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윤철(왼쪽부터) 전 감사원장,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채이배 의원, 김영진 의원. 사진=뉴시스

문재인 정치‧경제 매머드…안‧이‧안 ‘선택과 집중’
경제‧노동‧일자리 전문가부터 시민 참여까지 다양 

‘벚꽃 대선’이 가시화되면서 대선주자들의 심리전이 본격화됐다. 여의도 정가의 대선 열기가 한껏 달아오른 가운데, 각 대선 캠프는 분야별 전문가와 실무자 등 책사 영입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 야권 유력 주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치와 경제를 포괄하는 매머드급 진용을 구축하고 있고, 안희정 충남도지와 이재명 성남시장,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 등은 실무 중심의 ‘선택과 집중’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더욱이 경제‧노동‧일자리 전문가부터 시민 참여까지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신문=강소영 기자] 헌법재판소가 오는 24일을 최종변론기일로 못 박으면서 ‘벚꽃 대선’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대선주자들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당초 12월에서 6개월가량 빨라진 선거 일정 때문에 참모진과 자문단 등 이른바 책사 진용을 꾸리는 게 당면 과제가 된 것.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유력 주자들의 캠프 구성이 서서히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16일 외교자문그룹 ‘국민아그레망’을 출범시켰다. 

앞서 14일 김대중·노무현 정부 내각에 몸담았던 장·차관급 인사로 구성된 대규모 자문단 ‘10년의 힘 위원회’의 출발을 알리기도 했다. 

여기에 싱크탱크 ‘정책공감 국민성장’과 문화예술계 지지인사들로 구성된 ‘더불어포럼’ 등을 포함하면 1000명이 훌쩍 넘는 규모로 여타 캠프를 압도하고 있다. 더불어 일자리와 경제 등 각 분야 석학들과 정책 협의에 나서는 등 한 발 앞선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를 바짝 뒤쫓고 있는 안희정 지사와 이재명 시장은 규모의 경쟁을 지양하고 ‘선택과 집중’에 주력하고 있다. 안 지사는 참여정부 당시부터 인연이 깊었던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등으로 캠프를 꾸렸다. 또 이달 중 실무 중심의 자문단인 ‘홈닥터’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국민과의 적극적인 스킨십으로 지지율을 끌어 올렸던 이 시장은 이른바 ‘무수저’론을 앞세우며 그동안 정치판에서 단 한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브레인 그룹 구성을 시도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사회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소시민과 노동 계층 등의 진솔함을 정치에 투영시키기 위해 ‘흙수저 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소통의 정치를 표방한 전략 수립에 매진하고 있다.

이밖에도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초선의원을 중심으로 한 ‘국민캠프’,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의 경제통 인사를 주축으로 한 캠프 등 대선 주자의 곁을 지키는 책사들의 지략 대결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과연 국민의 눈높이에 누가 더 가까울 것인지 주목된다.

익명을 밝힌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탄핵 인용 여부가 관건이겠지만 ‘벚꽃 대선’이 현실화 된다면 시간이 촉박한 만큼, 책사의 역할 비중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면서 “앞서 있는 문재인 캠프는 실수를 줄이는 안정감에, 안희정과 이재명 캠프는 화끈한 되치기를 위하 과감성으로 승부를 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규모

문재인 캠프는 메머드급 인사를 자랑한다. 참여정부에서 일했던 장‧차관 60여명으로 구성된 ‘10년의 힘 위원회’와 시민‧문화예술계 인사를 포함한 ‘더불어 포럼’,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 등 1400명 이상의 인원으로 구성돼 역대급 규모를 자랑한다.

무엇보다 약점으로 꼽히는 친문 색깔을 지우기 위해 중도 인사들을 기용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문 전 대표는 15일 전남 여수시 여수엑스포에서 열린 동서창조포럼 간담회에서 “나는 영남 출신이지만 총리부터 확실한 탕평 위주 인사를 단행해 통합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것”이라며 “김대중·노무현정부가 이루지 못한 지방균형발전의 꿈은 나 문재인의 꿈이고 제3기 민주정부의 과제”라고 설파했다.

현재까지 문재인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으로는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 전윤철 전 감사원장, 김진표 의원, 이미경 전 의원이 합류했다. 

김 전 교육감은 문 전 대표가 당 대표를 맡았을 당시 혁신위원장을 지낸 인연이 있다. 전 전 원장은 전남 목포 출신으로 김대중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역임하고 참여정부에서 감사원장을 지낸 바 있다. 

또 송영길 총괄본부장을 중심으로 전병헌 전 의원이 전략을 담당하고, 노영민 전 의원이 조직, 홍종학 전 의원이 정책본부장을 맡는다.

여기에 14일 박병석(대전 서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영입되면서 충청권 표심을 잡으려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박 의원은 5선 의원이자 국회부의장을 역임하고 국회 정무위원장을 지낸 바 있는 정책통으로 불린다.

