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신상언 기자] 전자금융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핀테크 기술이 발달하면서 PC를 활용한 인터넷뱅킹을 뛰어 넘어 보다 진보한 모바일뱅킹 기술이 쏟아지고 있다. 역설적으로 이제는 굳이 은행을 방문할 필요가 없다.

전자금융시대 본격화는 기존 오프라인 체제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은행 점포가 큰 폭으로 줄고 있는 것이 증거다. 대신 각 은행은 온라인으로 스며들고 있다. 전자금융의 완성판 격인 인터넷 전문은행 ‘K뱅크’도 내달 출범할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급변하는 정책을 두고 갈등도 첨예하다. 은행 업무는 전 국민에게 편리한 국민서비스가 돼야 마땅하지만 신기술에 서투른 소외계층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인터넷전문은행의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반대 입장이 첨예하게 맞선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변화

2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시중 5개 은행(NH농협·KB국민·우리·신한·KEB하나은행)의 점포 수는 2012년 5352개, 2013년 5308개, 2014년 5181개, 2015년 5096개로 점차 줄어들었다. 올해 2월 기준으로는 전국 은행 점포 수가 4796개로 감소했다. 

5년 새 총 556개(약 10%)의 점포가 문을 닫았고 올해 안에 통폐합될 점포도 300개에 달할 예정이다.

한국은행도 지난해 11월 ‘2020년 동전 없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시범사업 시작을 알렸다. 첫 단계로 오는 4월부터 편의점에서 잔돈을 선불식 교통카드에 충전해주는 서비스를 실시할 예정이다.

국민들도 실물화폐의 사용보다 전자금융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전국 성인(만 19세 이상) 2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6.9%가 ‘현금 결제 후 잔돈으로 받은 동전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절반인 50.8%가 동전 없는 사회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가장 큰 이유로는 ‘소지 불편’을 꼽았다.

평소 야근이 잦아 은행을 찾을 여력이 되지 않는다는 회사원 김모(38/남)씨는 “바쁜 시간 쪼개 은행에 가거나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 전자금융 관련 앱을 자주 사용하고 숙지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며 “평소 지갑도 필요 없이 카드 한 장이면 아무런 불편이 없는데 동전이 무슨 소용 있겠느냐”고 말했다.

IT

내달이면 전자금융시대의 결정판인 인터넷 전문은행 ‘K뱅크’가 출범한다. K뱅크는 기존 전자금융 시스템의 장점인 시·공간적 제약을 해결한 것은 물론 고객들에게 더 많은 금전적 혜택도 제공할 예정이다. 

시중 은행과 달리 오프라인 점포를 운영할 임대료와 인건비가 필요치 않기 때문에 예금금리는 높아지고 대출금리는 낮아졌다. 인터넷은행과 시중은행의 금리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고객들이 얻는 이익은 더욱 커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인터넷 은행은 시중은행보다 접근성도 뛰어나다. 오프라인 점포는 없지만 전국의 편의점 체인과 연계해 언제든지 현금을 입·출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에 있는 은행 지점은 7000여 개인데 반해 K뱅크와 업무제휴를 맺은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의 점포는 전국에 1만여 개 이상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장은 이에 대해 “인터넷은행 같은 새로운 산업이 생겨나는 것 자체로도 경제가 활성화될 유인이 생겨나는 것”이라며 “전자금융 산업이 발전하면 경제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지하경제 양성화 등 경제 투명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제

하지만 앞으로 전자금융시대로 더욱 나아가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은행 점포를 줄이고 비대면채널을 유도하기 위한 창구수수료 도입 논의를 두고도 말이 많다. 

한국시티은행은 다음달 8일부터 거래 잔액 1000만원 미만인 신규 고객의 예금계좌를 대상으로 매달 5000원의 계좌유지수수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국민은행도 창구수수료 방안이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민 정서상 거부감이 크고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또 현재 스마트폰 보급률이 90%에 이르고 있다고 하지만 전부가 핀테크 기술에 적응하거나 능통한 것은 아니다. 

인터넷과 모바일 사용에 익숙지 않은 노년층이나 스마트기기를 가질 수 없는 빈곤층 등 소외된 이들을 위한 정책적 배려는 보이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지만 익숙지는 않다는 정모(60/여)씨는 “스마트폰으로 전화나 문자밖에 할 줄 모르는데 모바일뱅킹을 복잡해서 어떻게 사용하겠느냐”며 “은행에 가는 게 차라리 편한데 앞으로 창구수수료가 생긴다고 하니 불만이다”고 말했다.

전자금융의 결정판인 인터넷 전문은행도 은산분리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 은산분리란 산업자본이 은행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으며 10%의 지분을 보유한다 해도 의결권은 4%에 해당하는 만큼만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의 규제다.

업계에서는 이 규제를 완화해야 인터넷 전문은행이 더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할 경우 은행이 기업의 사금고화로 전락해 시장질서가 무너질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관련법이 꾸준히 발의되고 있지만 매번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장은 “현재 은산분리 규제 등에 너무 매몰된 측면이 있는데 보다 유연하게 대처해 완화할 필요성도 있다”며 “전자금융 산업이 더 발전하려면 소외계층도 쉽게 이용 가능한 쉬운 기술을 구현해내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