. 이것을 100%로 확대하면 38만명 고용 창출과 20조원의 경제효과를 가져온다. 추가 검증이 필요하지만 내수시장 활성화와 고용률을 높여야 되지 않나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린 산업화 시대를 살면서 목적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는 삶을 살아왔다. 가정에, 아이들에게도 충실하지 못해 회한하는 기성세대가 많다”며 “그래서 다음 세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우리와 다른, 새 삶의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세상을 열어줘야 한다.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끄는 세대는 20~40대, 그 때마다 새롭게 소중한 삶의 가치를 개발하고 충족시키는 삶 살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철학을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안 지사 측은 안식년제를 위한 재원마련으로 2년 또는 3년의 임금동결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 지사는 “설계안에 대해 단장과 전문가 논의 중이다. 다만 현재 2년~3년의 임금동결을 노사 대타협을 통해 적절한 수준의 임금 수준을 유지하는 경제적 여력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라며 “이 문제 대해 실천할 수 있는 공공분야부터 시범하면서 이 제도를 우리 사회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안식년제는 기업에 따라 5년에 6개월, 3년에 3개월 등도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안식월제로 현재 15일인 법정 연차를 25일로 확대하고, 이를 붙여 쓸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즉, 연차 20일을 연속해 사용하면 한달을 쉴 수 있는 안식월이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근속연수와 상관없이 정규직‧비정규직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근로자에게 연차 25일을 보장한다고 밝혔다.

안 지사 측은 안식년제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이미 안식제를 사용하는 기업이 있다고 설명했다. 안 지사 캠프 관계자는 “안식제는 법으로 새로운 제도를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통해 새로운 근로문화를 만들자는 제안”이라며 “주5일 근무제도 또한 공공기관과 대기업에서부터 시작해 중소기업으로까지 확대 적용됐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현실적으로 비정규직도 안식제를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공정노동위원회’를 신설해 비정규직도 회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하게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우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 지사가 공약으로 내세운 ‘전국민 안식제’를 놓고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공공부문과 달리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이 부족하는 평이다. 또한 현재 논의되고 있는 근로시간단축, 육아휴가, 출산휴가 등 기존의 안들도 정착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르다는 평도 존재한다.

실제로 이용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17일 논평을 통해 “10년을 일하면 1년을 쉬는 것은 꿈같은 일이다. 삶의 질을 높이고, 육아와 가정에 집중하자는 공약의 취지는 십분 이해한다. 실현된다면 분명 대한민국의 행복지수는 올라갈 것”이라면서도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을 고려하면 안 지사의 공약은 장밋빛 꿈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1년간 유급휴가를 줘야하는 중소기업에게는 가뜩이나 어려운데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는 문제이고, 저임금 근로자와 비정규직에게 임금 동결은 생계부담을 늘릴 수 있는 일”이라며 “저성장이 장기화되고, 가계부채가 경제를 짓누르는 상황에서 안희정의 공약은 현실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신기루 같은 공약은 자제하고, 보다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라”고 당부했다.

기정훈 명지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재원 확보에 대한 문제가 있지만, 의미 있는 공약”이라고 평가했다. 기 교수는 “대학 같은 경우는 7년차에 1년 간 유급으로 안식년을 갖는다. 안식년을 경험해 본 바로는 정말 새롭고 재충전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며 “국가 비전을 놓고 봤을 때, 장기적인 인적자원의 관리‧개발 등의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실질적으로 대기업, 공공부문은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중소기업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될 것”이라며 “시행될 경우 국가가 일정 부분 보조를 해줘야 하는데, 안식년제를 정착시키기 위해선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먼저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조건에서는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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