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다음지도 캡쳐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건국대학교(이하 건국대)가 학내 성추행 사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학내 성추행 사건이 발생하면서 ‘성범죄 대학(?)’이라는 비판이 점증되고 있다.

23일 건국대에 따르면 서울캠퍼스 상경대 2학년에 재학중인 A(26세/남)씨가 지난 17일 새내기 모임 회의 후 가진 술자리에서 여학생 B(21세)씨의 가슴을 만졌다. B씨는 A씨의 행동에 몹시 당황했고, 바로 술자리를 빠져나왔다.

이 같은 성추행 사실을 들은 B씨의 언니는 익명성이 보장된 페이스북 ‘건국대 대나무숲’에 해당 사실을 담은 글을 올렸다. 그러나  ‘건국대 대나무숲’ 관리자는 “예민한 사안”이라며 성추행 사건의 글을 승인하지 않았다. 사건을 은폐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더 황당한 일은 이후 발생했다.

B씨는 상경대 학생회장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본인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신상 정보가 이미 단과대학 내에 널리 알려졌다는 내용이었다. 또 상경대 학생회로부터 이 같은 피해 사실이 알려지면 본인에게 피해가 갈수 있으니 글을 올리지 말라는 회유도 있었다.

상경대 학생회는 성추행 피해 사실보다 오리엔테이션과 새내기 행사가 없어질 것을 우려해 이 같은 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상경대 학생회장과 부회장은 이 같은 사실이 불거지자 SNS를 통해 사과를 했다.

사진=건국대 대나무 숲 캡쳐

‘건국대 대나무 숲’에 대한 학내 반발도 커지고 있다. 익명성을 중시하는 사이트를 통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예원 학생은 ‘건국대 대나무 숲’을 통해 “관리자에게 알린 것부터가 익명성을 중시하는 대숲(대나무 숲 줄인말)에서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며 “대숲은 사연을 상경대에 알려 2차 피해를 유발시키고 성추행 피해자에게 또 다른 피해를 유발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전 대숲관리자와 그 관리자에게 사연을 넘긴 사람 신상도 밝히라”고 요구했다.

천태준 학생도 “기존 대숲 관리자가 상경대 출신 전 관리자에게 왜 진위를 파악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따져 물었다.

건국대 학내 성범죄 ‘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3월에는 신입생 멤버십 트레이닝(MT)에서 남학생 여러 명이 동성 학생을 성추행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같은 해 2월에는 성행위 묘사 게임으로 성추행 논란을 일으켰다.

건국대는 이들 사건으로 세간의 입방아에 올랐고, 후속조치로 학내에서 성추행ㆍ성희롱 교육을 실시하고 MT도 전면 금지했다.

하지만 또다시 관련 사건이 발생하면서 ‘성범죄 대학(?)’이라는 유명세를 떨칠 처지에 놓였다.

대학 측은 진상 조사 후 가해자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방침이다.

이한세 건국대 학생복지처 학생과장은 “현재 관련 사안은 양성평등상담실에서 조사 중이다. 상경대학에서는 가해자 징계 조치에 착수했다”며 “징계 수위는 조사가 끝나는 대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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