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연재 생활경제
[윤준식의 생활경제] 다운쉬프트가 관건이다!
  • 윤준식
  • 승인 2017.03.20 09:18
  • 댓글 0
@pixabay

[민주신문] 최근 민생경제가 말이 아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된 상황 속에 사드 여파로 한-중간 교역이 급랭되는 분위기 속에 탄핵과 조기대선이라는 정국이 펼쳐지며 국가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쳐해있다. 이런 상황이 느긋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국민 모두가 고용불안, 경기침체라는 리스크를 떠안고 있는 상황에서 언 발에 오줌누기 식의 미봉책만 말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폐지줍는 노인’, ‘흙밥’, ‘비정규직’이라는 말로 전 세대를 통해 빈곤과 소득격차 문제가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을 살아내야 내일도 살아내지만, 오늘 살아남았다고 내일 살아남는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지속가능성을 가질 수 있을까?

다운쉬프트 트렌드

다운쉬프트(downshift)는 원래 자동차를 '저속 기어로 바꾼다'는 뜻이다. 자동차가 구동하기 위해서는 우선 동력을 얻고, 동력을 전달해 움직이게 하는데서 나온다. 그러나 자동차가 목적지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지형을 지나쳐야 하고, 승객과 화물로 인한 하중이 변수로 작용된다. 

그래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수만은 기어들로 구성된 변속기다. 톱니가 많은 큰 기어에 작은 기어를 물리면, 큰 기어의 축이 돌아가는 속도보다 작은 기어의 축이 돌아가는 속도가 현저히 빨라진다. 이를 반대로 하면 속도를 낮출 수 있다. 여기에 작용되는 역학법칙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속도가 빨리지는 만큼 힘을 잃게 되고, 속도가 낮아지면 반대로 힘을 얻게 된다.

그러나 요즘 말하는 다운쉬프트는 인간의 삶에서도 보다 여유롭고 편안한 삶을 즐기기 위해 현재의 바쁜 삶의 속도를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1970년대 이후 출생한 유럽의 젊은 층 사이에서 빡빡한 근무 시간과 고소득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느긋하게 즐기며 살아보겠다는 트렌드가 나타났다. 이것은 고도산업사회의 출현과 정보화 시대의 반작용으로 등장한 웰빙(well-being) 풍조와도 관련이 있다.

지식혁명, 정보화산업형명이 주는 새로운 기회가 주말근무, 야간근무도 마다하지 않고 일하며 자기개발에 몰두하는 예티족(Yetties)을 출현시키기도 했지만,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광고 카피가 일상어가 될 현대 산업사회는 과로와 스트레스로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잃게 만들고 있다. 특히 한국 사회는 이미 열심을 다해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에 쉼을 누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추구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꾹꾹 참고만 있으니 보이지 않는 정신적 긴장감은 이루 말할 데가 없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까지
자동차는 끊임없이 변속한다.

목적지까지 무사히 자동차를 몰고 가는 것은 인생과 비슷한 면이 많다. 자동차를 몰다 보면 속력을 높이기 위해 기어를 3단, 4단, 5단으로 높이며 힘과 속도를 교환하기도 하고, 3단, 2단, 1단으로 낮추며 속도를 버리고 힘을 얻기도 한다. 보통 힘을 많이 필요로 할 때는 정지상태에서 출발하고자 할 때와 높은 언덕을 올라가야 할 때다. 이때는 아무리 급하더라도 1, 2단 같은 저속기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동차 운전을 상상하면 엑셀(엑셀레이터: 가속페달)을 힘껏 밟는 것 위주로 생각한다. 가고자 하는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고 싶은 마음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산업화가 가져온 심리적 병폐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효율적으로...”와 같은 슬로건이 가슴 속에 머리 속에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목적지에 빨리 도착해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목적지 도달의 효율을 따져야 하는 건 왜 인가? 관리자에게 성과를 요구받고 목적을 달성해 나가고 있지만 왜 그렇게 하고 있는가? 처음에는 먹고 사는 것, 꿈을 이루기 위한 것, 자녀를 양육하는 것에 대한 단편적인 답변으로 일관하게 되지만, 심층적으로 질문을 자신에게 던질수록 그 질문의 중심에는 자기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고
한 단 아래로 변속하라

결론적으로 굳이 열심히 살지 않아도 된다. 바쁘게 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더라도 이런 의미를 찾으며 살고자 하는 것이 다운쉬프트라고 볼 수 있다.
빨리 달리는 자동차의 속도를 늦추듯이, 돈을 벌고 출세를 위해 뛰는 것을 멈추고 여유를 갖고 삶을 즐기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힘이 들 때는 더더욱 그렇게 해야 한다. 힘이 든다고 해서 가속 페달을 연거푸 밟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 요즘은 고속도로와 터널이 뚤리며 그런 광경을 보기 어렵지만, 예전에 속초와 강릉을 향하던 미시령, 대관령 길에는 수증기를 뿜으며 멈춰진 자동차들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차의 힘이 모자란다고 계속해서 엑셀만 밟았기에 엔진과열로 멈춰 선 것이다.
방법은 쉽다. 느리더라도 변속기어를 낮추고 구불구불 넘어가는 산세를 즐기는 방법 하나 뿐이다. 자동차의 비유는 느린 발전이 나쁜 것이 아니라는 교훈을 준다.

다음 회에 소개할 책 <3040 로드맵>은 직장생활과 일상생활의 관계를 새롭게 규정하고 직장에서 받는 압박감을 줄임으로써 정말로 중요한 일에 전념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다운쉬프팅 전략을 제시하는 책이다. 독일의 광고대행사 대표였던 저자 하요 노이는 앞서 필자가 설명한 다운쉬프트 트렌드를 겪으며 자신의 비즈니스를 추구했던 사람이다. 특히 이 책은 사회적으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30~40대를 겨냥하고 있어 이미 다뤘던 두 권의 책들처럼 생애주기에 따른 성찰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윤준식  ventureman@empal.com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포토뉴스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