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접속’이 현실로


 

작은 ‘우연’에서 시작된 남녀간의 ‘기막힌 로맨스’가 한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서 일어나고 있어 화제다. 최근 중고차 쇼핑몰 ‘보배드림’ 자유게시판에는 아이디 ‘매직카펫’과 ‘엽기공주’의 영화 같은 만남이 네티즌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영화 속에서나 나올법한 이 로맨스는 지난 10월 10일 ‘매직카펫’이 보배드림 자유게시판에 ‘황당한 저의 경험기’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리면서 네티즌들에게 알려졌다. ‘매직카펫’이 몇 일전 겪었던 사연 속으로 들어가 본다.

지난 10월 9일 새벽, ‘매직카펫’은 자신의 ‘애마’ 은색 투스카니를 몰고 서해안 고속도로를 시원스럽게 달리고 있었다. 과천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길이었다. 그런데 순간, 검은색 신형 산타페가 2차선에서 ‘매직카펫’의 투스카니를 재치고 다시 1차선으로 와 엄청난 속도로 달렸다.

당시 ‘매직카펫’은 “감히 산타페가 (투스카니를 탄) 나를 추월해?”라는 치기가 발동했다. 오기가 생긴 ‘매직카펫’은 무작정 산타페를 쫓아 화성휴게소까지 따라갔다.
화성휴게소에 도착하자 드디어 산타페에서 운전자가 내렸다. 차에서 내린 운전자는 20대 중반의 아리따운 여성.

게시판에 글을 올린 ‘매직카펫’의 말을 빌리자면 산타페 운전자는 “글래머에 비단결 같은 머릿결, 그리고 얼굴은 탤런트 송윤아씨와 무척 흡사한 20대 중반의 여성”이었다. 그는 또 “눈과 입은 또 왜 그리도 크던지 보는 순간 심장이 멎는 듯 했다”고 표현했다.

말이라도 걸어볼까?

어떻게든 말을 걸어보고 싶었던 ‘매직카펫’은 “저… 저기요”라고 간신히 한마디 건넸다. 아리따운 여성은 “네?”라고 받아쳤지만 ‘매직카펫’은 결국 “아, 매연이 많이 나와서요. 그럼, 안전 운전하세요”라고 말한 뒤 황급히 자리를 떴다.

못내 아쉬웠던 ‘매직카펫’은 휴게소에서 나와 서울시 마포구 농수산물 시장 앞까지 그녀의 차를 뒤따라가다 신호 대기 중이던 그녀의 차와 추돌하게 됐다.
하지만 경미한 사고였기 때문에 끝내 그녀의 연락처를 물어보지는 못했다.

‘매직카펫’은 첫눈에 반한 그녀에 대한 이야기와 연락처를 못 받아낸 자신의 ‘쑥맥스러움’을 한탄하며 게시판에 “고속도로에서 시속 200km 가까이 밟는 여자. 보통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다시 한번 그녀를 만날 수 있다면 자신있게 말할 겁니다. 너무 아름다워서 나도 모르게 그만 쫓아갔다고…”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의 솔직담백한 고백에 많은 네티즌들은 “진짜 인연이라면 다시 만나게 될 것입니다. 힘내세요”라며 응원의 댓글을 남겼다.

‘엽기공주’ 등장

그런데 놀랍게도 당사자인 아리따운 여성이 게시판에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아리따운 여성의 ID는 ‘엽기공주’.

‘엽기공주’는 “아마도 제가 그 싼타페 운전자인 것 같네요. 안경쓰시고 은색 투스카니 남자분 맞으시죠? 어디까지 따라오실 생각이었는지 사뭇 궁금해지네요”라며 자신이 그때 그 여성이었다고 밝혔다. 이 여성도 사이트 회원이었던 것.

지난 15일 그녀와 첫 데이트를 한 ‘매직카펫’은 “이렇게 많은 응원에 눈물이 난다”며 “22일 그녀와 두 번째 데이트를 약속했다”고 네티즌의 성원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네티즌들은 “좋은 인연이 되길 바란다”는 의견부터 “데이트 할 때는 되도록 먼저 계산을 하도록 하세요” 등등의 조언까지 마치 자신들의 일처럼 정성을 다해 댓글을 올리고 있다.
현재 ‘매직카펫’의 글에는 네티즌들의 조언과 응원으로 600여개에 가까운 댓글이 올라오고 있으며, 조회수도 10만을 훌쩍 넘기고 있다. 이런 현상은 포털 사이트가 아닌 곳에서는 극히 드문 일.

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은 “도로변에서 우연히 만났다가 인터넷의 한 자동차 사이트, 그것도 그 사이트의 한 게시판에서 만날 확률은 거의 없다”며 “왠지 자작극 같다”는 의견도 보였다.

하지만 대다수의 네티즌들은 “지금 이 이야기들이 소설이라 해도 믿고 싶다”며 “매직카펫과 엽기공주의 이야기가 좋은 만남으로 발전해 나가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박지영 기자
pjy09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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