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대마초보다 환각효과가 큰 합성 대마초가 국내에서 암암리에 확산되고 있다. 국제택배를 통해 손쉽게 국내로 들어오는 것은 물론 외국인 출입이 잦은 홍대나 이태원 등지의 클럽에서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 것. 특히 이 합성 대마초는 흡연자들 사이에서 ‘체리’라 불릴 만큼 풍부하고 좋은 향을 내기 때문에 일부 인터넷에선 방향제로 탈바꿈돼 판매되기도 한다. 또 일부에선 ‘스컹크’나 ‘스파이스’라는 이름의 식물영양제 등으로 팔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우리나라에선 지난해 7월 마약류로 지정됐지만, 아직까지 외국에선 마약류로 지정이 안 돼 정상 판매가 되고 있는 셈. 따라서 경찰에 적발된 흡연자들 상당수는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국내에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신종 대마초 ‘체리’의 실체를 취재했다.


일반 담배 모양으로 눈속임, 이태원 클럽 등에서 ‘체리파티’도
천연 대마초, 엑스터시보다 환각효과 크지만 가격 저렴 인기


체리가 국내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10일이었다. 이날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체리의 주원료이자 신종 마약류인 JWH-018을 밀반입해 유통시킨 혐의로 외국인 3명을 비롯해 총 16명을 불구속 입건시켰다.

경찰에 따르면 공급책은 서울 소재 K대학이 운영하는 어학원에서 강사로 근무한 뉴질랜드 국적의 M(32)씨로 밝혀졌다. M씨는 지난해 8월 중국에서 목욕용 가루비누통에 JWH-018을 담아 입국했다. 백인남성에게 통관절차가 상대적으로 허술하다는 점을 이용한 것. 이후 M씨는 올해 4월까지 총 3회에 걸쳐 국제택배를 이용하는 등 JWH-018 700g을 밀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머리카락과 소변에 흔적 없다”


제조책은 M씨를 비롯한 3명이 담당했다. 유치원에서 영어 강사로 일한 캐나다인 C(32)씨와 이태원 V클럽 DJ 프랑스인 B(29)씨가 함께 합성 대마초를 만들었다. JWH-018을 풀은 물에 잎담배를 적셔 말린 뒤 속을 비운 일반 담배 속에 넣은 것. 이것이 바로 체리다. 담배가 불에 타들어가면서 체리향을 내기 때문에 흡연자들은 이 합성 대마초를 체리라 부른다.

체리는 외양상 일반 담배와 똑같지만 환각효과는 기존의 대마초나 엑스터시보다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번 흡연 시 6~8시간 효과가 지속되는 등 환각성, 마취성이 훨씬 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흡연자들 역시 “천연 대마초보다 환각효과가 컸다”고 진술했다.

공조한 3명의 제조책은 내국인 박모씨 등 3명에게 체리를 판매했고, 박씨가 다시 서울 이태원 소재 클럽에서 내국인 10여명에게 체리를 되팔았다. 결과적으로 박씨는 중간 판매책으로 활동한 셈. 체리를 구매한 흡연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박씨는 “한국에서는 체리가 불법이 아니다”면서 “머리카락과 소변에 그 흔적이 남지 않는다”고 유인했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흡연자들은 함께 모여 ‘체리파티’를 열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흡연자들은 경찰 조사에 항의를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JWH-018은 외국에서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스컹크’나 ‘스파이스’라는 이름의 식물영양제 등으로 정상 판매되고 있다는 것. 그러나 이들은 모두 처벌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마약 관련 법은 자국법에 따라 법집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7월1일자로 JWH-018을 마약류로 지정했다. 더불어 환각효과를 일으키는 JWH-073 역시 조만간 마약류로 지정토록 할 방침이다.

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 관계자는 “스컹크, 스파이스를 완제품으로 국내에서 팔다 적발된 경우는 있지만 원료 물질을 들여와 국내에서 직접 제조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라면서 “신종마약이 적발될 경우 긴급지정 처벌할 수 있도록 법제화할 것을 관계기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국 사이트에서 손쉽게 구매


최근 유럽에서도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위스와 네덜란드에서 최초 제조된 JWH-018은 이후 독일, 영국 등 유럽 내 청소년층 중심으로 점차 확산되면서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실제 북미나 유럽에서는 유행이라 할 만큼 판매율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더욱이 판매 방식도 세밀화된 모습이다. 흡연 시에 느끼는 긴장완화 정도의 차이에 따라 다이아몬드>골드>실버 등 총 3종류로 분류해 판매하는 것. 가격까지 저렴한 편이라 과다하게 이용하는 사람도 허다하다.

이에 따라 유럽 전반이 JWH-018에 경각심을 갖기 시작했다. 여전히 외국 인터넷 사이트에서 10g당 20여 만원 웃도는 가격으로 손쉽게 구입이 가능하지만,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속속히 등장하면서 JWH-018을 마약류로 지정하는 나라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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