문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은 경제‧외교‧사회문화‧과학기술‧정책기획관리 등을 포함한 7개 분과위원회-더좋은더많은일자리‧반기득권검찰개혁‧지역분권성장 등 10개 추진단으로 구성됐다. 문 전 대표의 경제정책 핵심인 ‘국민성장론’이 이곳에서 출발했고, 일자리 정책이 나온 발원지다.

설 연휴 전 500여명이던 학계 인사는 20일 현재 중도 성향의 학자들이 대거 참여해 약 900명으로 빠르게 늘어났다. 총괄소장은 중진 경제학자이자 주영대사를 지낸 조윤제 서강대 교수가 맡고, 교욱부총리와 통일부총리를 지낸 한완상 전 한성대 총장이 상임고문을 맡았다. 또 원로 경제학자인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가 자문위원장을 맡았으며 40여명의 원로 학자들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문화예술부문 인사들이 모인 ‘더불어포럼’은 황교익 맛칼럼니스트를 비롯해 고민정 전 KBS 아나운서, 김응룡 전 프로야구 감독, 원수연 웹툰협회 회장, 안도현 시인, 조현재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황지우 시인 등 23명이 공동대표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상임위원장은 유정아 전 KBS 아나운서가 맡았고, 사무처장은 안영배 전 청와대 국정홍보처장이 담당한다.

공동대표 중 한 명인 원수연 작가는 1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콘텐츠를 담당하고 있다. 웹툰 작가들과 함께 만화 콘텐츠 개발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며 “선거 때 후보들을 (캐릭터 같은) 그림으로 많이 표현하지 않나. 이런 부분들을 돕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경제‧사회 전 분야를 포괄하는 매머드급 진용을 자랑하지만 영입 인사 검증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보 분야 영입 인사였던 전인범 전 사령관이 대표적이다. 전 전 사령관은 승진 축하 파티에 부인이 총장으로 있는 성신여대 직원과 학생들이 동원됐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5.18 계엄군 헬기 사격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지시가 아니다”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결국 전 전 사령관은 미국으로 돌아갔고, 문 전 대표는 ‘인사 참사’라는 비판 여론에 시달렸다.

색깔

안희정 지사와 이재명 시장은 문 전 대표의 거대 캠프에 맞서 자신만의 색깔을 확고히 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가파른 지지율 상승세와 함께 문 전 대표 대세론을 위협하고 있는 안희정 지사는 외교·안보·경제·사회 등 분야별 전문가 모임 ‘홈닥터’ 자문위원단과 함께 작은 캠프를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진으로 구성된 자문단으로 내실을 갖춰, 사회 전반적인 처방전을 내놓는다는 포부와 ‘홈닥터’의 의미가 일맥상통한다. 안 지사 측은 이달 중 홈닥터 명단을 공개하고 공약을 제시할 계획이다.

캠프에서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서누리 변호사는 “혁신‧개방‧공정 등의 큰 틀에서 강론이 나올 것”이라며 “국회와의 협치를 통한 효율적인 정부 구성과 외교안보 증력과 관련 교섭단체 대표들과 논의하는 틀을 만드는 것, 자치 분권 강화를 위한 회의 기구 등을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안 지사와 참여정부 시절 인연을 맺은 이들도 변치 않는 믿음을 드러내며 속속 캠프에 합류하고 있다. 참여정부에서 비서실장과 정무특보 등을 역임한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2007년 안 지사를 포함한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들과 ‘참여정부평가포럼’을 창립해 대표를 맡은 바 있다. 

노 전 대통령 대선 후보 당시 ‘노무현의 입’이라 불리던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은 1980년대부터 안 지사와 오랜 인연을 이어온 사이로, 현재 메시지와 캠프 총괄 실무를 맡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초대 법무부 장관을 지낸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도 정치적 동지로서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직 의원 중에는 백재현·김종민·정재호·조승래 의원이 참여해 안 지사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안 지사의 정책은 조승래 의원을 비롯한 10여명의 의원이 담당하고 있으며, 그의 경제멘토로 이헌재 전 부총리가 꼽힌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외교‧안보 분야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또 충남 공주 출신의 박수현 전 의원이 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다.

‘소년공 노동자 출신’임을 내세워 성남시민들과 스킨십을 넓혀갔던 이재명 시장의 캠프에서는 부채 탕감 사회운동단체 ‘주빌리은행’에서 인연을 맺은 제윤경 민주당 의원이 캠프 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법시험 동기인 같은 당 정성호 의원은 캠프 총괄을 맡고 있고, 김영진 의원도 정책분야에 힘을 쏟고 있다.

전문 분야를 보좌하는 교수그룹에는 이한주 가천대 경제학과 교수가 정책 총괄위원장을, 조원희 국민대 경제학 교수와 황승흠 국민대 법학 교수가 공정경제분과에서 힘을 모으고 있다. 

문진영 서강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사회복지분과를, 사법개혁분과는 나승철 변호사가 맡고 있다. 이 시장은 ‘국민서비스센터’라는 캠프 사무실 이름에 걸맞게 국민들과 밀접한 행보로 차별성을 보이며 눈길을 끈다.

