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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새들러의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에 이어 함께 읽어보고 싶은 책은 김상훈, 이동영 공저 “30대, 평생 일자리에 목숨 걸어라”(이하 ‘평생일자리’)라는 책이다. 2010년도에 간행된 책이지만 필자가 이 책을 매개로 독자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앞서 이야기했던 에코세대의 쉬프트업과 관련이 있다.

새들러의 ‘서드에이지’는 이미 40대를 맞이한 사람을 위한 책이라면, ‘평생일자리’는 40대를 맞이할 사람을 위한 책이다. 생애주기 차원에서 40세라는 나이를 기준점으로 한다는 점에서이채롭다. 세상을 보는 시각 또한 한 쪽은 글로벌 표준을, 다른 한 쪽은 로컬(한국 사회)의 특수성을 집중적으로 조명해준다. 그런 측면에서 두 권의 책을 함께 보는 것은 의미가 깊다.

IMF 구조조정 이후,
조정된 구조 속에 살아가는 에코세대

우선 이 책이 등장하던 시기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 인해 미국 발 경제위기, 외환위기 직후이다. IMF를 겪었던 한국 사회가 IMF와 유사한 위기를 한 번 더 겪었던 상황을 담고 있다. 또한 IMF로 인한 구조조정 이후, 조정된 구조 속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이 묘사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런 모든 맥락을 종합해 곧 40대를 맞이할 30대를 향한 충고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책이 등장하고 7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 책이 전하려는 메시지를 전달받은 사람들은 이미 40대의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이 책의 내용과 메시지는 유효하다. 서브프라임 사태 직후나 지금이나 ‘조정된 구조’ 속에서 살아가기는 매 한가지이기 때문이다.
조정될 대로 조정된 구조의 모순을 보여준다. 이미 작아질 대로 작아진 조직, 경영합리화는 이루어질 만큼 이루어졌다. 바꿔 말해 더 이상의 채용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기업의 업무구조는 전산화, 외주화되었다. 어느 정도 수준 높은 업무기술과 의사결정권을 가진 자 외에는 간소한 업무만 담당할 수 있는 사람만 채용하면 회사가 돌아가도록 되고 있다. 일자리를 더 이상 제공하지 않는 경제구조가 된 것이다. 

이미 회사 운영을 위한 인건비는 줄일 수 있을 대로 줄였고, 최소한의 생활을 위한 필요임금은 오르고 있으니 청년실업은 당연한 것이 된 것이다. 지금까지 여러 대통령들이 일자리 창출, 특히 청년실업 해소를 공약으로 외쳐댔지만 해결되지 않은 이유가 바로 이런 ‘조정된 구조’로 인해서다.

조정된 구조에 대한 분노: ‘수저론’

젊은이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수저론’은 조정된 구조를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수저론’ 속에는 학업이든, 취업이든, 창업이든 단순한 노력만으로는 안 된다는 극도의 허무감과 분노가 녹아들어 있다. 놀랍게도 이 책 ‘평생일자리’는 ‘수저론’이 등장하기 한참 전인 2010년에 한국사회에 대한 어두운 예측을 하고 있다.

물론, ‘평생일자리’에서 대놓고 ‘수저론’ 식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는 않다. 이 책은 일본식 평생고용이 사라진 세계만을 이야기할 뿐이다. 하지만 기업문화 속에서 평생고용이 사라졌다는 것이 뭔가? 이것을 놓고 누구도 쌍무계약, 사회보장과 병행된 서구적 합리주의 기업문화가 도입되었다고 보지는 않는다. 책에서는 긍정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암울한 근미래에 대한 좋은 예고편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우선 ‘평생일자리’ 1장은 직장과 관련한 이야기들을 가볍게 풀어내며 시작한다.  실제 저자들이 취재를 통해 만난 사람들의 사례는 흥미롭다.
연봉 1억에 조금 못 미치지만 고소득을 올리던 직장인이 이직을 통해 급여는 적지만 행복을 누리고 있는 예로 시작한다. 

그러나 이어지는 사례들은 그다지 행복하지 못하다. 이직을 통해 높은 연봉을 받고 있으나 업무강도가 높아 행복도가 떨어지는 사람의 사례, 적성에 맞지 않는 직장을 단기간 전전하다 회사부도로 실직자로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 전문성 덕에 계속해서 이직하며 생활을 영위해 가지만 직장마다 연봉이 올랐다 내렸다 하는 이야기. 결론적으로 ‘평생일자리’ 1장에서는 연봉 1억의 수입을 5년 동안 갖는 것보다 적은 연봉으로 20년을 일하는 것이 훨씬 더 이익이라는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꺼낸다. 우선 “평생 직장에 대한 환상부터 버리고 고액 연봉의 꿈에서 지금 당장 깨어나라”고 말한다.

직장, 직업의 개념이 달라진 시대를 살아가는 세대

앞서도 말했듯이 종신고용이라는 기업문화는 사라졌다. 하지만 이를 대체하는 개념이나 기업문화는 아직 등장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사회와 기업이 뭔가를 해주기를 기대하기에는 여유가 없다. 이전보다 먹고 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생일자리’ 2장에서는 일을 하며 얻는 만족감과 행복도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얼마를 받는 직장이냐’보다 ‘얼마나 즐거운지’가 중요하다”고 역설하면서 “구조조정 걱정 없는 일자리를 찾으라”고 조언한다.

방금 말한 ‘구조조정 걱정 없는 일자리’라는 것은 종신고용과는 완전히 다르다. 어떤 곳에서 일하느냐보다는, 어떤 일을 얼마나 즐겁게 하느냐가 평생 일자리 선택의 기준이라는 것이다. 정말 죽어도 하기 싫은 일이라면 얽메일 필요가 없다. 자신만의 평생 일자리를 찾는데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는 소리다. 그러면서 2000년대 초부터 미국에서 보여지는 현상인 ‘프리에이전트’화에 주목하고 있다.

원래 ‘프리에이전트’는 자유계약선수(FA)를 칭하는 용어로 사용되어 왔다. 특정 팀과 계약이 만료되는 선수가 제약조건 없이 자신을 원하는 팀으로 이적할 수 있게 한 제도로 미국 프로야구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 말은 2004년 미국의 대니얼 핑크가 저서 <프리에이전트의 시대>를 펴내며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었다.

이제 ‘프리에이전트’는 거대 조직체의 굴레를 벗어나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책임지는 독립노동자 전체를 지칭하는  갖게 되었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조건으로, 원하는 사람을 위해 일하는 사람을 ‘프리에이전트’라고 하며 앞으로는 조직인간이 아닌 “프리에이전트”가 보편화될 것을 예견했다.

프리에이전트로서의 삶을 준비하라

실제로 대니얼 핑크가 단독업자(프리랜서), 임시직 노동자, 초소형사업체(SOHO 및 1인기업)를 조사한 결과 당시 미국 노동인구의 30%인 3천300만명이 “프리에이전트”의 삶을 살고 있다고 나왔다. 이런 현상은 미국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적인 기업문화, 비즈니스문화로 퍼져나가고 있으며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즉 저자들이 “평생 일자리에 목숨을 걸으라”고 하는 말은 자신을 프리에이전트로 훈련해 나가라는 의미와 다를 바 없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다음 회에서 계속 이어가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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