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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이동영 공저 ‘30대, 평생 일자리에 목숨 걸어라’(이하 ‘평생일자리’)를 토대로 에코세대의 쉬프트업을 다루는 두 번째 시간이다.
이 책은 40대를 앞두고 30대를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위한 저작이다. 신입 딱지를 떼고 어느 정도 업무에 자신감을 가질 때가 바로 이 때다. 그러다보니 이 시기는 빠른 성공이 목표가 된다. 고액 연봉을 목표로 자기계발과 이직에 골몰하며 놓치는 부분을 잘 일깨워주고 있다. 기업으로 따지면 지속경영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사람에 대입해 이야기하고 있다고나 할까?

평생 일자리: 평생 직장과 다른 의미

책의 제목에도 명시되어 있지만, 이 책은 중간중간 ‘평생 일자리’에 대해 여러 차례 설명하고 있다. ‘평생 일자리’라는 것이 정립되어 있는 개념이 아닌 데다 각 사람의 경험과 생각에 따라 다르게 비춰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필자가 ‘쉬프트업’을 이야기할 때마다 용어를 정의하고 이런 발상을 하게된 사회적 맥락을 설명하기 위해 힘주는 것과 같다. 이런 맥락에서 필자는 ‘평생일자리’의 저자들과 모종의 정서적 공감대를 느끼기도 했다. 저자들은 취재과정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독자의 합리적 판단을 돕고 있다.

여기서 질문을 하나 던져볼까 한다. 평생 일자리와 평생 직장은 같은 개념일까, 다른 개념일까? 만일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한다면 아직까지 80년대식 마인드에 머물러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른 개념이라는 답을 냈다면 21세기적인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고 출구를 모색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될 듯 싶다.

보통 사회생활을 시작한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직업(職業)’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평생직장이 두드러지던 때는 ‘직업(職業)’이라는 한자어 중에서 ‘직(職:벼슬 직)’에 초점을 맞추곤 했다. 한번 획득한 ‘직(職)’이 평생을 가기 때문이었다. “한 번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합니다”라는 어느 대형가전회사의 광고문구가 대히트를 친 것은 이런 사회적인 합의가 있어서가 아니었을까?

그러나 이제는 ‘직업(職業)’ 중에서 ‘업(業:일 업)’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갖는다. 경제가 고성장을 하던 때와 달리 하나의 ‘직(職:벼슬 직)’을 오래 유지할 수 없는 시대, 실질적인 생계유지가 더 힘들어진 시대가 되면서 자리에 대한 욕심보다는 오래 일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으려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창업=성공이라는 등식을 삭제하라
다운쉬프트가 성공의 지름길

어느 틈엔가 ‘누구나 한 번은 창업을 하는 시대’라는 슬로건이 슬그머니 자리를 잡고 있는데 이 또한 평생 일자리와 관련이 있다.
‘업(業:일 업)’을 유지한다는 차원에서 창업이 또 하나의 선택지가 되기도 한다. 자신을 고용해주는 직장이 없어 창업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신이 보람을 갖고 해보고 싶은 일을 만들어(창직:創職) 도전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평생직장이 좌절되어 마지막 남은 선택지가 창업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 책 ‘(약칭)평생일자리’에서는 창업에 대해 아주 절묘한 표현을 하고 있다. 바로 “창업=성공이라는 등식을 머리 속에서 삭제하라”는 말이다.
즉 성공을 위해 무리해서 전방위적인 비즈니스에 뛰어드는 것은 오히려 위험하다는 것이다. 아직도 살아가야할 날이 더 많은데 단기간에 승부를 내려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연봉 1억씩 5년을 버는 것과 연봉 2500만원으로 20년을 버는 것은 같은 금액을 버는 것이지만 차이가 있다고 설명하며 슈퍼직장인 증후군에서 벗어나라고 충고하고 있다.

그래서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이 ‘다운쉬프트’다. 검소하지만 여유있는 삶을 습관으로 붙이고 영위하는 것이 평생 일자리를 만들고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해주고 있다. 고액연봉을 받는다 하더라도 높은 소비수준으로 살아간다면 오히려 경제적으로는 더 여유가 없을지 모른다. 또 고액연봉을 보장받는 만큼 업무의 강도와 스트레스도 높아 자신을 유지관리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도 많아지는 점도 간과하지 않는다. 따라서 평소 검약을 즐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러 차례 강조한다.

이 시대의 에코세대는 무척 힘들다

한편, 이런 내용들을 하나하나 정리해가며 서글픈 생각을 금치 못하게 된다. 요즘처럼 청년들이 취업을 하기도 창업을 하기도 어려운 시기가 또 있었나 싶다. 지금껏 이렇게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시절이 있었나? 기성세대들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청년에게는 취업의 관문은 좁디 좁다.

얼마 전 ‘일 못하는 사람 유니온’이라는 페이스북 그룹에 올라온 내용은 더욱 가관이다. 어느 회사에서 2~3년 경력의 사람을 구인하고 있는데 회사에서 제시한 연봉이 2,000~2,200만원이라는 것을 놓고 댓글로 성토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려운 기업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지만, 어린 시절부터 순위쟁탈전과 경쟁으로 시달려온 청년들이 참 딱하게 여겨지지 않을 수 없었다.

좋은 직장에 가기 위한 스펙 쌓기를 위해 청년들이 자기계발에 투자하는 시간과 비용도 역대 최고가 아닌가 한다. 청년 1인에게 투입된 교육비가 2~3억에 달하고 있다. 주거비용과 생활비가 높아진 시대를 살며 이런 급여를 받아 학자금 대출을 갚고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을까? 겨우 취업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직무적성이나 회사문화가 자신과 맞지 않아 퇴사를 결심해야 할 때는 어떤 심정일지 생각해보라. 이런 리스크를 감수하며 노력끝에 직장생활 10년차가 되었지만 내일 모레면 40대, 어쩌면 곧 회사로부터 명예퇴직을 권고받을지 모르는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에코세대의 현실이다.

이런 우려를 놓고 본다면 이 책 ‘(약칭)평생일자리’도 적절한 삶의 지침을 주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노력하면 할 수 있다”, “청년기에는 사서 고생해라”는 메시지보다는 매우 책임감있는 내용과 적절한 인사이트를 찾게 돕는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이 책이 출간된 2010년은 지금만큼 어려운 시기가 아니었기에 그 정도 수위에서 저작이 이루어진 것은 아닐까 추측해볼 수도 있겠다.

지금까지 수 회에 걸쳐 2권의 책을 리뷰하며 40세를 기준으로 한 생애주기를 통해 보는 ‘쉬프트업’에 대해 정리해 보았다. 에코세대와 베이비붐 세대라는 차이점, 한국적 상황에 적용되느냐, 시대적 현실과 맞고 안 맞고의 차이는 있었지만 2권의 책 모두 생계의 관점보다는 ‘인생’, ‘행복’의 관점을 가지라고 조언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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