그는 청년과 해고노동자, 농민 등이 참여하는 흙수저 및 무수저로 구성된 후원회를 결성(9일)했다. 이 시장은 이 자리에서 “분야별로 우리 사회의 대표적 ‘을(乙)’들을 상징하는 분들이 함께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후원회는 사회복지사 박수인씨가 상임 후원회장을 맡고 KTX 승무원으로 일하다 해고된 김승하씨, 망원시장 상인 서정래씨, 단역배우 이중열씨 등 21명의 시민이 공동후원회장을 맡는다. 이밖에도 이 시장의 SNS 군대로 불리는 ‘손가락 혁명군’ 또한 선거운동에서 많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언이다.

경제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캠프 이름을 ‘국민캠프’로 정하고 초선의원들을 중심으로 캠프를 구성했다. 그 중 회계사 출신인 채이배 의원은 직접 캠프에 상주하며 경제 전반에 관련 된 공약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전문가 그룹으로는 ‘전문가광장’이 오는 23일 출범을 앞두고 있다. 김종현 동아대 교수가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지식인네트워크’를 주축으로 하는 전문가광장은 향후 문 전 대표의 ‘국민성장’처럼 각 분야 정책을 발표하며 싱크탱크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채 의원은 17일 본지에 “10년 이상을 한 분야에 매진해 온 교수들을 비롯한 전문가 분들이  내용을 제안하면 캠프 내부에서 국민들에게 필요한 정책이냐를 판단하게 된다”면서 “정책실에서 1차로 정무적인 판단을 한 후 후보와 토론한 뒤 발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문가광장은 정책을 만들기 위해 거치는 과정”이라며 “정책적인 자문역할도 하지만 선거운동에 필요한 운동을 할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경제전문가’ 타이틀을 내세운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과거 여의도연구소에서 인연을 맺은 진수희 전 복지부 장관을 총괄본부장 좌장으로 캠프를 이끌도록 했다. 또 KDI(한국개발연구원) 출신 이종훈 전 새누리당 의원과 이혜훈 바른정당 최고위원이 경제정책 마련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정책공약은 김세연 바른정당 의원이 맡는다.

현역의원 중에는 김영우, 유의동, 오신환, 김희국 바른정당 의원 등이 유 의원에 힘을 싣고 있으며,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혔을 당시 유승민계라는 이유로 공천 학살로 내쳐진 조해진 전 의원과 권은희 전 의원, 민현주 전 의원은 각각 전략기획팀장, IT팀장, 대변인을 맡았다. 

구상찬 전 의원도 캠프 조직팀장을 맡아 주요 요직에서 활동한다. 탁수선수 출신의 이에리사 전 새누리당 의원은 문화 분야를, 의료‧교육 분야는 박인숙 의원이 맡는다.

[BOX] 대통령 당선 명당 ‘대하빌딩’ 지고 ‘新명당’ 뜬다

대선주자들에게는 명운만큼 명당의 의미도 크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대하빌딩은 3명의 대통령과 2명의 서울 시장을 배출한 명당이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87년 평민당 창당 당시 대하빌딩에 터를 잡았다. 1997년 대선 당시에도 이곳에 캠프를 차린 뒤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후 2008년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캠프 조직이, 2012년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경선 캠프가 자리했다. 또 1995년 조순 서울시장 후보 캠프, 1998년 고건 서울시장 후보 캠프가 머물렀다.

앞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임기를 마치고 귀국한 후 문재인 전 대표의 대항마로 떠오를 당시 대하빌딩에 660㎡ 규모의 사무실 계약을 완료한 바 있지만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청운의 꿈도 사라졌다.

대하빌딩 외에도 2007년 한나라당과 2012년 새누리당의 당사로 사용된 한양빌딩 등이 명당으로 꼽히지만, 19대 대선주자들의 캠프 어느 곳도 대하빌딩이나 한양빌딩에 위치하지 않고 있다.

문 전 대표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2014년 당 대표 선거 캠프를 마련했던 ‘대산빌딩’에 입주했고, 안희정 지사는 개헌보고서로 파문이 일었던 민주연구원이 있던 동우국제빌딩에 자리를 잡았다. 이재명 시장은 국민의당 당사가 있는 신축빌딩 B&B타워에 둥지를 틀었고,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유승민 의원은 산정빌딩 내 각각 10층과 6층에 캠프를 차려 ‘적과의 동침’을 하고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민주당이 당사로 쓰던 신동해빌딩에 캠프를 열었으며, 국민의당에 합류한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은 지난달 22일부터 마포구에 있는 불교방송 건물에 사무실을 마련해 대선 준비에 열을 올렸다. 원유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여의도 한강과 가까운 진미파라곤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대선주자들이 오랜 시간동안 명당으로 불리던 빌딩에 입주하지 않은 것은 기성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염증으로 인해 자신들만의 ‘새 역사’를 쓰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