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 협박 사건 전모

길이17cm, 지름3.5cm 가량의 폭발물로 협박
문방구에서 폭죽을 산 뒤 화약만 꺼내 제조

최근 세 들어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가 길거리에 내몰릴 처지에 놓인 30대 가장이 홧김에 다이너마이트형 사제폭발물 4개를 만들어 법원 집달관을 위협하다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 10월 11일 전주 북부경찰서는 법원의 전셋집 강제집행에 반발, 사제 폭발물을 만들어 법원 집달관을 협박한 최모(38)씨를 폭발물 사용 예비 혐의로 구속했다.
최씨의 안타까운 사연에 대해 알아본다.

최씨의 기구한 삶은 1992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경추장애 2급 판정을 받게 되면서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장애 2급을 얻은 최씨는 절망하지 않고 열심히 생활한 덕에 예쁜 마누라와 결혼해 자신을 쏙 빼 닮은 딸(7)까지 낳았다.

지난해 4월 최씨는 10여년간 택시운전을 하며 번 돈 800만원으로 전주시 진북1동 이모씨의 집에 팔순 부친(84)의 명의로 아담한 방 한 칸을 마련했다. 하지만 최씨 부부의 행복도 잠시였다. 최씨의 아버지가 치매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최씨의 아내는 시아버지의 병 수발을 들다가도 힘에 부칠 때면 최씨를 닦달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최씨 부부는 말다툼이 잦아졌고, 결국 최씨의 부인은 최씨와 이혼한 뒤 어린 딸을 남겨두고 집을 나가버렸다.

엎친 데 덮친 격

‘불행은 한꺼번에 찾아온다’고 했던가. 최씨는 전셋집에 입주한 지 50여일 만에 집주인의 부도로 세 들어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가 하루아침에 길거리에 나앉게 될 판국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동사무소에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 최씨는 ‘땡 전 한 푼’도 건질 수 없게 됐다.

당시 아버지 이름으로 계약을 했던 최씨는 치매로 아버지가 가출을 하자 전셋집이 경매로 넘어간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냥 지켜볼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경매가 진행되는 동안 뜬눈으로 ‘몇 날 몇 일’ 밤을 새며 가슴을 졸였던 최씨는 지난 달 법원으로부터 ‘강제 건물명도를 집행하기 위해 집달관이 방문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질 일이었다. 거동이 불편한 자신은 제쳐두더라도 치매에 걸린 부친과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입학할 딸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장애를 딛고 열심히 살아온 자신에게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연이어 일어난 것에 화가 치밀어 오른 최씨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법원의 강제 건물명도 집행에 맞서기 위해 최씨는 지난 달 중순경부터 동네 문방구를 돌며 폭죽을 사들였다. 사제 폭발물을 제조해 법원 집달원을 협박하기 위해서였다. 최씨는 1주일간 사들인 폭죽에서 화약만 꺼내 길이 17cm, 지름 3.5cm 크기의 다이너마이트형 사제 폭발물 4개를 만들었다.

“가스통과 폭탄 터트리겠다”

지난 10월 10일 밤 만취한 최씨는 전주 북부경찰서 수사과에 전화를 걸어 “폭발물을 사용하면 얼마나 형을 사냐”면서 “법원이 강제집행을 멈추지 않을 경우 부엌에 있는 가스통과 직접 만든 폭탄을 터트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황급히 북부경찰서 수사과는 법원 강제집행 관련 사항을 확인, 다음날 오전 8시 10분께 최씨의 집에 출동해 최씨를 검거했다.

당시 최씨의 집 앞에 출동한 북부경찰서 강력 4팀 관계자는 “화약의 양이 많고 상당히 정교하게 만들어져 폭발할 경우 인명피해가 날 수도 있었다”며 “한때 마을 주민 50여 명이 대피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최씨는 길이 17cm, 지름 3.5cm 가량의 다이너마이트형 폭발물을 총 4개나 제조했다. 그는 총 4개의 사제 폭발물 가운데 3개를 자신이 입고 있던 상의 안주머니에 감추고, 나머지 한 개를 부친이 누워있는 자신의 셋방에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에서 최씨는 “아버지는 아프고 갈 데도 없는데 거리로 내몰린다고 생각하니 너무 화가 났다”며 “전세금 800만원은 목숨 줄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라고 전해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최씨는 한 달 평균 50만원을 받아 어렵게 생활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면서도 “최씨의 딱한 사정을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지만 폭발물로 주민을 위협한 행동은 마땅히 사법 처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pjy09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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