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왼쪽)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와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사진= 민주신문

손 100% 현장투표 안되면 “경선 불참할 수도”
안 “선거인 명부 없는 투표는 존재할 수 없어”


[민주신문=박정익 기자] 국민의당 지도부와 지지자들의 속이 새카맣게 타 들어가고 있다.

빅텐트론을 앞세우며 연합전선을 구축한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이 당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경선룰을 놓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이 인용되면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경선룰부터 합의에 이르지 못해 전국적 바람몰이의 실패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게다가 더불어민주당은 일찌감치 경선룰을 확정하고 선거인단 모집, 유력 대선후보들의 토론회까지 진행되면서 멀찌감치 앞서간 상태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민의당이 이러다 텐트를 칠 터만 잡다가 힘만 다 빼는 거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9일 국민의당에 따르면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손학규 의장은 당이 마지노선으로 정한 지난 8일까지 2차 경선룰 합의에도 실패했다.

특히 손 의장 측은 안 전 공동대표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며 경선 불참을 시사해 국민의당이 내세웠던 제3지대 ‘빅텐트론’마저 허물어질 위기를 맞았다.

문제는 시간이다. 국민의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경선 관리를 위탁했다. 애초 국민의당 경선TF의 계획대로라면 오는 25~26일에는 당 대선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하지만 경선룰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자칫 전국 순회 경선과 토론회 등이 졸속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국민 여론도 무시할 수 없다. 당초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손학규 의장은 연합전선을 구축하면서 개혁과 새로운 화합을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모습은 정치적 셈법에 따른 합종연횡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에 비판 여론과 함께 미약하나마 지지율을 회복 중인 국민의당의 지지율이 지난해 12월 박 대통령 탄핵 때처럼 떨어지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익명을 밝힌 국민의당 관계자는 “후보자들이 자신들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한 쪽으로 경선룰을 정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다 보니 이견이 전혀 좁혀지지 않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앞둔 상황에서 이같은 잡음은 국민에게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립

손 의장 측은 신분증만 있으면 경선에 참여할 수 있는 100% 현장투표를 주장하고 있다. 또 마지노선으로 현장투표 80%와 숙의배심원제 20%를 제안했다. 반면 안 전 공동대표 측은 현장투표 40%, 공론조사 30%, 여론조사 30%를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당 경선TF는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자 현장투표 75%와 여론조사 25%의 중재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손 의장 측은 자신들이 제안한 안에서 한 치의 물러섬이 없다.

더욱이 손 의장은 경선 불참 가능성을 내비치며 배수진을 쳤고, 안 전 공동대표는 당의 중재안을 받아들이면서도 “모든 선거는 선거인단 명부가 작성돼야 한다. 그게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맞서고 있어 분열의 싹을 틔우고 있는 형국이다.

손학규 의장은 국민의당 경선룰 합의 마지노선인 8일 “(자신들이) 제안한 경선안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게다가 손 의장 측은 “안 전 공동대표가 당을 사당화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엄정한 지도와 감독을 해달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손 의장이 경선 불참 등을 시사한 배경으로,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탈당을 지목하고 있다. 손 의장이 김 전 대표가 탈당 전(7일) 조찬 회동을 갖고 ‘대연정’ 등 제3지대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을 것이라는 것.

익명을 밝힌 야권 관계자는 “김 전 대표와 손 의장은 제3지대와 개헌, 경제민주화라는 교집합이 존재한다”면서도 “기선을 잡기 위해 배수진을 친 것으로 보인다. 손 의장 입장에서도 철새 정치인이라는 비판 여론을 감안할 때 국민의당을 탈당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손 의장 측이 경선 불참 가능성을 내비친 것에 대해 “합리적인 방안으로 서로 협의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또한 안 전 공동대표는 당의 중재안을 받아들이면서도 “현장투표는 선거인명부가 있는 완전국민경선제로 해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이에 손 의장 측은 “일고의 가치가 없다”며 거부했다. 손 의장 측 김유정 대변인은 “애초에 선거인 명부 없는 완전국민경선에 합의해 놓고 선거인명부를 만들어야 한다는 조건을 첨부했다”고 비판했다.

안 전 공동대표도 경선룰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안 전 공동대표는 8일 ‘이데일리 퓨쳐스포럼-4차산업혁명과 미래일자리’ 조찬강연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선거인 명부 없는 투표는 존재할 수 없으니 선거인 명부를 만드는 현장투표를 하자는 것이다. 그것이 합리적 얘기"라면서 "선거인 명부가 있는 상황에서 현장투표 하는 게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손 의장 측이 경선룰 협상과정에서 양보 없이 100% 현장투표만을 요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실현가능한 방안을 갖고 경선룰을 협의해야 하는데, (100% 현장투표) 한 가지 안만 갖고 왔다”며 “그 안이 사실상 우리당의 역량으로서는 실현시키기 어렵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이어 “100% 현장투표를 하면 좋겠지만 우리가 역량이 안되기 때문에 선관위에 위탁한 것”이라며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2주~3주 내에 현장투표를 실행하기에는 여건과 시간의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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