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책·망보기·바람잡이 역할 분담, 순박한 노인 등쳐 호화생활


노인들을 상대로 값싼 중국산 약초를 만병통치약이라고 속여 거액을 챙긴 할머니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른바 ‘노랭이 식구파’로 불리는 7인조 사기단이다. 이들은 1980년대부터 활동해 온 약재 전문사기단으로 주범 천모(67) 씨는 무려 사기 10범이다. 천씨가 노랑머리를 하고 다닌다고 해서 ‘노랭이’가 별명처럼 붙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17일, 이들 일당을 검거하고 경기지역까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노랭이 식구파는 600g에 1,500원 정도에 불과한 중국산 약초 ‘보골지’를 관절염 특효약 등으로 속여 지난해 2월부터 지금까지 노인 200여명에게 3억원 상당의 돈을 가로챈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은 판매책, 망보기, 바람잡이 등 역할을 분담해 치밀하게 범행을 저질렀다는 전언이다.

판매 역할을 맡은 사람이 시장에 한약재를 깔아놓고 만병통치약이라 유혹하면 바람잡이 역할을 맡은 사람이 “돈이 얼마가 되든 상관없으니 더 구해달라”며 현장에서 수 백만원을 주고 살 것처럼 바람을 잡았다. 이어 피해자에게 “돈이 부담스러우면 우리끼리 돈을 반씩 내서 반으로 나누자”고 제안해 피해자와 함께 부근 은행으로 이동해 돈을 인출하고 물건을 구입하게 했다. 망 보는 역할을 맡은 사람은 사기 행각이 노출되지 않도록 경찰의 동향을 살폈다. 이렇게 가로챈 돈으로 이들은 모두 40평짜리 아파트에 거주하고, 자식들에게 아파트를 사주는 등 넉넉한 생활을 누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노랭이 식구파는 범행 장소를 인출이 용이한 은행 근처로 잡고, 피해자들로 하여금 적금 통장을 해지하게 하거나 심지어는 대출까지 받도록 했다”면서 “피해자들은 대부분이 약재에 대한 지식이 없어 좋은 약으로 알고 복용을 계속하거나 속았다는 사실을 알더라도 자식들로부터 혼날 것을 우려해 신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들의 범행 사실을 알고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매달 10만∼20만원을 상납 받아 온 오모 씨(75)도 공갈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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