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조직, 전국서 판친다”


신흥 폭력조직이 성행하고 있다. 5월 한 달 새 경찰에 적발된 폭력조직만 2개다. 부산 해운대, 광안리 일대가 주활동 무대였던 ‘국이파’와 청주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던 ‘흑영파’가 검거된 것. 특히 흑영파의 경우 10대가 모여 만든 것으로 밝혀지면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기성 폭력조직을 닮으려는 철없는 청소년들의 등장은 해마다 증가되고 있는 폭력조직의 추세를 증명한다. 과거 유흥업소 운영 등에 국한됐던 폭력조직의 자금원이 대부업, 건설시행업 등으로 확대되고 범죄가 기업화, 지능화되는 등 ‘서식환경’이 계속 좋아지면서 폭력조직이 유망 직종으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기업형으로 성장하는 폭력조직들을 이대로 방치하면 머지않아 공권력이 통하지 않는 ‘한국판 야쿠자’나 ‘토종 마피아’가 출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만큼 사정당국의 조속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칠성파-20세기파 규합한 ‘국이파’, 10대 청소년이 만든 ‘흑영파’
기업화, 기능화로 ‘서식환경’ 좋아지면서 조직원 매년 증가 추세


부산 최대 폭력조직인 ‘칠성파’ 두목 이강환씨에게 구속영장이 신청되면서 그 위세가 약화되자 신흥 폭력조직들이 하나 둘 고개를 들고 있다. 대표적 폭력조직이 바로 ‘국이파’다.

경찰에 따르면 국이파는 세대교체를 명분으로 칠성파와 20세기파 등의 조직원을 새로 규합해 만든 조직이다. 규모는 두목 손모(30)씨를 중심으로 60여명이 모였다. ‘건달과 밤의 세계는 공생해야 한다’는 등의 행동강령을 마련했으며, 조직 선후배간 연락체계를 지정해 비상시 즉시 동원될 수 있는 지휘통솔체계를 갖추고 활동해왔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부산 폭력조직 세대교체 신호탄


이들은 조직원의 활동자금 마련을 위해 부산시내 대형 유흥주점과 보도방 등을 공략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업소 보호비 명목으로 매달 50만원에서 100만원을 받아 챙겨왔던 것. 유흥주점 종사자 6명에게는 고리사채를 빌려주고 이를 갚지 않는다며 미국과 호주, 일본 등 해외성매매를 보내 알선료 2,000만원을 갈취한 사실도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물론 단합대회비도 유흥주점에서 나왔다. 2008년 12월부터 최근까지 유흥주점에서 챙긴 그들의 술값만 4,500만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부산지방경찰청 형사과는 지난 10일 두목 손씨 등 8명을 구속하고, 조직원 4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검거되지 않은 조직원 12명의 소재는 현재 추적 중에 있다.

이틀 뒤인 12일엔 10대 후반 청소년들로 구성된 ‘흑영파’가 경찰에 적발됐다. 두목 최모 군의 나이는 올해 17세. 조직원 20여명 중 8명은 고교생인 것으로 밝혀졌다.

당초 이들은 ‘헤어지지 말고 영원히 친구로 지내자는 의미로 조직을 구성했다’고 진술했으나 경찰 조사 결과 진술이 사뭇 달라졌다. 청주권 조직을 통일하고 이어서 수원과 인천까지 연합하는 것이 조직의 최종 목표였던 것. 이와 함께 도피자금까지 마련하는 등 경찰의 단속에 철저하게 대비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조직을 만든 것은 지금으로부터 10개월 전이다. 두목 최 군은 충북 청주 상당구 북문로 롯데시네마 앞 광장에서 우연히 동갑내기인 유모(17) 군과 연모(17) 군을 만나 “어른들의 조직폭력배처럼 멋있게 살자”고 건의, 여관생활을 하며 검거 전까지 가출한 청소년들을 끌어들여 조직원을 20여명까지 늘렸다. 조직이 결성된 이후에는 학생을 상대로 금품갈취(22회), 차량절도(23회) 행각을 벌여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형제애 강조, 배신하면 ‘죽음’


17세에 지나지 않지만 이들은 기성 폭력조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두목, 부두목, 행동대장 등의 직책을 나눠가졌으며 문신을 새겨 조직원을 표시했다. 실제로 검거된 이들의 팔에는 문신으로 조직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뿐만 아니다. 형제애를 강조하기 위해 단합 훈련을 하고, ‘배신하면 죽인다’는 행동 강령을 내세웠다. 이탈하려는 조직원을 단속할 목적으로 후배 2명에게 16회에 걸쳐 집단폭력을 행사할 만큼 기강잡기에도 열심이었다.

이에 따라 충북 청주 상당경찰서는 두목 최 군 등 범행에 직접 참여했던 4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조직원 13명은 불구속 입건시켰다. 달아난 행동대원 3명은 현재 추적 중이며 이들에 대한 여죄를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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