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2007년 이명박-박근혜…2017년 문재인-안희정
촛불정국 속 국민 정치의식↑…탄핵‧단일화 변수


[민주신문=박정익 기자] ‘기울어진 운동장’. 보수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던 논리가 이번엔 진보에게 기울어졌다.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아진 19대 대선은 10년 17대 대선과 너무나도 닮았다. 집권여당의 분열과 야권 양자대결 구도, 정부에 대한 불신 등이 바로 그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 여부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선택 등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지만 대세에는 큰 영향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최악으로 치닫는 박근혜 정부 지지율과 여권 대선 주자 실종, 야권 후보 간 양자대결 구도. 19대 벚꽃 대선을 앞둔 여의도 정치판의 현주소다. 그런데 어디선 본 듯한 ‘데자뷔’처럼 낯설지 않다.

정확히 10년 전인 2007년 17대 대선 당시와 판박이다. 보수와 진보 등 진영만 바뀌었을 뿐이다. 17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은 분열됐다.

또 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여파로, 여당의 유력 대선주자였던 고건 전 국무총리가 대선 불출마를 선언(2007년 1월16일)했다.

엎친데 덮친 격. 참여정부는 부동산 정책에 실패하면서 지지율이 12%까지 추락했다. 반면 야당인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은 본선보다 뜨거운 예선(경선) 즉, 이명박 vs 박근혜의 치열한 양자대결을 거치면서 보수정권 10년이라는 토대를 마련했다.

10년 후인 2017년. 19대 대선을 앞두고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박 대통령 탄핵 여파로, 자유한국당(친박계)과 바른정당(비박계)으로 분열됐다.

유력 대선주자로 꼽혔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지난 1일 현실 정치의 벽을 넘지 못하고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입에 담기조차 부끄럽다. 역대 대통령 중 최저인 4%까지 곤두박질쳤다.

야권은 10년 전 여당과 같은 모습이다. 결승전과도 같은 예선전이 뜨겁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양자구도가 무르익어가고 있다. 정권교체는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다.

변수는 존재한다. 반 전 사무총장의 중도하차 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출마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가 출마하면 보수층 결집을 예상할 수 있다. 야권이 경계하는 변수 중 하나다.

아울러 다자구도가 되면 의외이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야권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와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완주를 선언했다. 범여권에 속하는 바른정당도 대선 출사표를 던진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중도 포기는 없다는 메시지를 던진 상태다.

익명을 밝힌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10년 대선 당시와 너무 흡사하다. 정가에서도 데자뷔의 결과에 관심이 높다”면서 “당시와 다른 점은 후보 단일화 등의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후보 난립은 의외의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보 모두 긴장하고 있는 눈치”라고 전했다.

‘기울어진 운동장’

그동안 진보진영에선 선거를 치를 때, 보수진영이 유리하다는 뜻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곤 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은 주로 축구 경기를 예로 든다. 보수가 위쪽을, 진보는 아래쪽에 위치한 상태에서 시합을 치르기 때문에 진보는 보수를 향해 공을 차, 골을 넣기 힘들지만, 위쪽을 차지한 보수는 공을 대충 차도 골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보수의 지역기반으로 꼽히는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의 인구수는 호남의 인구수를 압도한다. 17대 이명박 전 대통령과 18대 박근혜 대통령은 TK, PK 지역에서의 압도적인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19대 대선에서는 통상적으로 이해됐던 보수-진보 개념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뒤집어졌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농단과 박 대통령 탄핵심판, 그리고 전국적으로 1000만이 넘은 촛불집회를 통해 지역과 세대를 막론하고 야권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이 지지율 1~3위를 독식했다.

보수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지만 마땅한 카드가 없다. ‘불임정당’이라는 핀잔까지 듣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하는 대선 출마 러시가 이어지고 있지만 존재감이 없다. 대선 후보 지지도 여론조사 항목에 포함되지 않을 정도다.

야권의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지사, 이재명 시장,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 순학규 의장,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합산 지지율은 70% 육박한다.

반면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황교안 대행과 자유한국당 이인제 전 최고위원, 원유철 전 원내대표, 안상수 의원,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합산 지지율은 20% 안팎에 머물러 있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과 국민의당 경선에서 승리한 후보가 대선에서 맞붙은 ‘야야(野野) 대결’의 구도를 점치고 있다.

진흙탕?

10년 전 경선은 검증을 앞세운 이른바 진흙탕 싸움이었다.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박근혜 후보를 향해 故최태민 의혹을,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후보를 향해 BBK 의혹을 집중 공략했다.

19대 대선은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낮다. 익명을 밝힌 민주당 관계자는 “문 전 대표와 안 지사의 경우 故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는 한 뿌리에서 출발했고, 두 후보의 성향 자체가 누구를 비토 하는 성격이 아니다”라며 “정책 공약 등을 제시하고 이를 치열하게 검증하는 후보 간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야야 구도의 가능성이 큰 만큼 손학규 의장이 합류한 국민의당의 경선도 체크 포인트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지지율이 10% 안팎의 박스권에서 좀처럼 탈출하지 못하고 있지만 손학규 의장과 천정배 전 공동대표 등이 당내 경선을 통해 흥행몰이에 나선다면 반전을 꾀할 수도 있다.

또한 텃밭인 호남에서의 지지율이 상승한다면 민주당과의 힘겨루기에서 쉽게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변수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변수가 많다. 정치권이 이구동성이 꼽는 최대 변수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 여부다. 헌재 판결이 다음달 초에 나올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탄핵이 인용될 경우, 19대 대선은 60일 이내에 치러져야 한다. 이같은 상황이 연출되면 야권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만약 탄핵이 기각되면 이후 상황은 예측 불가능이다. 박 대통령 탄핵 기각은 반정부 시위로 격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부에서는 계엄령까지 운운하고 있다. 대선은 12월20일이다. 보수와 진보의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서 결과를 예측하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변수는 황교안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 여부와 ‘샤이 보수(보수진영의 숨은표)’의 집결이다. 황 대행은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유력한 여권 대선주자로 떠올랐으나,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애매모호한 답변만을 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에 대해 “황교안 대행의 출마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본다”며 “만약 황 대행이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경우 ‘샤이 보수’의 결집이 경계된다. 실제로 박 대통령의 탄핵기각을 반대하는 집회의 세(勢)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후보단일화도 변수로 꼽힌다. 현재까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후보단일화 등 선거 공학적 연대에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 탄핵 이후 정계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합종연횡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17일 “탄핵이 결정되면 새로운 보수의 싹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은 연일 특정 세력(친박, 친문)을 제외한 연대는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익명을 밝힌 야권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표가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할 경우, 대선 구도는 문재인 대 반문의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후보단일화 이야기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반문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명분이 약하다. 결국은 정국 운영 방안과 공약을 통해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게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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